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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선, 인생의 진리가 담긴 믿을 수 없을 만큼 얇은 책

직딩H 2011. 2. 19. 07:00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 치우고 대학원을 다닐 때 백수라는 허탈함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다. 당시 대학원에서 만난 동기 누나와 진로 및 고민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약대 출신인 누나는 아무 걱정이 없어 보였지만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약국에 앉아서 하루 하루 보내는 것에 대해 염증을 느껴 약국을 나와 대학원에 진학한 것이었다. 누나는 힘들어 하는 나에게 책 한 권을 권해줬다. 정말 뜻밖의 책이었다. 애들이나 읽을법한 책 <톨스토이 단편선>이었다.

 

XX씨 제가 자주 읽는 책인데,

힘들 때 읽으면 의외로 도움이 많이 되요~”

 

  도서관에 앉아서 과제를 하다가 지루해 누나가 권해준 책이 생각나 책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한 번에 쭉~ 읽어내려 갔다. 왠지 모를 희망과 용기가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TV를 보든 영화를 보든 책을 읽던, 자기가 처해진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의미는 천차만별인 거 같다. 그래서 나는 당시 이 책을 더욱 의미 있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책을 읽고 일기장에 끼적거려놨던 나의 상념들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봤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해답

  

  책을 편안하게 서너 장 읽어갈 때쯤 이 이야기는 나에게 아주 친숙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았다. 중학교 시절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서 했던 연극. 세몬과 마트료나 그리고 내가 맡았던 천사 미하일. 세 명의 주인공으로 꾸며졌던 연극이었다. 이 때만해도 난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 가에는 관심이 없었다. 인간은 돈으로 살아갈까? 명예로 살아갈까? 시원한 해답이 없는 의문만을 품고 살아가던 나에게 던져진 가슴 따듯한 해답. 인간은 사랑으로 살아 간다는 평범한 진리. 인간의 내부에 있는 것은 사랑이며,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자기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지혜라는 것, 그리고 인간은 스스로를 걱정하는 마음으로써가 아니라, 사랑으로써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바보이반>은 천재였다

 

 

  때로는 바보가 진정한 영웅이다.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명석한 두뇌와 남을 이용할 줄 아는 엉뚱한 지혜가 필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진정한 바보가 진정한 영웅이자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바보가 되어보자. 가끔은 바보처럼 웃어보자. 세상은 바보를 무시할지 모르지만 바보는 그러한 사람들까지 다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가끔씩 바보처럼 웃어보자 오만과 편견에서의 '빙리'씨 처럼...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대학원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할 때,

13층 건물을 오르내리던 시절 엘리베이터에서 보았던 글귀다.

 

처음부터 험난한 길을 택한 사람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버리는 일에 행복을 느끼고,

처음부터 평탄한 길을 택한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면서 행복을 느낀다.

 

전자는 갈수록 마음이 넉넉해 지지만 후자는 갈수록 마음이 옹졸해진다.

 

  인간의 욕심과 욕망은 끝이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깜냥만큼만 하자!!  자신이 필요한 땅은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옹졸해 지지 말자. 그리고 행복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 되어보자.

 

 

<슬기로운 소녀>는 자아 성찰의 표본

  

  긴 말이 필요 없는 이야기다. 누구든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고서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 뒤끝이 없는 어린아이와 끝을 보고 마는 어른들의 세상. 나는 지금 중간에 서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슬기로운 어린아이가 되어보자.

 

 

<세 가지 의문>으로 얻은 인생의 정답


모든 일에서 가장 적절한 시기는 언제일까?

 

어떤 인물이 가장 중요한 존재일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위 세가지 의문에 대한 정답이 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명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 가장 적당한 시기란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이라는 시간만이 우리 인간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내 앞에 있는 바로 그 사람' 이다. 가장 중요한 일이란 '타인에게 선행을 베푸는 일'이다. 오직 그것만이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의미이다.

 

  5가지 단편 속에 인생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언급한 글의 제목만을 봐도 어떤 내용인지 알 것이다. 만약에 너무 어린 시절 <톨스토이 단편선>을 읽어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면 다시 한 번 책을 꺼내 들길 바란다. 그 때와는 다르게 정말 새로운 인생의 교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