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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던 후배를 갑자기 싫어하는 선배의 기막힌 이유

직딩H 2012. 7. 4. 06:30

 

 

  얼마 전 친한 선배 한 명이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39살의 나이에 더 큰 미래를 위해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났습니다. 이 선배는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 저를 유난히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헤어짐이 너무 아쉬웠을 정도로 깊은 정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배와 처음 악연을 맺게 된 이유는 정말 기가 막힙니다. 그 이유를 저는 3년이 지난 후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2006년 지금의 회사에 입사를 한 저는 XX팀에 발령을 받았습니다. 제가 속한 팀에는 또래들이 많아 팀원들과 금새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보다 1년 먼저 입사한 女 선배와 친해지게 됐습니다. 물론 선배는 솔로였습니다. 업무 분야도 비슷했고, 둘 다 일이 많아 함께 주말에 회사 나오기를 여러 번. 일하러 나와 항상 밥도 같이 먹고, 영화도 자주 보곤 했습니다. 평일에는 치킨에 맥주 한 잔은 기본이었습니다. 업무적인 면에서도 언제나 멘토처럼 친절하게 도와 주었고, 어느새 회사 밖에서는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입사 초 유독 저에게 관심을 가져 주시던 4년 선배(男) 대리님이 있었습니다. 물론 선배는 솔로였습니다. 함께 업무를 하며 친해졌고, 점심을 함께 먹는 시간도 술자리를 갖는 횟수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마치 친 형처럼 잘 해주셨습니다. 저는 ‘선배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 나갈 정도로 선배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선배가 절 대하는 태도가 조금 차가워 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나’ 라고 생각하며 그냥 넘어 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사도 받지 않고, 눈도 안 마주치고, 아주 딴사람 같았습니다. 저는 선배한테 서운하기보다는 ‘내가 무슨 큰 잘못을 했나’라는 생각에 정말 속상하고 괴로웠습니다. 그렇게 선배와는 자연스럽게 조금씩 멀어지게 됐습니다.

 

  3년이 지난 후 저는 우연히 선배가 저를 그렇게 싫어한 이유를 알고 경악했습니다. 지난 시간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가며,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습니다. 제가 제일 친하게 지내던 여자 동료와 저를 챙겨 주던 대리님과 CC였던 것입니다. 회사에서 사귀는 것을 철저하게 비밀로 해왔던 비밀 커플 이었습니다. 헤어지고도 일년이나 지난 후에 우연히 여자 선배에게 듣고 알게 됐습니다.


  너무 늦었지만(3년만…) 상황 정리가 바로 됐습니다. 제가 입사했을 땐 연애 초기 때였습니다. 근데 아무것도 모르는 팀 막내는 지독하게 여 선배와 붙어 다니며 밥도 자주 얻어 먹고 술도 얻어 먹고, 그것도 모자라 주말에도 나와 같이 일하고, 또 밥 먹고 영화도 보고.... 그리고 가끔씩은 정말 눈치도 없이 셋이서 영화를 보고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가곤 했습니다. 정말 민망하기 그지 없습니다. ㅡㅡ^  어느 주말, 여 선배와 같이 나와 함께 일을 하고 저녁 무렵에 함께 영화를 보러 가던 중에 남자 선배를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그 날 저는 너무도 당당하게 “선배, 우리 영화 보러 가는데, 같이 가실래요?” 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선배가 왜 그 때 똥씹은 표정을 지었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남자 선배가 저한테 잘해준 것도 여자 친구인 저희 팀 선배가 저를 잘 챙겨주라고 그래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눈치 없는 제가 도가 좀 지나치게 선배의 여자친구랑 붙어 다닌 거였습니다. 사실 저는 여자 선배랑 너무 친하게 지내 둘이 사귀냐는 이야기까지 들었습니다. 저는 당시 공식적인 여자 친구가 있어 상관이 없었지만 아무 말도 못하고 그런 얘기까지 들어야 하던 두 선배는 속이 말이 아니었을 겁니다.


  시간이 정말 많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약인가 봅니다. 흐르는 시간 속에 그 둘은 지금 남남이 되었고, 한 명은 머~언 타국 땅으로 떠나있지만, 함께 근무하던 최근까지 저희 모두 친하게 잘 지냈습니다.


  남자 선배는 저한테 "그 땐 너 진짜 싫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요??” 라는 저의 물음에 "지금은 좋아" 라고 답해 주시던 선배가 그립습니다. 


  눈치 참~~~ 없었던 신입사원~ 저라도 저 같은 놈 정말 꼴 보기 싫었을 겁니다. 그 땐 정말 미안했습니다. 선배님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검색

 

 

이 글은 특허청 블로그 ‘아이디어로 여는 세상에서 원고를 부탁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 원문 보기 Go!Go! : http://blog.daum.net/kipoworld/3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