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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개망신, 담배 때문에 회사 잘릴뻔한 사연

직딩H 2015. 2. 20. 08:00

 

    2015년 새해가 되자마자 담뱃값이 많이 올랐다. 쓸데없는 세금을 내기 싫다며 2014년에 사재기해놓은 것만 다 피우면 금연하자는 금연족, 스스로 담배를 만들어 피운다는 자급자족 족도 생겨나고 있다. 담뱃값 인상과 금연이 이슈가 되는 요즘. 불현듯 아찔했던 수년 전 사건이 떠올랐다.

 

  2006년에 회사에 입사했다. 그때만 해도 실내에 흡연실이 있었고, 대표이사만 빼고 모든 임직원이 드나드는  흡연실은 회사 내 '정보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2007년이 되면서 금연 열풍이 불기 시작하더니 흡연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8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가야 했다. 일하다가 담배 피우러 나가면서 땡땡이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요즘처럼 냉혹한 겨울이 문제였다. 입김인지 담배 연기인지 모를 김들을 순식간에 내뱉고 후닥닥 뛰어 들어오곤 했다.

 

 

  그러다 우연히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선배를 발견했다. 바로 7, 8층 계단 사이였다. 어중간한 층이라 계단을 이용하는 유동 인구가 적은 곳. 나는 당시 입사 4년차라 짬밥이 안돼서 망설였지만, 추운 겨울 사지로 내몰려야 하는 흡연자들 간의 동지애는 나에게도 작용했다. 그곳에서는 평소 무뚝뚝하시던 상무님도 미소를 지어주시곤 했다. 조금은 민망한 그런 미소를...

 

  그런데 이런 달콤함도 잠시. 위 층에 있는 회사들의 투철한 신고 정신에 힘입어 빌딩 관리 요원들의 단속이 시작됐다. 이름도 적어가고, 사진도 찍어갔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회사의 흡연은 계속되었다. 그런데 컴플레인이 너무 거세져 우리 회사에서도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인사 불이익 등의 문구가 붙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곳에서 사라져 갔다.

 

​  하지만 사건 발생 당일은 너무 추워서 도저히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통태를 살피고 계단으로 갔다. 어느새 7층의 차장님과 과장님도 나와 동참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서 촬영음이 연속으로 울려 퍼졌다. 단속반이 떴다. 번개 같은 우리 선배들은 사무실로 후다닥 들어가고, 나만 덩그러니... 멀뚱멀뚱...

 

 

"사진 다 찍혔습니다. 다 나오세요!"

 

​  단속반은 사무실까지 따라 들어가 소리치며 망신스러운 장면을 연출했고, 우리 모두는 단속반에게 이름과 팀명 등 신상을 털렸다. 지나가던 선후배들이 쳐다보고, 낯 뜨거운 순간이었다. 그래도 그동안 별일 없이 지나갔으니 걱정은 안 했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했던가?' 그날 걸린 사람들의 명단이 인사팀으로 전달됐다. '왜 하필...나를 택했니?'... 간 큰 사원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인사팀에 불려갔다. 너무도 인자하신 우리 인사 팀장님, 꾸중보다는 학교에서 담배 피우다 걸린 학생을 선도하듯이 따듯한 말로 훈계를 해주셨다.

 

돌아오자마자 들려오는 우리 팀장님의 화끈한 목소리.

 

"너 한 번만 더 걸리면 확! 짤라 버린다!!"

 

  ​목소리 크기 때문에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잘 안되는 우리 팀장님. 어찌나 목소리가 우렁차신지 저 멀리 있는 팀에서까지 잘 들을 수 있었다. 친절하기도 하셔라. .^ 

 

​  소문 참 빠른 우리 회사, 자리에 앉자마자 메신저 불들이 반짝였다. "~ 선배~ OO~ 담배 끊어라~~" 등의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그날 난 우리 회사의 흡연자들을 대표해서 망신을 당했다. 당시에는 당장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추위를 잘 참아가며 열심히 피우고 있다. 그래도 금연 생각은 늘 머릿속 한구석에 간직하고 있다.

 

직딩한이

 OTL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왜 맨날 나만 재수 없게 걸릴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마치 자신이 머피의 법칙 주인공인 양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위로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금연 공간에서 담배를 상습적으로 피웠으니 걸린 것이고, 팀장 없을 때 땡땡이를 열심히 치던 상습범도 언젠가는 걸리는 법이다. 그러니 직장생활의 억울함 호소는 일단 접어두고, 자기 자신을 한 번 돌아보는 것이 앞으로 직장생활을 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