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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제자를 피할 수 밖에 없었던 선생님

직딩H 2011. 1. 15. 07:21

  어제는 고1,2학년 때 담임 선생님에 대해서 포스팅( 사회에서 실패할 거라는 선생님의 촌철살인)을 했는데, 오늘은 고 3때 담임 선생님에 대해서 포스팅을 하게 되네요. 고등학교 1, 2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과는 반대로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정말 순한 양과도 같은 분이셨습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셨고, 학생들 손바닥을 때려도 잘못한 것만 깨달으면 된다고 쌔게 때리시지도 않으셨습니다. 온화한 선생님 덕분에 고 3을 편안하게 보냈습니다. 너무 편해서 좀 탈? 이었을지도…… ㅎㅎ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의경에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게 제가 살던 지역의 부대로 발령을 받았고, 또 운이 좋게 경찰서 교통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제가 맡은 일은 음주운전, 벌점, 사고 등으로 정지 된 면허증 접수, 임시 면허증 발급, 정지기간 만료 면허증을 돌려주는 업무였습니다. 면허 정지는 일단 면허증을 반납해야 적용되기 때문에 독촉장도 엄청 보냈습니다. 야근을 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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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남자분이 오셔서 면허증을 반납하시는데, 3 때 담임 선생님 면허증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다른 분이 면허증을 반납하는지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최XX선생님 제자입니다. 그런데 왜…”, 그 분은 아 그러세요? 저도 XX고등학교 선생인데, 선생님이 사고가 있어서 면허 정지가 됐습니다. 그런데 최XX 선생님이 경찰서 가시기 겁이 난다고 그래서 같이 왔습니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잠시 뒤 선생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일어나서 반갑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많이 난처해 하셨고, 표정도 무척 안 좋으셨습니다. ‘경찰서에서 제자를 만났으니 많이 당황스러우신가 보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생님 도로교통 안전공단에서 교육 받으시면 20일 면제 받으실 수 있습니다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선생님의 표정이 너무 안 좋아서 나가신 후 사고 처리반에 가서 사건 조회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사망사고였습니다. 깜짝 놀라 내용을 잘 살펴보니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퇴근 하던 길에 학교 근처에서 무단횡단 하는 70대 노인을 친 겁니다. 그 자리에서 즉사 한 사건이었습니다. 왜 선생님께서 고개를 숙이신채 그렇게 표정이 어두웠는지, 그리고 왜 다른 선생님과 함께 경찰서에 오셨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사고는 다행히도 합의가 잘 마무리 된 상황이었습니다.

 

  마음이 약한 선생님께서는 사고 때문에 많이 괴로우셨을 겁니다. 제자인 제가 그 사실을 알 게 되는 것이 많이 불편하셨을 겁니다. 그 뒤 선생님께서는 도로교통 안전공단에서 받은 교육 필증을 반납하시러 한 번 오셨고, 면허증을 찾으러 또 한 번 오셨습니다. “선생님 꼭 인사 드리러 학교 한 번 찾아 가겠습니다. 연락 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연락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 포스팅을 하면서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여전히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계셨습니다. 화학 과목 담당이셨는데, 종교 환경부라는 곳에 소속이 되어 계셨습니다. 제가 다닌 학교가 기독교 학교라 성경 수업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 사건 이후 종교적 신앙심이 더욱 깊어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선생님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졸업한지는 거의 15년이 되었는데, 학교 홈페이지를 보니 반가운 선생님들이 아직도 재직하고 계셨습니다. 그 시절이 떠올라 학교에 한 번 찾아가고 싶기도 한데, 과연 저를 기억해 주실 분이 계실까요? ^^ 기분 좋게 고등학교 때의 추억을 떠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