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딱! 걸린 결혼 전 연애편지 100장

  신혼집과 어머니 댁이 가깝던 시절. 와이프는 저 없이도 시어머니 댁에 자주 가곤 했죠.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 제사 준비를 하러 어머니 댁에 가있는 와이프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오빠도 편지 쓸 줄 아네~ 아주~ 자~알~ 100장씩이나??”

 
  갑자기 왠 뜬금없는 문자?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 “나 원래 편지도 잘 쓰고~ 글씨도 잘써~”라는 엉뚱한 답변을 날리고 열심히 업무에 매진을 했죠. 몇 분 후 또 한 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그래도 나보다 예쁜 애는 없네…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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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 또 뭔 소리....순간 드는 생각은 ‘뭔가 보긴 봤구나… 뭘 봤지?’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의 편지, 카드, 군대시절 편지 등을 모두 모아뒀습니다. 나중에 좋은 추억이 분명 될 거라고 생각해서죠. 그래서 거기서 뭘 봤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연애시절 편지들은 결혼 전 처리를 했습니다. 
 

  ‘연애 편지랑 옛날 여자 친구랑 찍은 사진은 분명 다 버렸는데...’
 

  퇴근을 하고 어머니 댁으로 제사를 지내러 갔습니다. 주고 받았던 문자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제사를 잘 마쳤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넌지시 말을 꺼냈습니다. “당신 또 뭐 뒤졌지?” 와이프는 방긋 웃으면서 식사를 하더군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께서 난처한 표정을 지으시더군요. 뭔가 느낌이 왔죠. “엄마~ OO이 뭐 뒤졌어?”    

  결혼 전 내가 쓰던 방을 함께 정리하던 고부, 우연히 100장의 엽서와 제 연애시절의 사진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분명 제가 다 버렸던 것들 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 엽서들을 제가 받은 걸로 착각하셔 다시 거둬 들이셨던 겁니다. “얘는 어디서 이런 것도 참~많이도 받았어~”(의기양양?) 옆에 있던 와이프가 자~알 살펴 본 후 “엄마(엄마 딸 하는 사이랍니다) 이거 하랑 아빠가 다른 여자한테 쓴건데요??” ………………침묵… ㅡㅡ^ (이었을 듯~)  

  그리고 사진들. 분명 제가 재활용 통에 수년 전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잊었죠. 그런데 우리 어머니, “너도 있는 사진이라서 버리기 뭣해서 다시 챙겨 놓은거야”  참 쿨~ 하시죠? ㅡ.ㅡ^ 그래서 와이프는 자연스럽게 제가 짝사랑에게 주려고 군대시절 열심히 썼던 엽서 100장과 옛 여자 친구들의 사진을 모조리 보게 됐죠.  저는 “엄!마! 이젠 다시 거두지 마시고! 꼭! 버려 주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와이프가 “나한테는 편지한 통 안 쓰더니, 딴 여자들한테는 많이도 썼네??” 라는 말을 꺼냈습니다. 이어서 “사진은 뭐~ 봐도 별로 신경은 안 쓰이더라…나보다는 다 안 예쁘네…췟~” 이라고 말하더군요.

 

  너무 오래 된 일들이라 문제가 될 건 없었습니다. 그런데 와이프의 한 마디가 저를 정말 미안하게 했습니다. “난 오빠한테 저런 편지 한 번 못 받아 봤는데…” 라는 말. 고등학교 때부터 펜팔도 하고, 연애 편지도 많이 써봤습니다. 그런데 와이프와 연애를 시작했을 땐(자 이제부터 핑계 들어 갑니다~) 나이도 좀 있었고, 직장인이라 바쁘기도 했고, 솔직히 편지 보다는 물질적인 것(때되면 주는 선물)이 더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선물은 많이 해줬던 기억이… ㅎㅎ 그런데 여자들의 마음은 좀 다른가 봅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와이프 생일, 결혼 기념일에는 항상 자필 편지를 예쁘게 써주고 있습니다. 물론 선물 + 편지죠.(그래야 통하는 듯) 어느 날 책꽂이 한 켠 상자에 그 날 이후부터 제가 써준 편지, 카드, 엽서 등을 잘 모셔놨더군요.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지고 옛 아날로그 시절도 떠올라 좋았습니다.

 

  여자들은 가방(Bag)도 좋아하지만 편지 같은 사소한 것에도 감동 할 때가 있습니다. 연애는 이제 끝났어도, 결혼했어도, 애 낳았어도 여자는 여자! 맞습니다. 애 키우며 고생하는 여성분들 충분히 감동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편 여러분! 지금 당장 펜을 들고 마음 속에 꼭꼭 숨겨놨던 진심을 담아 감동의 편지 한 장 써보는 건 어떨까요? 물론 + 선물은 기본이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