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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날벼락이 불러 온 가정의 풍파

직딩H 2011. 2. 24. 06:30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하기 싫은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기 싫은 술 자리에서 술을 마셔야 할 때, 내 일이 아닌 업무를 해야 할 때, 주말에 나와야 할 때, 원치 않는 부서로 발령을 받을 때등 다양한 일들이 비일비재 한 곳이 직장입니다. 저는 제일 싫은 것이 바로 원치 않는 술자리 입니다. 술자리를 즐기긴 하지만 술을 잘 못 마시기 때문에 자유로운 술자리가 아니면 그다지 달갑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끝까지 달려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작년
3월의 어느 금요일 이었습니다. 친한 동료 4명과 술을 마셨습니다. 퇴근 후 종로의 한 술집으로 가는데, 팀 회식을 가는 다른 팀 사람들과 마주쳤습니다. 그 팀에는 저랑 친한 동기가 있어 회식 끝나고 전화를 하라고 슬쩍 말하고 저희의 목적지로 갔습니다. 1차로 맥주를 마시고, 2차로 노래방에 갔습니다. 노래방에 가는 도중에 저희와 합류하기로 한 다른 팀 동기에게 문자를 남겼습니다. 동기는 곧 끝날 거 같다며 빨리 온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한 참 지났는데
, 오질 않아 문자를 몇 번 더 남기다가 전화를 했습니다.

저는 동기가 전화를 받자마자 너 왜 안와??” 라고 성급한 말을 했습니다.

 

동기 : “너 누구냐?”

: “모야~ 아직 안 끝났어?”

동기 : “너 누구야? XXX이다 

: “~ 팀장님 XXX입니다” (대략 난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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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쩔 수 없이 팀장님께 이실직고 이야기를 해야 했습니다. 팀장님께서는 제가 누구랑 있는지 확인을 하시고….”니네 4명 다 튀어와~~”라는 말씀을 남기고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저희는 정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빠졌습니다. 잠시 뒤 동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 나 화장실 간 사이에 팀장님이 전화 받으셨는데, 빨리 다 오라고 그러시는데ㅡㅡ^”

 

  안 간다고 '버럭'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데, 계속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부르던 노래를 접고, 그쪽으로 갔습니다 

 

회식은 이미 끝났고, 동기와 팀장님을 포함 세 분이 계셨습니다. 저희 넷은 어쩔 수 없이 합류를 하게 됐습니다. 저에게는 이미 2차에서 끝난 술자리가 다시 시작 됐습니다. ㅠ.ㅠ 저랑 함께 간 동료들이 대부분 다른 팀의 막내들이라 팀장님께서는 이런 저런 좋~은 이야기를 해 주시며 거부할 수 없는 술잔을 돌리셨습니다. 소주도 마시고, 사께도 마시고, 맥주도 마시고팀장님도 좀 취하신 거 같아 만류 하였지만 이미 발동이 걸린 분위기를 제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술을 잘 못 마셔 동료들이 대신 마셔주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 화장실을 오가며 오바이트를 해가며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노래방에 가게 됐습니다. 노래방에서 제 위 속에 추가 된 양주 몇 잔에 저는 쭉- 뻗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후배네 집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 결혼 후 첫 외박바로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집에서 걸려온 수십 통의 전화가 곱게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형 어제 너무 취해서 내가 데려왔어전화 계속 와서 형수랑도 내가 통화 했어.^”

 

  더군다나 와이프는 둘째를 임신 중에 있었습니다. 벌렁거리는 가슴으로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퉁명스러운 한 마디 !” 와이프는 화가 단단히 났습니다. 들어오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시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아, 문자도 여러 통 남겼습니다.

 

  “술이 너무 취해서미안해~ 잘못했어~ 무릎 꿇으라면 꿇을게~ 시키는 거 다할께~ 나 속이 너무 쓰려~ 나 아파~ 데리러 오면 안돼?(이 문자는 저도 제가 왜 남겼는지 모르겠습니다)… 등등 

   

얼마 뒤 전화가 왔습니다. 나 한숨도 못잤어! 어제 어디서 모했어? 솔직히 말해!!”  

   창피했지만, 구차하게 어제의 일을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저는 나름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ㅡ.ㅡ^ 성격이 좀 쿨한 와이프는 술을 잘 못 마시는 저를 알기에~ 제가 불쌍해 하는 모습에 정말로 저를 데리러 왔습니다. 저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얼굴 꼴 좀 봐라~ 쯧쯧~” 그리고 끌려가듯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주말 동안 저는 열심히 밥하고 설거지와 빨래를 하면서 봉사하고, 딸내미랑도 자상하게? 놀아주고~ 당분간은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평~생 외박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답니다.

 

  난생 처음으로 정신을 잃은 그날 이후 저는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무리한 술자리에서 자신을 지킬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원치 않는 무리한 술자리에 시달리시는 직장인 여러분~ 현명한 방법으로 자신을 지키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