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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회사를 관둘 수 없게 만드는 우리팀 회의

직딩H 2011. 8. 25. 09:31

 

  지난해 7월 새로운 팀장님께서 오시면서 저희 팀은 9명의 팀원으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팀원이 많은 만큼 하는 업무도 다양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를 열심히~ 그리고 묵묵히 하는 편이었고, 가까운 자리가 아니면 크게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습니다. 가끔씩 이어지는 회식자리나 팀점심으로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교류?만을 유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올 6월 말부터 저희 팀에는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의 방침으로 비즈니스 매너를 위한 데일리 미팅이 시행되었고, 매주 1회씩 1-2시간 정도의 회의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회의 내용은 일상업무에서 벗어난 주제를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매번 주제가 달랐고, 팀장님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는 자리입니다. 

 

  처음에는 듣기만 해도 지겨운 회의라는 단어 때문에 거부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회의를 진행하다 보니 형식적인 회의가 아닌 말 정말 자유로운 회의였습니다. 서로(동료)에 대한 이야기, 여행에 대한 이야기, 내가 하고 싶은 일, 갖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등의 개인에 대한 이야기로 회의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러면서 1년 동안 잘 몰랐던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고, 점점 더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깝게만 생각되었던 시간이 이제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고, 불편했던 자리도 지금은 너무 자연스러운 자리가 되었습니다.

 

  최근 회의에서는 건강에 대한 이야기로 회의를 하게 되었고,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우리 팀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의견들

 

  월 1회 등산, 아침체조 같이하기, 63빌딩 계단 완주하기, 계단으로 출근하기, 마라톤 참가, 술 없는 회식, 아침 꼭! 먹기, 땀 흘리는 운동 주3회 이상 하기, 21 이후 냉장고 문 열기 금지, 스포츠 댄스 배우기, 독서 토론(한 달에 1), 문화활동 하기 등.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하는 직장인들이기 때문에 더욱 활발하게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다 실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몇 가지만 정해서 다음 날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계단으로 출근하기. 저희 팀은 10층 정도의 높이가 되는 8층에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 헥헥거리며 출근하는 팀원들.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라며 서로 격려를 하고 있습니다.

 

아침체조. 회사 방송이 시작되기 전 TV에서는 체조가 나옵니다. 따라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팀만 모두 일어나 열심히 따라하고 있습니다. 계단으로 출근 그리고 상쾌한 아침체조까지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독서토론. 신입사원 때도 1년 정도 한 적이 있지만 거의 강압적으로 진행되던 거라 큰 흥미가 없었습니다. 제가 독서토론 담당을 하게 되었고, 이미 책도 선정해서 열심히 팀원들이 읽고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책 안 읽지…” 라는 긍정적인 동료들

 

문화활동. 저희 팀은 다음 주 화요일 날 단체로 영화 최종병기 활을 보기로 했습니다. 문화동우회에서 영화를 단체로 보러 간 적은 있지만, 같은 팀 모두가 움직이는 것은 처음입니다. 정신적인 건강에 물론 좋겠죠?

 

등산하기. 9월 말 저희 팀은 MT를 떠나고 다음 날 등산을 하기로 했습니다. 상쾌한 가을 바람을 쏘이며 호연지기를 만끽하게 되겠죠? ㅋㅋ

  

  이 밖에도 일주일에 3 30분 이상 운동하기, 냉장고문 안 열기 등은 개인적으로 지켜나가기로 했습니다. 개인의 건강이 곧 팀의 건강. 팀의 건강이 회사의 건강 아니겠습니까? 또 회사를 다니는게 즐거우면 업무의 능률도 오르기 마련아닐까요? ^^ 

 

  언제까지 우리들만의 이러한 약속이 지켜질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팀원들이 모두 모여 아이디어를 내었고,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실천하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뿌듯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어제는 후배와 퇴근을 하면서 이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난 이제 회사 못 관둘꺼 같애팀원들하고 너무 가까워지고 있어팀장님도 너무 좋지 않냐? ㅋㅋㅋ ”  후배도 저도 요즘 그래요. 회사에서 직원들 못 관두게 하려고 이런 방침을? ㅋㅋㅋ” 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언제든 더 좋은 회사로 이직 해야지라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러한 생각을 서랍 속 깊은 곳에 넣어놓고 살고 있습니다. 정말 단순하지만 감성을 파고드는 우리 팀만의 회의. 팀원들이 회사를 관둘 수 없는 이유가 되어 버렸습니다. ^^

 

“There’s something about my t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