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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노동과 가사노동의 가치를 비교할 수 없는 이유

직딩H 2011. 3. 22. 07:00

 


  전업주부로 전향한 와이프에게회사가 힘들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관두고 싶다. 살림이나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와이프는 묵묵히 제 말을 들어줍니다. 저는 혼자 직장을 다니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 그래서 힘든 직장생활을 견뎌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두 명이 되고 주말이나 휴일, 휴가 등을 지내면서 직장생활의 노동보다 힘이 드는 것이 전업주부의 노동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저는 새벽 5 40에 기상해서 출근을 합니다. 그리고 7~ 7시 30 사이에 퇴근을 합니다. 주중에 학원도 다니고 회식도 하고, 동료들과 어울리기도 하면서 2~3일은 늦게 들어가곤 합니다. 어떨 때는 일주일 내내 늦을 때도 있습니다. 주말에도 경조사에 회사 일에 밖으로 나갈 때도 있습니다. 직장인인 저는 사실 결혼 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참 단조로운 직장생활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와이프는 새벽에 저와 일어나 간단한 아침을 준비해 줍니다. 그리고 아침 7시 반에 다시 기상을 해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9시쯤 첫째를 어린이 집에 보냅니다. 그리고 떨어지지 않는 둘째를 업고 청소, 빨래를 하고 장도 보고, 다림질도 하고 외부에 볼일을 보러 나가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첫째가 돌아올 시간이 됩니다. 씻기고 밥 먹이고, 책 읽어주고 하다 보면 저녁 준비를 할 시간이라고 합니다. 애 둘한테 시달리면서 남편이 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아이들이 빨리 잘 때는 그나마 낫지만 늦게까지 자지 않고 남편까지 늦을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너무 힘들어서 울면서 이모한테 전화를 해 이모가 와서 데려간 적도 있습니다.

 

  가사노동은 누구나 다 하고 사는 것 같지만 참 만만치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10년 차 선배()는 애가 둘이 있습니다. 선배는 육아 휴직을 1년 정도 했습니다. 애 둘을 키워야 해서 회사를 관둘까도 생각했지만, 살림하고 아이들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 회사로 다시 돌아왔다는 말을 했습니다. 선배는 회사는 결혼한 여자의 안식처야라며직장생활보다 애들 키우면서 살림하는 게 훨씬 어려워~”라고 말했습니다. 어느정도 공감이 되었습니다.

 

  와이프도 둘째가 조금 크면 예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2~3일 이라도 파트타임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계속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직장을 관두고 근 4년을 살림만 하다 보니 사회생활이 너무 그립다고 했습니다. 사회생활이 그리워 지는 건 육아보다는 사회생활이 더 마음 편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살림을 절대로 등한시 하지는 않지만 가끔은 활기차게 사회생활을 하던 모습이 떠올라 안타깝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선 참 어려운 일입니다.

 

  직장생활은 더러우면 때려 칠 수라도 있지만 가정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변화 없이 늘 반복되는 일상과 똑 같은 일이 더욱 지겹고 힘겨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중한 가사노동에 대한 스트레스에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는 와이프를 보면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주말에 함께 애들을 보던지 어린 둘째까지 데리고 외출을 몇 번 나가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나는 회사를 다녀서 힘들고 지치고 늙는 게 아니라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정말 편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라는 것을

 

  결혼 초 와이프가 직장을 관두고 전업주부가 되었을 때 솔직히 부담이 되기도 했고, 집안에 있으면 할 일도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살림도 열심히 하면서 힘들게 아이들까지 잘 키워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하는 직장생활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두가 이와 같이 똑 같은 생활을 하고 살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업주부라는 직업, 결코 우습거나 만만하게 볼 게 아니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전업주부는 남편과 자식들을 키우고 한 가정이라는 조그만 회사를 운영하는 가정의 CEO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돈을 아껴 쓰라고 하고 싶기보다는 많이 가져다 주고 펑펑 쓰라고 하고 싶은 심정 입니다. 남편들이 아이에게 신경을 덜 쓰면서 사회생활을 별 탈없이 할 수 있는 것은 내 가정의 CEO가 운영을 잘 하고 있는 것 때문이 아닐까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가사노동의 가치가 현저하게 저평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직장노동보다 전업주부인 와이프가 몸담고 있는 가정의 가사노동이 더욱 힘들고 가치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에 공감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개인이 처한 환경에 차이가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주부들의 가사노동이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힘들다는 건 사실 입니다. 

 
오늘 하루는 가사노동의 가치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고, 집에서 어린 직원들을 두고 힘들게 작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와이프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아내들은 남편의 작은 관심과 격려에 큰 힘이 난다고 하니까요. ^^ 가사노동의 댓가, 물질적인 것 보다는 남편의 사랑이 더욱 큰 가치가 있는 것 않을까요? ^^

 

가사노동
  취사·세탁 등과 같은 육체적인 노동뿐만 아니라 가계부의 정리나 식단짜기 같은 정신적·관리적 노동도 포함된다. 수유·아기보기 등 육아에 관한 일을 포함시킬 때도 있다. 가사노동은 개개의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사적인 노동이라는 점에서 보통의 생산노동과 구별된다. 가사노동의 종류와 내용은 다양하여, 처리해야 할 일이 계속해서 생기므로 시간과 노력이 담당자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데, 사회적 생산을 위한 노동력 생산에 불가결함에도 불구하고 가정 내부에서의 사적노동에 지나지 않고, 게다가 직접 임금으로 환산되는 것이 아니므로 경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가사노동의 기계화, 가정의 민주화, 가사노동의 사회화 등의 경향이 두드러져서 가사노동에 드는 노력과 시간이 점차 감소되어 가고, 물품의 구매라든지 관리적인 노동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