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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못 마시는 동료를 위한 여직원의 눈물 겨운 선물

직딩H 2011. 3. 29. 06:30

  저는 술에 참 약합니다.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약점 아닌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회식 자리나 밤에 술을 마실 땐 별 상관이 없는데, 낮에 먹거나 밝은 곳에서 술을 마셔야 할 땐 참으로 괴롭습니다. 어제도 대낮부터 폭탄주를 마시고 들어왔습니다. 간만에 대낮부터 붉어진 제 얼굴을 보니 처음 홍보 업무를 맡았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제 업무는 회사의 홍보 담당 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홍보 담당자는 술을 잘 마셔야 한다는 통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자분들과 술자리가 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요즘은 억지로 술을 권하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 큰 지장은 없습니다. 술자리는 홍보 업무의 극히 일부일 뿐이지요. 그런데 저에게 문제는 낮에 먹는 낮술입니다. 낮에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얼굴은 그야말로 말이 아닙니다. 시뻘건 얼굴로 들어오면 사무실에서는 저를 불쌍하게 쳐다보는 시선들에 얼굴은 더욱 달아 오르곤 합니다.

   
  저는 낮에 술을 마시고 얼굴이 붉어진 채로 거리를 걸어야 하고
, 사무실에 들어와야 하는 것 외에는 제 업무가 재미있고, 적성에도 맞습니다. 그런데 100% 만족스러운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너무 만족스러워도 부담스러운 게 회사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야 뭐든 더욱 매력적이 아닐까요.

 

  홍보 업무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만 해도 낮에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차를 한 잔 마시고 들어와도 붉어진 얼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거의 파티션 밑에 얼굴을 숨기고 일을 하기가 일쑤였습니다. 저는 뭐~ 일하고 온 거라고 생각을 하지만 여직원들은 이런 저를 무척 안타까워했습니다    


  언론홍보 업무를 맡고 제 생일날이었습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여직원들이 생일 선물을 주었습니다. 화장품 세트 같은데 자세히 살펴보니, BB크림 세트였습니다.
술 마시고 들어와서 살짝 발라주면 얼굴이 좀 하얘 질 거라는 눈물 겨운 조언까지사실 남자가 화장을? 한다는 게 웃겨서 책상 속에 넣어 놓고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 때 심하게 술을 마시고 회사 건물로 들어섰습니다. 얼굴이 너무 심해서 세수도 하고 열기를 좀 식히는데, 좀처럼 가라 앉지가 않았습니다. 그 때 책상 속 크림이 생각났습니다. “그래 그거야!!” 선물을 해준 후배에게 얘기해 1층으로 가져다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BB크림이라는 첫 경험을 했습니다. 신기하게 얼굴이 조금은 중화 된 느낌이었습니다   

  사무실에 올라와서 시간이 좀 지나니 술이 깼습니다
. 그런데 사람들이 어디 아프냐고 물었습니다. 술일 깰 때쯤이면 평소에도 얼굴이 하얗게~ 변하는데 거기다가 화장품까지 발라 얼굴이 너무 뽀얗게 된 겁니다. 그 모습을 본 후배는 살짝 와서 적당히 발라야지~ㅋㅋㅋ라고 말했습니다. ㅎㅎ 그날 이후부터는 크림을 바르지 않았지만 동료들의 정말 감동적인 선물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팀 여직원은 저에게 기름 종이를 사줬습니다
. 그냥 기름 종이가 아닌 파우더가 묻어 있는 기름종이였습니다. “XX씨 이걸로 얼굴 닦으면 얼굴 좀 하얘 질꺼예요~” 술을 마시고 들어올 때 한 번 얼굴을 닦아주면 큰~ 차이는 없지만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울러 이 친구는 제가 조금 큰 술자리가 있으면 가끔씩 컨디션을 사다 줍니다. 제 옆자리의 짝꿍~ 참으로 고마운 동료 입니다.
 

  어찌보면 너무도 괴로운 일…. 하지만 동료들의 가슴 따듯한 정이 있기 때문에 저의 직장 생활이 훈훈하기만 합니다. 안쓰러운 동료를 위해 화장품 까지 사주는 고마운 동료들이 있는 저의 직장생활은 정말 행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