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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 가족의 가치를 깨닫는 순간 배어나는 눈물

직딩H 2010. 10. 6. 06:30

 

  영화 <하모니>는 각기 개성 있는 살인자들이 모여 합창단을 만들고 성공적인 공연을 하기까지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이지만, 구성 자체는 완벽하지는 않다. 합창단을 조직하게 된 계기도 미약하고, 각양각색의 죄를 지은 죄수들이 보여주는 분에 넘치는 듯한 인간미와 단결력도 설득력은 미흡하다. 또한 세상을 완전히 등진 것 같았던 강유미(강예원)가 소프라노를 맡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동기 역시 큰 설득력은 없다. 공연장에서 절도 의심으로 감행된 알몸 수색 역시 억지스럽다. 그리고 천하의 음치였던 홍정혜(김윤진)가 순식간에 가수 못지 않은 가창력을 뽐내는 모습도 조금은 민망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딱! 한 가지. 웃음과 눈물로 점철되는 감동이 있다. 그리고 그 감동의 중심에는 가족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서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건 바로 웃음과 눈물 속에 녹아있는 가족이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절제된 웃음 속에 배어나는 씁쓸함

 

  강연실(박준면)과 지화자(정수영)의 개그 콤비는 확실한 감초 역할을 하며 영화에서 웃음코드를 맡고 있다. 민우의 애교 그리고 어설픈 역할의 죄수들, 그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공경위(이다희) 역시 우리를 흐뭇하게 한다. 하지만 영화 <하모니>에서 이들이 보내는 웃음 코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웃음의 질과는 다르다. 그 웃음 속에는 감동이 있고, 희망이 있고, 사형수간 뗄래야 뗄 수 없는 끈끈한 동지애가 묻어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의 농담 따먹기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뒤끝은 그다지 개운하지 않다.

 

 

  또한 그들이 첫 공연에서 부른 이문세의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은 매우 신나고 유쾌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 이후부터 부르는 노래들은 왠지 모를 가슴 찡함이 묻어난다. 그 이유는 살인자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화음 속에 절절한 가족애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성이 좀 미약한 영화가 감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바로 절제된 웃음의 미학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의 웃음 뒤에 숨어있는 퇴색 된 가족애가 안타까웠다.

 

 

가족의 가치와 가슴 속 눈물

 

  각기 다른 애절한 사연으로 모인 이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감옥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생활을 하면서도 가끔씩 찾아오는 악몽의 순간은 그들에게 영원히 피할 수 없는 고통이자 족쇄다. 하지만 그들이 더욱더 감당하기 어려운 건 그 고통의 순간을 자신만이 아니 가족들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정혜가 자신의 유일한 피붙이를 떼어 보내는 순간은 남편에게 구타 당하는 순간보다 찢어지는 아픔이었다. 평생 엄마를 원망하고 외면하는 딸을 둔 김문옥(나문희)역시 자신의 죄값보다 큰 고통을 당하며 살고 있다. 아버지를 살해 한 강유미는 치욕스러웠던 순간과 어머니의 눈물 속에서 세상을 등져버릴 만큼 괴로웠고, 자식과 남편을 두고 기약 없는 나날을 보내는 지화자 역시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있다.

 

 

  이러한 그들의 고통과 아픔은 가족들과의 만남을 통해 극에 달하고 눈물이라는 처방전은 우리의 메마른 가슴을 치료한다. 공연을 보러 왔다가 아무 말없이 그냥 돌아가는 엄마한테어디가! 나보러 온거 아니었어?”라는 쌀쌀맞은 말을 던져도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엄마.  가족과 그들의 만남 그리고 가슴과 눈빛으로 전해지는 화해의 모습은 비단 사형수와 그들의 가족간의 일만이 아님을 느꼈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가족의 가치를 깨닫고 가슴 속으로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이 영화가 이처럼 가슴을 적시고 심장을 따듯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가족이며, 부모이며, 형제, 자매이기 때문이었다.

 

 

  영화 <하모니>는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순간보다 마음껏 눈물 흘릴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한다. 웃음 속에 배어나는 안타까운 가족에 대한 가치를 말해주며, 영화를 보며 지었던 웃음과 눈물은 가슴 찡한 감동으로 증폭 된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껏 목놓아 울 수 있었고, 그 순간 가족에 대한 애뜻함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하모니 (2010)

Harmony 
9.1
감독
강대규
출연
김윤진, 나문희, 강예원, 정수영, 박준면
정보
드라마 | 한국 | 115 분 | 201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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