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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 예절을 가르친 3살배기 딸

직딩H 2010. 9. 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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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개월 딸내미는 유난히 말을 잘합니다. 애들을 가르치던 엄마 덕분에 뱃속에 있을 때부터 수업을 들었고, 책을 너무 좋아하는 엄마 때문에 애도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직장을 관둔 엄마가 아이에게 책과 친해지는 법과 공부를 너무 재미있게 가르친 결과이기도 하고요.

 

  이런 딸내미,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도 혼자서 어찌나 말을 잘하는지, 엄마들의 부러움을 사기 일쑤죠. 어린이 집에서는 25개월 때 또래들과 말이 안 통해 4살 반으로 월반을 하기도 했답니다. 가르쳐주는 것들은 곧잘 따라하고 인사는 시키면 시키는대로 어찌나 꾸뻑꾸뻑 잘하던지~~ 정말 기특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인사를 안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민한 아빠,

 

하랑아 인사 왜 안해~” 물어 봤습니다.

하랑이는 그냥~” 혹은 안해도 돼”, 아니면 쑥스러워서~”

 

  이렇게 대답을 하곤 했습니다. 그냥 몇 번 지나쳤습니다. 그러다 한 10일정도 하루 종일 애와 붙어 지내게 됐습니다. 그런데 엄마와 병원을 가서도, 할머니를 만나도, 이모부를 만나도, 슈퍼를 가도 절대로 인사를 안하는 겁니다. 말로 몇 번 타이르고 심지어는 하도 뺀질거려서 쥐어박기까지 했습니다. 애 엄마는 억지로 시키면 더 안한다고 그러지 말라고 했습니다. 어린애한테 너무 많은 걸 요구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틈만 나면 타이르고 약속하고 했습니다. 와이프는 조금 지나면 다 하게 된다고 억지로 시키지 말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런데도 ‘엄마, 아빠가 인사를 잘하는데, 애가 왜 보고 배우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그러던 어느날 식탁에서 딸내미가 결정적인 말을 내뱉었습니다.

 

아빠는 왜 엄마한테 잘 먹겠습니다~ 안해요?”

그리고 다 먹고 난 후,

잘 먹었습니다~ 해야지...” 라더군요.

 

  부모 된 입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예절을 잊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이프가 해주는 밥 당연한 듯 먹고, 어머니 댁에 가서도 당연하게 인사도 없이 받아먹고, 식당에서도 그랬고... 그러면서 애한테만 잘 먹겠습니다~ 해야지”, “잘먹었습니다~ 해야지~”, “인사 해야지~착하지~” 라고 강요 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한 소리 하시더군요.

 

집에서 니들이 인사를 안하니까, 애도 안하지…”

 

  당연한 걸 가지고 애 구박한다고... 하랑이가 인사를 안하는게 근본적으로 엄마, 아빠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모습에서 자식에게 모범이 되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불끈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우리 세 식구는 모이면 쑥스럽지만,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를 달고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 댁에 갔을 때, 어머니께서는 수십 년 만에 제 인사를 받으시며 좋아하시더군요.


                                                           :: 마치 인사를 하듯 혼자 놀고 있네요~ ::


가끔씩 깜박하고 인사를 빼먹으면 딸내미가

~먹었습니다~라고 해야지~~” 라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딸내미도 인사하는 재미를 붙였고, 슈퍼를 가도 미용실에 가도, 꽃집에 가도, 약국을 가도 인사를 잘도 하더군요. 제가 인사를 안하면 아빠 왜 슈퍼에서 인사 안했어~~” 라며 콕 찝어내기도 하고요~ 요즘에는 와이프가 산후조리 중이어서 도우미 아주머니께서 안오시는 빨간 날에는 제가 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그 때도 엄마가 인사를 안하면 엄마, 아빠한테 잘 먹겠습니다~ 해야지~” 라고 한답니다. 그리고 우리 딸 요즘 아빠가 세뇌시킨 인사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란 말을 입에 달고 잘 실천하고 있습니다.



 
  딸내미 덕분에 부부간 어색한 인사도 주고받으며, 뒤 늦은 나이에 인사성도 참 밝아졌답니다. 우리 둘째 앞에서도 서로 인사도 잘하고 존중해 주는 모습 많~이 보여주고 아들, 딸 농사 잘 지어 보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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