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직딩의 하루/:: 직딩잡담 ::

블로그 하는 아내의 베스트 글이 가슴 아픈 이유

직딩H 2010. 10. 11. 06:30


  와이프가 블로그를 시작 한 건 약 1년 반 전이다. 지금은 다음뷰에서 100위 정도의 순위를 유지하고 있고 육아 쪽에서는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처음에는 눈뜨고 못봐줄 만큼 어설프고 형편없는 블로그였다. 거기다 딸내미를 키우며 정신이 없어서 가끔씩 글을 올려 방문자들도 별로 없었다. 조금 하다 말겠지 싶어 와이프의 포스팅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주 눈에 띄는 이웃도 늘어가고 활발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끔 베스트가 되면 기뻐하고 방문자들이 많아지면 기분이 많이 좋아 보였다

손가락 한 번 꾹! 눌러주세요^^

 


  그런데 어느날 포스팅에 달린 악플들로 인해 맘 고생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맘이 여려 악플 하나에도 맘 상하고 상처받는 성격이어서 임신 중이었을 땐 그 걱정이 더했다. 평온하던 와이프 블로그에 큰 파장을 몰고 온 첫 포스팅은 ↓

  남편의 여자 친구들에 대해 쓴 글이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의 몇몇 친구들과 아직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물론 와이프도 따로 만날 정도로 친하다. 별 생각없이 쓴 글은 와이프를 한 순간에 한심하고 멍청한 여자로 만들었다. “남편은 분명 그 여자들 중에 누군가와 바람이 날 것이다라는 악플부터 이미 바람을 폈을 것이다”, “지금 바람 피는 중일 것이다라는 내용들이 도배가 됐고, 방문자는 순식간에 폭등했다. 당황한 와이프는 처음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댓글들만 지우다가 결국에는 포스팅을 삭제했고 얼마간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



  또 다른 포스팅은 딸아이가 제과점에서 실수로 빵을 들고 나와 도둑으로 몰려 주인과 싸운 사연이었다. 동정하는 글들도 많았지만 그 엄마에 그 자식이다라는 말부터 둘다 똑같으니까 싸운다”, “애가 뭘 보고 배우겠냐”, “소설을 써놨네등의 댓글 들이 많았다. 남편 입장에서 내 가족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한테 좋은 않은 소리를 듣고 맘 아파하는 모습에 왠지 씁쓸했다
. 내가 와이프의 아이디로 들어가 욕이 들어간 댓글, 저질 스러운 댓글을 삭제 했다.


  그리고 요 며칠 전에는 언니에게서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육아문제에 대한 글을 포스팅 했다. 그리고 베스트 글이 되고 메인에도 올랐다. 와이프에게 전화가 왔다. 대뜸 "오늘 올린 글 지울까?"라는 말을 했다. 들어가서 내용을 보니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고, 악플들만 눈에 쏙쏙 들어왔다. 협박? 그리고 의견 차이에서 오는 폭언?이랄까. 
 

  물론 가치관이 다르고 생활해온 방식이 틀려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인 와이프가 가만히 앉아서 욕을 먹어가며 맘 상해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블로거들은 기자가 아니다. 때문에 일상적인 이야기를 논할 땐 주관이 개입될 수도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쓴 글들이 모두를 만족 시킬 순 없다. 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처해진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들이 다른 것이다.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욕을 할 필요는 없다.

  블로그뿐만아니라 온라인 상에서는 온갖 일들이 벌어진다. 마녀사냥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는 사생활 노출로 자살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되고 여러 해가 흘렀지만 여전히 그로 인한 피해는 적지 않다. 악플들을 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로그인 상태다. 한 번 쏟아 붓고 나가면 그만이고 다신 안올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당사자는 상처를 받고 그를 지켜보는 가족 또한 맘이 아프다.

  블로거의 입장에서 다음뷰에서 베스트가 되는 건 기분이 좋은 일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또 공감해 주길 바라는 게 글쓰는 사람들의 맘이다. 와이프에게 글을 지우지 말라고 했다. 자기가 어떤 말들을 내 뱉었는지 기억도 못할 사람들이다라고 하며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맘이 좀 무거웠다. 이웃들이 좋아서 그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좋아하는 와이프다. 처음 혼자 애를 키우며 힘들어하고 우울해 하다 블로그를 만나 생활에 새로운 재미를 찾은 아내더이상 상처 받지 않고 즐겁게 블로그를 운영해 나갔으면 좋겠다.


  덧붙여 하고 싶은 말은 따듯하고 좋은 말들을 남겨 주시는 이웃 분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나는 블로그를 시작한지 얼마 되진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블로그를 운영하며 느낀게 있다. 따뜻한 이웃들이 있기 때문에 내 블로그에 대한 애착과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 나에겐 그리고 와이프에게도
수백 개의 익명의 댓글보다 이웃의 따듯한 댓글 하나가 더욱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