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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직 욕구 2탄, 앞선 동기, 한참 뒤에 나

직딩H 2015. 2. 23. 07:00

 

  <직장인 이직 욕구 1탄, 저 인간만 없으면 돼>에 이은 2탄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직을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늘도 열두 번씩 이직하고 싶은 강한 욕구가 들끓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아무 이유 없이 이직 생각을 할까? 절대 아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더러운 꼴을 당하다 보면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직장생활에서 행복한 일도 있다. 하지만 행복은 잠시 스쳐가는 신기루와도 같은 것. 오죽하면 '직장생활에서 행복은 옵션 불행은 기본'이란 말이 있을까. 더러운 일, 억울한 일, 뚜껑 열리는 일, 굴욕적인 일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루가 멀다 하고 늘 곁에서 맴돌고 있다. 이렇게 힘들게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직장인들, 언제 가장 이직이 하고 싶을까? 2탄이다.

앞선 동기, 한참 뒤에 나

 

 

  나이는 다 달랐지만 입사 시기가 비슷해 동기처럼 친하게 지내던 3명의 동료가 있었다. 자주 붙어 다녔고, 주말에도 만날 정도로 친해졌다. 시간은 어느덧 잘도 흘러 10여 년이 지났다. 3명 중에는 팀장까지 올라간 동생도 있고, 직급도 제각각이었다. 여전히 편하게 지내긴 하지만 예전처럼 대할 수는 없었다. SNS 사진에 장난으로 댓글을 달았다. 쪽지가 왔다. ", 팀원들도 다 보는데, 그런 말은 좀 그러네요."라는 내용이었다. 뜨끔하면서도 씁쓸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조직생활의 살벌함에 서서히 멀어졌다.

  함께 입사한 동기들과 어울리며 동지애를 누리는 시절은 잠시다. 일반 기업에서는 보통 3~5년 정도가 지나면 대부분 대리로 진급을 한다. 여기까지는 비슷하다. 그 이후부터 과장, 차장, 부장으로 들어온 순서 없이 진급이 이뤄진다. 진급에 따라 연봉도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한 날 한시에 입사를 한 동기지만 나와는 점점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직장생활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기도 한다. 게다가 같은 팀에서 상하 관계로 만나게 되면 그 괴리감은 더욱 커진다. 괜히 꺼려지게 되고, 기분도 상하게 되고, 열도 받고, 자격지심에 힘들어지기도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후배들이 먼저 진급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마음은 점점 더 불안, 초조해지고 주변의 눈치까지 보게 된다. '주변에서 나를 무능력하게 보지는 않을까?'라는 근심 걱정이 쌓여만 간다. 업무 능률은 점점 떨어지고, 급기야 이직까지 생각하게 된다. "차라리 안 보면 편하겠지", "다른 곳에 가서 새로운 마음으로 내 능력을 맘껏 펼치는 거야"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빙글 빙글 맴돌게 된다.

 

  내가 모셨던 상무님 중에 직장생활만 30년 이상을 하셨고, 지금도 현직에 계신 분이 있다.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나 대리 때 차장까지 올라간 동기도 있었는데, 지금은 회사에 나 밖에 안 남았어~" 직장생활 가늘고 길게 가는 거야. 일 이년 누락되는 거 신경 쓰지 마.

   요즘 '정리해고', '명예퇴직', '삼팔선', '사오정' 이란 말이 전혀 낯설지 않다. 그만큼 직장인들의 생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가늘고 길게'라는 말이다. 너무 빨리 올라가다 보면 너무 빨리 종착력에 다다를 지도 모른다. 실제로 임원이 되자마자 다음 해에 짐을 싸는 경우도 주변에 허다하다. 그러니 이러한 상황일수록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난 가늘고 길게'라는 생각으로 버티기를 해야 한다.  사실 직장에서 니가 생각하는 것만큼 주변 사람들은 너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

 

직딩한이

 

​​OTL

 

  나도 진급에 물먹은 적이 있다. 내 앞에 누락된 선배들이 먼저 진급을 한 거였지만, 경영지원실에서 나 혼자 누락이 됐다. 정말 기분은 더러웠다. 전체 회식자리까지 참석해야 했다. 게다가 아주 친절하신 인사팀장님께서 30여 명도 넘게 모인 자리에서 한마디를 하라는 기회까지 주셨다. 사실 내가 진급 대상인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은데, 굳이 대놓고 나를 디스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열도 받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진급한 사람들의 한 마디에 이어 기분 제일 꿀꿀한 내가 한마디를 해야 했다. "기분 더럽습니다. 관둘 겁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당연히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탈하게 잘 다니고 있다. 습관이 되다 보니 기분 나쁜 일은 빨리 잊는 방법도 터득하게 된다. 직장인에게 있어 진급과 임금 인상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하지만, 요즘은 장기근속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너무 성급하게 무리수는 두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