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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속이고 방송 출연했다 망신당한 사연

직딩H 2011. 1. 23. 06:30

 

  부모님이나 애인, 선생님을 속이고 찾아간 콘서트, 야구장 등에서 TV 화면에 잡혀서 ! 걸리는 장면은 드라마에서 자주 나온다. 하지만 나는 현실 (회사)에서 팀장님을 속였다가 ! 걸려서 제대로 망신을 당했다. 직장인들이라면 한번쯤 이런 거짓말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역시 본의 아니게 해버린 거짓말로 크게 당황했던 적이 있다. 오늘은 거짓말로 톡톡히 낭패를 봤던 경험담이다.

 

 

거짓말의 시작, 방송 출연 제의를 받다

 

  몇 우연한 기회에 KBS2 TV아침 교양시사 프로그램 방송 패널로 출연한 경험이 있다. 대학원 선배의 후배가 방송 작가라서 패널로 출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같은 대학원에 다니던 아나운서가 프로그램의 진행자이기도 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출연하기로 했다.

 

  당시 제대 2 만에 위암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다 사망한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가 이슈가 적이 있었다. 방송 내용은 군필자들을 패널로 초청해 사건을 토대로 군대 생활의 어려움과 문제점에 대한 실상을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작가에게 전화가 와서 한참 동안 이런 저런 군생활의 이야기를 나누며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밑도 끝도 없는 군생활 이야기를 여자작가님이 재미있게 들어주니 신이 나서 떠들었다. 이야기를 바탕으로 얼마 대본이 나왔다.

 

작가 인터뷰 내용이 재미있어서 분량이 많으세요~”

 

  자세히 살펴보니 1-2번만 발언하면 거라는 처음의 말과는 달리 13장의 대본에 10번의 발언이 들어 있었다. 당황스러워서 실제 방송에서는 떨릴 같다고 빼달라고 했더니 대본을 바꾸기 어려우니 전화처럼만 하라고 했다. 어쩔 없이 대본을 받아 들고 열심히 대본을 익히고 순서를 외우기 시작했다.

 

 

출장이냐, 방송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주말인 줄만 알았던 녹화일이 금요일이었다. 당시 금요일에는 팀장님과의 출장이 잡혀 있었다. 걱정, 불안, 근심이 가득하던 찰나에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고 작가에게 불참 전화를 했더니, 작가는 대본이 뒤집어 진다며 정색을 하시면서 펄쩍 뛰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방송을 택했다. 사실 나중에 혹시라도 누가 방송을 보면 주말에 녹화를 했다고 생각이었다.

 

  출장 당일. 점심 무렵에 팀장님께 집에 일이 생겨서 들어가봐야 한다는 거짓말을 하고 방송국에 갔다. 막상 방송국에 가니 거짓말 했다는 불안감보다 녹화 한다는 사실이 떨렸다. 게다가 작가가 발화량이 많아 자리도 앞에 잡아 놨다는 부담까지 주는 바람에 손바닥에 대본 순서까지 적어놨다. 그래도 실수 없이 대본대로 방송을 마쳤다. 덤으로 기분 좋게 소정의 출연료까지 챙겨서 집으로 갔다.

 

 

어설픈 거짓말, 망신스런 결말

 

  11 4 녹화. 11 7일이 방송일.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이야기 안했는데, 아침부터 엄마랑 이모한테 전화가 왔다. 이것이 방송의 위력인가? 라고 느끼며 업무를 보고 있는데, 팀장님이 호출을 했다. 그러고는 대뜸,

 

 

“너 의경 나왔냐?”

“네?”

 

  당황해서 대답을 하며 언뜻 보니 팀장님 핸드폰에서는 내가 출연한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얼굴이 달아 오르고, 정말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저는 주말에 녹화를 했다고 말을 하려던 찰나 팀장님 옆에 있는 종이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아뿔싸!

 

  알고 보니 내가 바보같이 대본을 출력해서 프린터기에 그대로 놓고 갔던 거였다. 13장의 대본 표지에는 방송일 녹화일 등이 아주 정확하게 나와 있었다. 결국 제대로 ! 걸렸고, 팀장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DMB 켰던 이었다.

 

  마음 넓으신 팀장님께서는 연차 하루 반납해라~”라는 농담 섞인 말로 그냥 넘어가 주셨지만, 정말 민망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솔직하게 말씀 드리고 양해를 구했어야 맞는 일이었는데, 어린 생각이 참으로 짧았던 같다. 그래도 넓은 아량으로 혼자 출장 주신 팀장님, 이후 일에 대해서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으셨던 팀장님,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