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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팀장님의 마지막 촌철살인

직딩H 2011. 2. 10. 06:30

 지금까지 5명의 팀장님을 모셨습니다. 저는 모두 너무 좋은 팀장님을 만나서 행복한 직장생활을 했고, 또 여전히 좋은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팀장님이 능력도 좋으셨을 뿐만 아니라 인덕도 두루 갖추셔서 다른 팀원들의 부러움도 많이 샀습니다. 좋은 팀장님 밑에서 더욱 열심히 일을 했고,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도 주고 받을 만큼 가깝게 지내며 즐거운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 모셨던 팀장님 중에 유독 너무 진지하셨던 한 분, 회사에서 인정도 받으시고, 일 잘하시고, 신사적인 팀장님. 1년 반을 함께 일했는데, 저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분이셨습니다. 왠지 모르게 다가가기 힘든 그런 분~ 업무적인 이야기 외에는 거의 대화를 나눈 적이 없을 만큼 사적인 대화는 적었습니다. 그래도 업무적인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도와 주시고 지원도 많이 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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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던 어느 날 조직개편이 났고, 팀장님께서는 다른 부서로 가셨습니다. 송별회를 하게 됐습니다. 술 한잔씩 기울이며 팀장님께 팀원들이 준비한 선물도 전달해 드리고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팀장님께서는 팀원들에게 이런 저런 말씀을 하시다 제게 한 마디를 하셨습니다.

  “XXX씨
한테는 본받을 게 참 많아…” 라시며 말을 꺼내셨습니다. 저는 속으로 나한테는 별 관심도 없으신 줄 알았는데~ 왠 일이지?’ 라며 귀를 쫑끗 기울였습니다

  “
팀에서 유일하게 회화 수업도 자발적으로 듣고, 열심히 배우려는 모습은 본 받아야 된다는 말씀, 기분이 좀 좋았습니다. 저는 당시 4개월 간 사내 영어회화 수업을 듣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뒤이은 말씀,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잖아근데 XX씨 방통은 마쳤나요?”

저는 당황스러워서 ? 무슨 방통이요?” .^)/

 

  저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해 학과 전공을 살려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전공을 살려 일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요즘에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일 했는데왠 방통대 .^

 

  물론 팀장님께서 헷갈리실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하지만 함께 지낸 시간이 1년 반, 제가 서운한 건 방통대 문제가 아니라 무관심에 대한 서운함 이었습니다. 다른 팀원들 보다 관심이 적었다는 생각에 더욱 서운했습니다. 사실 방통대를 다니는 직원이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팀도 아닌 인사팀 직원이었죠.

 

  게다가 저는 진급 케이스였기 때문에 불과 얼마 전 제 이력을 분명 확인했을 터, 오히려 다른 팀 팀장님께서 놀게 생겼는데, 공부 열심히 했네~” 라며 격려를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서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팀원들 앞에서 창피하기도 했고, 마음이 어렸기 때문에 그 서운함이 더욱 컸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당시 팀장님과 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어찌나 깍듯하게 대해 주시는지…ㅎㅎ 제게는 1년 반의 시간이 마치 없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ㅎㅎ

 

  지금은 전혀 다른 새로운 팀장님을 만나 마음 편하고 정말 즐겁게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습니다. '내가 팀장님을 이렇게 좋아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말이죠. 말 한마디로라도 제 처자식들까지 챙겨주시는 팀장님께 항상 감사 드리고 있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떤 팀장님을 만나던 간에 제가 팀장님께 맞춰 생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너무 진지하시고 지극히 업무적인 팀장님 보다는 지금처럼 직설적이시고 화통하신 팀장님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