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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스캔들, 볼수록 빠져드는 5인 5색 신들린 캐릭터

직딩H 2013. 5. 31. 10:43

 

  연극 시작에 앞서 길쭉한 남자 배우(우진)가 나와 관객들과 연극 관람 전 호흡을 맞춘다. 관객들과 간단한 게임을 진행하며, 선물도 증정한다. 관객들은 눈과 귀와 입을 포함 온몸으로 워밍업을 하며 연극 관람 준비를 마쳤다. 길쭉한 남자 배우의 등장과 함께 연극 스캔들의 막이 올랐다.

 

  연극 스캔들은 5명의 젊은 남녀가 얽히고 설킨 엉뚱하고 황당한 애정 스캔들이다. 재미있고 웃겨야 하는 코믹극의 당연함을 넘어, 유치함까지도 유쾌한 반전으로 이끌며 관객의 시선을 마구 사로 잡는다. 극이 흘러갈수록 결말에 대한 궁금증은 증폭되고, ‘과연 어떤 결말로 막을 내릴까를 상상하며 연극에 빠져들었다.

 

  지루할 틈없이 물 흐르듯 흘러가는 연극 스캔들의 내용과 짜임새 있는 구성도 물론 매력적이었지만, 이 연극을 더욱 완성도 있게 이끄는 다섯 배우의 미친 존재감에 나는 더욱 매료됐다. 배우들의 과하게 넘치는 열정으로 더욱 빛이 나는 연극 스캔들. 

 

 

  가장 눈길을 끄는 배우는 제시카(박하연)였다. 훤칠한 키에 늘씬한 몸매 이국적인 외모로 남성 관객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 잡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머리에서 쇠 소리가 날것만 같은 말투와 흐느적거리는 모델 워킹은 그녀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180도 바꿔 놓는다. 때문에 관객은 처음에 도도해 보였던 외모와 달리 너무도 인간적인 그녀에게 금방 빠져들어 버린다. 눈이 풀린 제시카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어설픈 연기(컨셉?)와 무식한 말투로텅빈여자의 저렴한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며 계속해서 웃음을 유발한다.  

 

  상냥함과 도도함에 섹시한 눈빛까지 갖춘 고은(강선미)은 강렬한 카리스바와 배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듯한 시원스런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특히화냈다, 웃었다, 울었다, 애교를 부렸다, 소리쳤다를 반복하며 보여주는 흡사 조울증 같은 모습으로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한다. 극의 마지막에 보여주는 순진하고, 약간은 모자란 듯한 모습까지 그녀의 매력은 끝이 없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그리고 그녀의 독사 같은 눈빛. 연극이 끝나도 강렬하게 남아있다.    

 

  연극의 소금 같은 존재, 매력덩어리 요리사(진선미)를 빠뜨릴 수 없다. 여자 배우라면 누구나 마음껏 꾸미고 싶을 터. 그녀는 화장기 없는 얼굴, 어설픈 파마 머리에 촌스러운 복장과 주황색 양말까지  요리사는 무대에서 여자 이길 포기했다? 그러나 그녀는 천상 배우였다. 각양 각색의 퍼포먼스와 애드리브와도 같은 재치 있는 입담으로 관객들을 계속해서 즐겁게 해준다.

 

 

  20년 우정을 간직한 우진(김주일)과 주일(문혁)도 극의 중심에 서서 여배우들과 찰떡 호흡을 선보이며 시종일관 재치 있는 입담을 보여준다. 특히 우진의 어설픈 바람둥이 역할은 불륜남에 대한 관객의 비난을 무난하게 피해간다. 오히려 그의 바람기보단 과도하게 귀염성 있는 연기에 여성 관객들의 시선이 꽂힌다. 순박한 교수 주일은 가장 많이 소리 지르고, 가장 많이 움직이며, 가장 많이 괴로워하는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연극이 시작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히고, 옷은 점점 땀으로 물들어 갔다. 온 몸을 던져 열연한 열정과 몰입에 박수를 보낸다. 연극이 끝나갈 때쯤 주일은 처음 등장할 때의 느끼하고 촌스러운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매력이 철철 넘치는 배우가 되어 있었다.  

 

  

  연극 스캔들은 결국 다섯 남녀의 좌충우돌 막장 러브 스토리다. 그러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은 굉장히 재미있다. 말도 안 되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만 관객들은 거부감 보다는 그 황당한 상황에 빠져든다. 물론 결론도 황당하지만 나름 해피엔딩이다. 누구나 한 번쯤 상상쯤은 해봤을 외도! ‘불륜도 저렇게 재미있구나!’ 라는 걸 보여주는 코믹 연극. 바로 스캔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