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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면접으로 배운 인생 최고의 반전

직딩H 2011. 1. 25. 06:30

  학업을 위해 광고 대행사를 박차고 나와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대학원에서 홍보를 전공하며 저의 미래에 대한 모색을 한참 할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학생 신분으로 모 신문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 한국일보 견습기자 모집공고를 봤습니다. 순간 대학교 4학년 때 신문사 면접이 떠올랐습니다. (내 생애 최악의 굴욕스러운 면접) '그래 견습기자면 어때, 열심히 해서 그 때 못 이룬 꿈을 다시 한 번 이뤄보자'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어성적? 마침 대학원 준비할 때 받아 놓은 커트라인 간신히 넘는 점수가 있었습니다. 어린이 관련 산문? '그래 난 순수? 하니까~ 어린이가 관련 된 글을 잘 쓸 수가 있을 거야...'라는 생각에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이력서를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제대로 된 직장생활은 광고대행사 경력뿐, 그래서 인터넷 신문사 넷포터, 인터넷 신문사 필진 등 몇 개월 하지도 않은 경력들을 열심히 예쁘게 포장을 해서 이력서를 준비했습니다.

  입사 지원한 것을 잊고 학업과 아르바이트에 열중하고 있을 때 신문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서류전형에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 그리고 바로 어린이 관련 산문을 준비했습니다. 또 합격했다는 행복한 소식. 면접 일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기필코 최종 합격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 원우회 수첩을 찾아 수업을 한 번 같이 들은 적 있는 한국일보 기자 선배에게 얼굴에 철판을 깔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약속 날짜를 잡고 찾아갔습니다. 얘기도 해본 적 없는 저를 후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말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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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선배는 신문사로 저를 데리고 들어가 소년 한국일보를 몇 부 챙겨 주었습니다. 어디서 신문을 구해야 할지 몰라 홈페이지만 열심히 살펴 봤는데~ 실제로 면접을 볼 신문사에 들어와 신문까지 구하고 나니 마치 입사라도 한 것처럼 기뻤습니다. 열심히 기사들을 살피고 레이아웃도 구상해 보고, 개선 사항까지 찾고 주제 넘게 디자인(학부 때 전공을 했던 지라...)에 대해서도 열심히 파악을 했습니다. 왠지 자신감이 넘쳐 흘렀습니다.

  면접 일이 다가 왔습니다. 회사에는 집안 일을 핑계로 반차를 내고 면접을 보러 왔습니다. 최종면접 4명. 대기를 하는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3명 다 잡지사 등의 기자 경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끝까지 가보고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여자 2명 남자 2명인 상황에서 선배의 말이 생각 났습니다. “남자 기자를 뽑고 싶어 할꺼야…” 라는 말에 더욱 희망을 가졌습니다.

  개별 면접. 더욱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여러 명이 면접을 보면 면접자들의 기에 눌릴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번 째로 면접에 들어 갔습니다. 정말 인상이 좋으신 면접관 4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떨리긴 했지만 자신감 있게 면접에 임했습니다. 

  “자네는 더 좋은 회사에 다니는데, 왜 지원을 했나”라는 첫 질문을 들었습니다. 더 좋은 회사이긴 하지만 아르바이트 입장이기 때문에 저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고, 당당하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면접을 시작 했습니다.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면접관 분 한 분이 전공이 다른데 많은 노력을 한 거 같다며, 저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기분이 많이 업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면접 시간이 길어 질수록 저의 넘치는 의욕이 면접관 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자네의 장점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주제 넘는 대답을 했습니다. “저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글 쓰는 분야에 재주가 있습니다. 취재 기자로 입사를 하겠지만, 만약에 편집 기자들이 바쁘거나 일이 있을 땐 편집도 할 수 있습니다” 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면접관 중 한 분이 “각자의 업무가 있고 각자의 영역이 있는데, 입사 전부터 업무 영역을 침해하면 안되지~”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약간 뜨끔 했지만 저의 열정은 도를 더욱 넘어 섰습니다. “소년 한국일보는 아이들이 보는 신문인데, 레이 아웃의 가독성이 떨어지고 아이들에게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경쟁사(소년동아 등)의 장점을 구구절절 설명했습니다. (묻지도 않은 질문에 오버를 했죠)  “그럼 그쪽으로 지원하지 왜 우리한테 지원을 했나?”라는 말씀을 하셨고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걸 감지했습니다.

  가장 역사가 오래 된 어린이 신문. 그리고 어린이 신문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는 걸 간과하고 말았습니다. 급여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대학원 선배에게 견습 기자의 월급은 100만원도 안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또 오버를 해서 결혼도 해야 하고 가장으로써(기본 월급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 두 배 이상의 급여를 받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 회사에는 안 되겠네…’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분위기를 감지하고 “회사의 방침이 중요하니 따르겠습니다” 라는 앞 뒤 안 맞는 말을 하면서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긴장이 되서 말이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 말을 좀 천천히 하라는 면접관의 질타가 이어졌고, 긴장이 고조되어 버벅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긴장 속에서 경쟁사의 기획 기사를 소년 한국일보의 기사로 착각해 감명 깊었다는 발언을 했고, 분위기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흘러 갔습니다. 그렇게 인상이 좋으시던 면접관들의 표정이 어두워 지는 걸 느꼈습니다. 후회스러웠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면접관 중 한 분이 우리 회사랑은 안 맞을 수 있겠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식은 땀을 흘리며 면접을 마쳤습니다.

  면접을 본 4명과 함께 커피를 마셨습니다. 대부분 분위기가 좋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우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또 안되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후회가 됐습니다. 왜 그렇게 오버를 했는지 저도 제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예상했던 대로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같이 면접 봤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니 여자 중 한 명이 합격했다고 했습니다.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정말 속상하고 우울했습니다. 꼭 가고 싶었던 회사였는데, 후회스러운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를 했습니다. 이 회사 면접을 볼 때 오버했던 면접을 떠올리며 정말 최대한 자제를 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기자는 아니었지만 홍보 업무를 하면서 기자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제서야 ‘그래 그 길을 내 길이 아니었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열심히 회사를 잘 다니고 있습니다. 현재의 직장은 안정적이고 만족도도 높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제가 홍보를 담당하면서 기자들을 많이 만나보니 굉장히 어렵고도 힘든 직업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이상 후회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정말 후회스러운 일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후회는 후회에서 그치고 그 일을 계기로 자신을 돌아 보고 스스로를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그 때 제가 그 회사에 입사를 했다면 제 인생이 또 어떻게 됐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후회를 하지 않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동료, 더 좋은 일을 만났습니다. ^^

  요즘에는 취업의 문턱에서 사회 초년 생들이 굉장히 많은 좌절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한 두 번의 실패로 나의 인생을 판가름 할 수는 없다. 위기는 기회이고, 그 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라는 말. 누구나 살면서 후회하는 일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세상은 자신이 어떻게 바라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 한다면 못 이룰 일이 없을 것입니다. 자신을 믿고 꾸준히 앞만 보고 정진해 나가기 바랍니다. 당신의 꿈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