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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의 꿈을 무시했던 부모님의 때늦은 후회

직딩H 2011. 1. 6. 06:30

  어린 시절에 누구나 꿈을 키워 나갑니다.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를 보면 대통령, 과학자, 의사, 선생님 등 다양한 꿈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저희 친척 형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미술에 뛰어난 재주를 보였습니다. 꿈이 화가였습니다. 동생과 함께 똑같이 서예를 배웠는데도 그 감각이 탁월했고, 미술 시간에도 선생님의 관심을 독차지 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와서도 형은 미술에 남다를 재능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더 이상 그릴 수 없었습니다. 바로 부모님 때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미술도 잘했지만, 거의 1등을 놓치지 않아 부모님의 욕심이 컸습니다. 중학교에서도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여 부모님의 기대는 점점 커졌습니다. 심지어는 그림을 그리면 부모님께서 때리기 까지 하셨고, 스케치북을 찢기도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어쩔 수 없이 공부만을 했습니다. 부모님의 꿈은 아들이 한의사가 되는 것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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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 방법도 가혹했습니다. 부모님이 교과서와 자습서 몇 페이지부터 어디까지 외워라 라는 숙제를 내주면 외우고 검사 받는 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가끔 쉬는 틈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면 또 혼났습니다. 형 머리 속에는 미술에 대한 열정이 충만해 있었지만 그 꿈을 가로 막는 건 재능의 부재도 아닌, 어려운 집안 형편도 아닌바로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야 할 부모님 이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 형은 줄곧 1등을 거의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동적인 공부는 여기까지였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가 문제였습니다. 꾸준히 부모님의 지원을 받은 결과 누구나 알 수 있는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여전히 부모님의 뜻을 받들어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유난히 큰 키와 덩치가 인생을 바꾸어 놓게 됐습니다. 180에 큰 덩치로 맨 앞자리에 앉아 공부하는 눈에 띄는 아이를 친구들은 무시하고 건들기 시작했습니다. 묵묵히 공부하던 형도 조금씩 자극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형은 자기 방어를 위해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를 휴학 할 정도로 운동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공부는 서서히 뒷전으로 밀려나고 부모님과의 사이는 점점 악화되었습니다. 형이 체대를 진학하게 되면서 부모님과는 거의 등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검도와 태권도 합이
7단인 형은 친구와 도장을 운영하였고, 독립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입지를 굳히고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도장에서 만난 형수와 결혼도 하였지만 부모님과의 깊어진 골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캐나다로 나가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캐나다에서도 고생 끝에 도장을 열고 8년 정도 생활을 했습니다. 부모님과도 가끔 연락할 뿐 왕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형은 먼 타국 땅에서 과로로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1년 정도 치료를 받았지만 치료비도 만만치 않고 돌봐줄 가족도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형은 열심히 치료를 받으며 재활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동밖에 모르던 형은 너무 힘들고 답답해 합니다.

 

  그러다 형은 잃어버렸던 꿈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TV에서 뇌를 활성화 시키는 데는 그림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방송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 형은 불편한 몸이지만 예전에 꿈꿔왔던 꿈을 위해 목검이 아닌 연필을 잡게 되었습니다. 이제 4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어린 시절 단지 꿈으로만 생각했던 그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습니다. 아직은 몸이 불편해 서툴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건강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형의 부모님은 후회를 합니다. 길지도 않은 인생 자식이 하고 싶은 것을 밀어줬어야 했는데, 부모의 욕심으로 그 꿈을 꺾어 버린 것을 많이 속상해 하십니다. 늦었지만 형은 생업을 위해서는 아니지만 잃어버렸던 것을 다시 찾았습니다. 부디 그림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이제는 인생의 전부가 되어버린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부모로써 자식이 잘 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고 방향을 제시해 줄 순 있지만, 부모의 욕심으로 부모의 꿈을 강요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식의 재능을 찾아주고 키워줄 수 있는 부모, 자녀들이 꿈을 향해 성큼 다가갈 수 있는 희망의 등불이 되어 주지 않을까요. 내 자식들이 어떻게 커갈지 정말 궁금합니다. 저는 자식들이 올바르게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발견하고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키워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사회생활을 시작 할 때도 더욱 행복할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