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의 한 극장으로 20대부터 50대까지의 다양한 관객층이 몰려들었습니다. 이들은 스타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희 부부처럼 탄력을 잃어가는 건조한 삶에 작은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극장을 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동산에 평온해 보이는 한 여인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곧바로 한 남자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둘만의 행복한 대화가 이어집니다. 조금은 이상한 듯 보이는 어긋난 대화들… 관객들은 그 둘이 다른 세상 속에 공존하고 있다는 걸 금새 깨닫게 됩니다. 바로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의 시작 입니다.
결국 그는 부인과 수줍게 만났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포근한 아내의 품에 안기게 됩니다. 그가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 우리는 그곳(무덤)이 바로 주인공의 유일한 안식처임을 깨닫게 됩니다. 같이 기뻐하고 슬퍼할 수도 없는 곳, 어떠한 해답을 얻을 수도 없는 외로운 세상으로부터 그는 이제 완전히 벗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지친 삶 속에서 맺힌 응어리를 풀 수 있게 됐습니다.
주인공의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심경에 동요되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의 짐을 맘껏 내려놓을 수 있는 안식처가 있음이 부럽기도 합니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 보내고서야 비로서 찾아낼 수 있었던 그 곳은 바로 지독한 미련과 사랑으로 점철된 주인공만의 제3의 공간이었습니다.
연극을 통해 내 곁의 소중한 사람에 대한 애틋함이 배어남을 느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과 ‘오늘 나의 소중했던 사람이 내일은 나와 다른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 결국 후회와 미련뿐일 것입니다. 내 곁에 내가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 가족, 친구, 연인 그리고 수많은 인연들… 하지만 애틋한 사람에게 진정한 속마음을 비추며 사는 이가 얼마나 될까요. 어느 누구도 사랑 받고 사랑할 시간을 비워 두지 않습니다.
각박한 세상을 살면서 더불어 각박해지는 정서를 쫓을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나를 지탱해 주는 삶의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부와 명예, 거짓과 위선으로 퇴색된 행복이 아닌 작은 미소 하나로 행복해질 수 있는 내 곁의 소중한 사람, 지금 그 사람이 곁에 있다면 당장 자신의 마음을 서둘러 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을 정말....사랑 한다고...
민들레에는 다양한 꽃말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내 사랑 그대에게…”라고 합니다.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를 보며 내 곁에 소중한 사람을 다시 한 번 지긋하게 바라보게 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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