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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출장, 존경했지만 참을 수 없었던 팀장님과의 첫 출장

직딩H 2011. 1. 19. 06:30

 

  입사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강원도 설악 쪽으로 팀장님과 단 둘이 출장을 가게 됐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터라 긴장이 좀 되긴 했지만, 팀장님과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조금은 설레기도 했다.

 

  미시령 터널이 뚫리기 전까지 서울에서 설악까지는 3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미시령 고개를 빙글빙글 돌아가야 했다. 휴게소에 딱 한 번 들렀다. 그런데 그 한 번을 제외하고는 장시간 내내 정말 끔찍한 시간이었다.

 

  평소 카리스마 넘치시는 팀장님. 팀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무서워했다. 워낙 철저해서 팀원들은 사소한 보고 하나에도 만전을 기했고, 자신의 업무에 더더욱 철저해야만 했다. 무섭긴 했지만, 배우는 것도 많아 무서움과 존경심이 공존했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팀장님을 사회생활의 롤모델로 삼을 만큼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우리 팀장님. 평소 속이 안 좋으신지 지나다니시면서 그리고 회의시간에 화내실 때도 자주 방귀를 뀌곤 했다. 소리가 날 때도, 안 날 때도.... 있었다. 팀원들은 앞에서는 절대 모르는 척을 했고, 안 계실 때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출장 가는 길, 나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운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상한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으며 나는순간깨달았다. 그런데 팀장님께서는 아무런 미동도 없으셨다. 몇 번씩 지속적으로 반복하시면서도 잘 모르시는 듯 했다. 팀장님께서는 정신이 온통 딴 데로 쏠려있는 나에게 직장생활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셨다. 나는차라리 주무시면 창문이라도 살짝 열 텐데…’ 라는 생각만을 했다. 그런데 주무시기는커녕 책까지 보셨다. 나중에는 코가 마비되는 듯 했다. 그냥 포기하고 받아들여야만 했다.

 

고고

 

  약 두 시간쯤 달렸을 때 팀장님께서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 하고 가자라고 말씀하셨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앞문을 열면 좀 티가 날까 봐 뒤 창문을 살짝 열어뒀다. 이 날은 2006 4월의 어느 봄 날이었다. 조금 달렸을까어디 창문 열렸니? 쌀쌀하다 닫자.” 라고 말씀 하셨다. 닫자 마자 또 시작. 정말 눈까지 매운 기분이 들었다. 창문을 굳게 닫고 또 한 시간이 넘게 달렸다. 그냥 방향제라고 생각하고 버텨야 했다. 

 

  도착해 팀장님을 일단 내려드리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셨다. 또 올라가야 할 일이 걱정이 됐는데 팀장님께서는 볼 일이 더 있다고 하셔서, 그날 저녁 나 혼자 버스를 타고 올라왔다. 정말 다행이었다. 돌아와서 팀원들한테 출장 가던 길에 대한 고충을 얘기하고 한바탕 웃었다.

 

분노3

  

  그런데 약 2개월 뒤 건강 검진에서 팀장님 건강이 많이 안 좋다는 결과가 나왔다. 팀장님은 수술 날짜를 잡고, 3개월 휴직을 하셨다. 수술 후에는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나셨고, 팀원들과 갑작스런 이별을 해야 했다.

 

  팀장님께서는 지금 임원으로 재직 중이시다. 그리고 술, 담배를 끊어서 전보다 훨씬 건강해 지셨다. 임원이 되신 지금도 일부러 시간을 내셔서 2006년도 팀원들에게 일년에 한 두 번씩은 멋진 저녁을 사주곤 하신다. 얼마 전에도 뿔뿔이 흩어졌던 전 팀원들이 팀장님 덕분에 모였다. 지난 시절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즐겁고 감사한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