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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직장인 두 명 살린 커피숍 사장 아들

직딩H 2011. 2. 16. 06:30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마찬가지겠지만 월급 가지고는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맞벌이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외벌이로 자식들까지 부양하려면 어느 정도 재산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빠듯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 또한 외벌이를 하기 때문에 돈을 모으는 것은 거의 불가능, 현상 유지만 하며 살고 있습니다. 간혹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계에 보탬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상 큰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항상 머리 속에는 투잡~ 혹은 사업이라는 두 단어를 늘 넣어 놓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답은 그리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던 2010 7월의 어느 날 친한 후배 녀석과 함께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길에 부동산에 급매로 나온 커피숍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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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추천 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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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
(1 8)

전철 입구 대로변

월수입 : 400
권리금
, 보증금 5,500만원


  평소 저와 함께 늘 사업 구상을 해왔던 후배와 함께 바로 부동산에 들어 갔습니다
. 늘 그렇듯이 부동산 중개인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좋은 조건으로 저희를 현혹했습니다.

 

저희는 나름 침착하게

혼자 운영하면서 400이면 꽤 큰 수익인데, 왜 가게를 내놓았어요?” 라고 물었습니다. 중개인은 아들이 가게를 가끔 봐줬는데, 취직을 해서 혼자 하기 힘들어서 그만 두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재산도 좀 있고, 나이가 좀 있어서 이제 쉬려고 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위치는 왕십리 부근의 2호선 전철역 앞이었습니다. 일단 약속을 잡고 저녁에 가게를 보러 갔습니다. 사장님도 너무 좋았고, 저희 둘의 취조하는 듯 한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셨습니다.

 

  평일에 직장인 유동 인구도 많고, 재개발이 되어서 주말에도 유동 인구가 많다고 하셨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주변에 커피 전문점이 없었습니다. 길 건너에는 상권이 그리 활발하지 않았지만 일단 저희 둘은 흔들렸습니다.

 

  일단 돌아와 진지하게 계획을 세워봤습니다. 후배는 차를 팔아 마련해 둔 자금을 포함 적금을 보태면 3,000만원 정도가 마련이 되고, 저는 아파트 담보대출을 3,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와이프까지 합세하여 세부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르바이트를 쓰면 인건비가 만만치 않으니까 가게는 와이프가 보기로 했습니다. 당시 둘째를 임신 중 이었기 때문에 출산을 하게 되면, 후배 동생이 당분간 가게를 맡기로 했습니다. 주말에는 후배와 돌아가면서 가게를 맡고, 아침에는 직장인들을 겨냥해 김밥도 팔고, 머핀이랑 음료수는 코스트코에서 장을 보면 되고…. 등등 거의 이미 가게를 차린 것처럼 들떠있었습니다.
 

  저희는 거의 계약을 해볼까?’ 라는 마음을 먹고 다음주에 사장님을 다시 한 번 만나기로 했습니다. 인테리어도 손을 봐야 했기 때문에 인테리어업을 하는 친구까지 대동하고 가게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가게에 없고, 아들이 있었습니다. 커피를 시켜서 먹으면서 사장님을 기다리다 좀 늦어져서 아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값진 답변을 듣고 말았습니다.

계약 하시기로 하신 거예요?” 라고 물으며 오히려 저희에게 얼마에 하기로 하셨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저희가 얘기를 했더니 엄마도 참~ 권리금 받지 말랬더니…” 라는 말을 시작으로 월 매출 400이라는 말에 여기 장사 안 되요. 200벌기도 힘들어요. 오늘 10만원도 못 벌었습니다. 주말엔 교회 다니는 사람 몇 명뿐이고 사람도 없어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젊으신 분들 같아서 제가 솔직하게 말씀 드리는 거니까 엄마한테 제가 이런 말 했다고 하시면 안 되요라며 장사가 안 돼서 가게를 내놓은 거예요라며, 마지막으로 안 하시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말로 마무리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가게를 나왔습니다. 솔직히 월수입 400은 믿지도 않았지만, 생각해 보니 열정만이 너무 앞선 섣부른 결심이었던 거 같았습니다.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대출까지 받아 무리하게 사업을 한 다는 것도 그랬고, 한 번 가보고 쉽게 결정을 하려고 했던 것도 무모했던 것 같았습니다. 사업을 해본 적도 없는데, 급매물이라는 말에 너무 급하게 움직였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아들의 말이 사실이었던 아니었던 간에 다시 한 번 깊게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정말 귀가 얇은 저희는 “어쩐지 너무 싸더라...ㅡ.ㅡ^ 이건 아니야? 그치라고 서로를 위로하며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창업 카페 등을 돌아 다니며 뒤 늦게 정보를 보니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 사업이라는 것을 하려면 최소한 6개월은 준비를 하면서 챙겨야 할 것도 정말 많았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왜 퇴직하신 분들이 사업을 한다며 퇴직금을 사기 당하는지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이라는 타이틀만 걸쳤지 아직은 철없는 아빠가 가족들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의 철없던 사업 계획은 이렇게 조용히 막을 내렸습니다. 지금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을 하든지 매사에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