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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 못하면 일이나 잘 하라는 선배의 황당한 말

직딩H 2015. 2. 13. 10:53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당황스러운 일이 참 많다. 스트레스 받고, 지치고, 외롭고, 괴롭고, 열받고… 이런 일들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많이 발생하곤 한다. 오늘은 회식자리에서 겪었던 황당했던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입사 4년 차로 기획팀에서 근무할 때의 일.  우리 팀은 매월 부문별 경영실적 보고회를 주관했다. 내가 기획 담당은 아니었지만, 같은 팀이기 때문에 보고회 후에는 모든 팀원들과 함께 회식에 참석 했다. 그런데 회식자리는 사장님을 비롯, 많은 임원 분들이 참석하시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자리다. 혹자는 좋은 기회의 자리라고도 하지만...  

 

 

  회사 근처에 회식 장소를 잡고 사원, 대리들이 먼저 가서 세팅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잘 보이지 않는 구석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사장님과 임원들 우리팀원들을 포함해 총 20여명 정도가 모였다.

 

   

  회식 시작, 처음 두, 서너 잔 정도는 무조건 폭탄주 원샷~ 그리고 늘 그렇듯이 왁자지껄, 화기애매한 술자리가 펼쳐진다.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말은 하지만 아래 것들은 가시방석. 술자리가 어느 정도 무르익으면 모두가 뒤섞여 술잔을 주고 받으며 어색한 미소를 머금고 앉아, 이런 저런 대화를 이어 나가기 시작한다빈 술병의 수와 분위기는 정비례!

 

​  당시 입사 4년차. 술도 잘 못 마시거니와 상사들이 많은 자리라 불편하기만 했다. 그래도 정신력으로 버티며 술 한잔씩은 다 돌리고, 술병 원정을 마치고 자리로 왔다. 더 이상 마실 수도 없어서, 어수선한 틈을 타 담배 한대 피우러 밖으로 나왔다. 같은 팀 2년 선배가 따라 나왔다.

“선배 술 더 이상 못 마시겠어요~ 힘들어 죽겠네요~ 언제 끝나지?

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갑자기 선배가 뜬금없는 말을 내뱉었다
 

선배XX씨는 일 정말 잘 해야겠어~ 
직딩한이 : “네? 왜요? 무슨 말씀이세요?
선배 : “누군 술 먹고 싶어서 술 따라주고, 다 받아 마시나~,
이런 자리에서 상사들 옆에서 비위 맞추는 거 못하면 일이라도 잘해야지~ 

직딩한이 : ...!(저새끼 뭐지?)

 

 

  기분이 갑자기 더러워졌다. 아부 못하니까 능력으로 승부 봐라? 그런 얘기‘그래 너 아부 잘 해서 얼마나 승승장구하나 보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속으로만 했다잠시 열 좀 식히고 들어 갔더니 선배는 무릎을 꿇고 방긋 방긋 웃으며 열심히 술잔을 돌리고 있었다. 평소에 그렇게 시비 잘걸고, 쌈닭인 선배가 정말 천사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직딩한이

OTL

​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가면을 써야 할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좋아도 싫은 척, 싫어도 좋은 척…처음에는 이렇게 살다 보면 진정한 내 자신을 잃어버리진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아니더라구. '킬미 힐미'의 다중인격자 차도현(지성)처럼 산다고 생각하면 돼. 어차피 회사에서 가식을 그렇게 떨어도 나가면 또 안그러잖아.  사회생활을 하면서 본인 감정 다 드러내놓고 생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어쩌면 가면을 쓰고 사람을 대하는 것이 사회생활의 진정한 맛이고, 매너이고 에티켓 일지도 모를 일이지. '완벽한 직장인은 99%의 능력과 1%의 아부로 이뤄진다'는 말도 있던데, 1%의 능력과 99%의 아부로도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