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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뼈에 금간 여친이 속초해수욕장을 찾은 이유?

직딩H 2011. 8. 18. 07:00

  며칠 전 가족들과 설악으로 23일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속초 시내를 지나다 속초해수욕장을 보니 20대 시절의 철없던 휴가가 떠올랐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했던 강원도에서의 추억. 아찔했지만 즐거웠던 순간.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펜을 들어 봅니다.^^

 

  여자친구가 없던 몇해 전, 친구들과 함께 휴가를 떠난 적이 있습니다. 일행은 친구 두 명과 친구의 여자친구, . 이렇게 4명이었습니다.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되는 7월 말이라서 저희는 밤 11시쯤 출발을 했습니다. 휴게소도 들러서 간식도 먹고 천천히 운전을 하면서 새벽 5시쯤 되어서 속초에 다다랐습니다.

 

  새벽녘이라 도로에는 차가 한대도 없었습니다. 가로등 불빛도 희미한 도로를 마음 편하게 달리고 있을 무렵, 좌측 풀숲에서 이상한 불빛이 보이더니 커다란 승용차 한 대가 튀어나왔습니다.

 

  ~~ 뭐야~!!!!!!!!!!!!” 라는 짧은 비명과 함께 핸들을 틀었지만….  그 차는 순식간에 제 차의 옆구리를 들이 받았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친구들을 돌아보니 저를 비롯 남자 세 명은 비교적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뒷자리에 누워있던 친구의 여자 친구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일단 차에서 내려 가해 차량으로 갔습니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사람은 다리를 다쳤다며 움직이지 못했고, 운전자는 걸어 나왔습니다. 20대 초반의 남자…. 가까이 다가 오자 술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뭐야? 술 마셨잖아?...” 라는 말이 순간적으로 튀어나왔습니다.

당당한 운전자 曰 : 한 잔 했습니다…”

너무 술에 취해서 정신이 없어 보였습니다.

 

  119를 부르고 경찰서에 신고를 했습니다. 새벽 내내 파출소에서 조서를 쓰고 나왔습니다. 파출소에서는 병원부터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습니다. 속초시의 한 병원에서 간단한 엑스레이를 찍었습니다. 저희는 경미한 타박상 그리고 목, 어깨 등 근육이 좀 놀랬을 뿐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여자친구는 코뼈에 금이 갔습니다. 코를 다친 친구만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고 병원에서 나왔습니다. 차는 공업사에 들어가있고, 버스와 택시로 움직여야 했습니다.


   밝아오는 햇살에 더욱 망연자실한 저희는 속초터미널로 행했습니다. 친구 여자친구의 파랗게 멍든 코가 햇살 속에서 더욱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표를 끊으려는 찰나에 쿨~한 친구의 여자친구가 한 마디 했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 아쉽지 않냐? 바로 옆이 해수욕장인데, 좀 놀다 갈까??”  

  사실 저희는 괜찮았지만, 여자 친구의 코가 걱정이 되어 돌아가려던 것이었습니다.


 
정말 괜찮겠어??” 라고 몇 번을 물은 뒤 속초해수욕장으로 향했습니다. 모래찜질도 하고 땅콩보트, 바나나 보트도 타고, 일광욕도 했습니다. 바닷물에 몸을 담그니 사고가 난 것도 잊어버릴 듯 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신나게 놀고 버스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하루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을 겪어 버스에서는 시체처럼 골아 떨어졌습니다 


   코를 다친 친구는 입원과 통원치료를 받으며 40여 일이 지나서 코가 완쾌되었고, 저희는 하루 동안 입원을 했다가 퇴원을 했습니다. 며칠 뒤 수리 된 차를 찾으러 다시 양양으로 내려가 12일의 짧은 휴가를 즐기고 돌아왔습니다.


   생각해보면 젊었기에 가능했던 일, 지금 같았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젊음의 열정 하나만으로 교통사고 후에 해수욕장으로 향했던 그 때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저희는 교통사고의 상처와 후유증은 동해 바다에 던져버리고, 그 때의 추억만을 기억하며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