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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에게 횡포부리다 직장 잃은 대기업 '갑'

직딩H 2010. 12. 2. 06:30

한 쪽은 어느새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게 되고
한 쪽은 잘못한 것 없이 괜히 위축되고 마는...


누군가가 말한 슬픈 갑과 을의 관계...


  대학교를 졸업 하고 광고대행사에 다닌 적이 있다. 그 땐 갑과 을의 관계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다. 의뢰를 받고 계약을 하고 대금을 받고 요청하는 작업을 해 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광고주에게도 내 의견을 잘 굽히지 않았고, 마찰도 좀 있었다. 대부분의 광고주가 대기업 이었기 때문에 담당자들은 그런 나를 의아해 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게 갑과 을의 관계에서 오는 차이임을 깨달았다. 학교에서 배운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 필요 없었다. 1년 만에 클라이언트에게 꼼짝 할 수 없는 대행사의 입장에 회의를 느꼈고 클라이언트가 되고자 퇴사를 했다.

 
실무에 이론을 조금 더 공부해 내가 원하는 직장에 취직을 했고, 드디어 클라이언트가 되었다. 홍보팀에 근무하며 광고대행사, 디자인회사 등과 많은 일을 했다. 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비 전공자 보다 많이 아는 상태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을의 입장에서 근무를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기 때문에 좋은 클라이언트가 되려고 애썼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많은 협력업체들과 함께 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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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어느 날 한 협력업체에서 팀장님을 찾아왔다. 그쪽에서 꺼낸 이야기는 같은 팀에 근무하는 직원에 대한 얘기였다. 화도 나고 답답하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야기인 즉슨,

 

  이 업체가 얘기하는 직원은 내가 근무하기 전부터 근무를 해온 직원이다. 그런데 이 직원은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입사를 해 어린 나이 때부터 갑의 입장에서만 일을 했다. 그래서 을이라고 볼 수 있는 친밀한 협력업체를 부하직원 부리며 자신의 권리를 악용하고 있었다 

 


  계약을 하지 않은 업무를 맡기는 것은 물론,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도 비공식적으로 업체에 넘기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본인이 한 것처럼 보고를 하곤 했던 것이다. 일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일을 시켜 중간에 가로채기도 했다. 또한 큰 프로젝트에 대한 작업을 맡기고 프로젝트가 취소 되었다고 업체에 통보하고 업체가 만든 작업물을 받아 설치하거나 인쇄, 배포를 하기도 했다. 프로젝트가 취소 된 줄로만 알았던 업체는 나중에 자신들의 작업물이 설치 된 것을 보고 당황하였던 것이다. 팀원들도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이미 한 두 해의 일이 아니었다. 회사에서도 업무적으로 인정 받던 그녀 뒤에는 종처럼 고생했던 협력업체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 상황은 팀장님을 통해 직속 임원에게 까지 들어갔고, 협력업체 악용, 회사에 대한 이미지 실추 등의 이유로 문제가 커졌다. 그래도 회사에서는 10년 이상 다녔던 직원이기 때문에 선처해 지방발령과 해외발령에 대한 선택권을 주었다. 하지만 그 직원은 수치심에 결국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솔직히 회사를 짤린거나 다름 없는 것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 중 갑의 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협력업체 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을의 입장에서는 사원, 대리도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대하지만 그건 클라이언트 자체를 보고 그러는 것이지 절대 담당자가 잘나서가 아니다. 갑과 을에 대한 문제는 언론에서도 많이 대두되고 있다. 주로 다뤄지는 내용은 갑의 횡포에 대한 것이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고 해도 그 회사는 우리 회사가 잘 될 수 있게 도와주는 협력 사다. 내가 언제 을의 입장해서 일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간관계가 중요한 사회생활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누가 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서로 존중할 줄 아는 갑과 을의 관계에서 더욱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