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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동료를 적으로 만든 최악의 실수

직딩H 2011. 2. 9. 06:30

 


  지금 내 옆의 동료가 한 순간에 적이 될 때가 있습니다. 분명한 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는 오히려 대처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한쪽에서만 그렇게 느끼게 된다면 상황은 좀 난처해 지게 됩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의도하지 않은 당황스럽고 곤란한 상황들 경험하지 않을까요. 저 역시 입사 초 겪은 유쾌하지 않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저보다 입사가
1년 빠른 선배와 절친에서 적이 되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은 다시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지만 당시의 난처함과 서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팀장님께서 몸이 안 좋으셔
3개월 병가를 내셨습니다. 병가 중에서도 틈틈이 나오셔 업무 보고를 받으셨습니다. 당시 팀장님께서 병가를 들어가시기 전 BI와 캐릭터 개발 프로젝트를 선배와 저에게 맡기셨습니다. 당시 선배는 2년차, 저는 갓 입사한 1년차 였습니다. 임시 팀장님인 차장님에게 틈틈이 경과 보고를 하면서 업무를 진행해 나갔습니다. 그러다 저는 다른 업무에 투입되었고, 해당 업무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배가 혼자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야근도 자주하고, 주말에도 출근을 하면서 고생을 참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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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어느 날 팀장님께서 나오셨습니다
. 팀장님께서는 실무자에게 다이렉트로 보고를 받으시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신입사원인 저에게 프로젝트를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선배는 당시 자리에 없었고, 저는 업무에서는 빠졌지만 내용에 대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진행 중인 업무를 뽑아 팀장님께 보고를 드렸습니다. 선배가 돌아 왔을 때 선배~ 팀장님 나오셔서 제가 결과물 뽑아서 보여드리고, 진행사항 보고 드렸어요~” 라고 말을 했습니다

  
  선배는 상당히 기분 나쁜 내색을 하고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 그리고 메신저로 관련 업무를 압축해서 제가 보냈습니다. “앞으로 이 업무 XX씨가 다 해요~” 라는 퉁명스러운 말투저는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왜 저래?” 라는 생각 뿐… 

  시간이 조금 흐르고 말 안 통하는 제가 답답했는지
, 선배는 그제서야 말을 이었습니다. 선배는 굉장히 섭섭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요지는 지금의 실무자는 선배이고, 거의 업무 시작 시점부터 혼자 일을 맡아서 했는데, 마무리 시점에서 다른 사람이 보고를 해버려서 기분이 안 좋았다고 했습니다. 잘 챙겨줬던 후배가 적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생각해 보니 제가 남의 실적을 가로 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게다가 보고할 때 마치 제가 담당자인 것처럼 행동했던 게 떠올랐습니다. 민망하고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선배의 말과 행동이 이해가 갔습니다. 당분간 선배는 저에게 아무 말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

 


  얼마 뒤 팀장님께서는 복귀하셨고, 저를 부르셔서 해당 업무 지시를 하셨습니다. 저는 많이 난처했지만 자초지정을 팀장님께 설명 드렸습니다. 그리고 선배가 팀장님과 함께 업무를 잘 마무리 했습니다.

  솔직히 위 사람 입장에서는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유치하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난처하고 당황스러웠던 일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당시에 저는 동료의 실적을 가로 챈 파렴치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선배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그 이후로 단독 업무가 아닌 일을 할 땐 더욱 신중을 기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선배와 다른 팀이 되었지만 여전히 업무적으로 협업하며 친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지금은 선배라기 보다는 친구에 더 가깝게 되었습니다. 역시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지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