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젊음의 거리인 대학로를 찾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연극 <밀당의 탄생>을 관람하기 위해 대학로 소극장에 들어섰다. 연극 <밀당의 탄생>은 선화공주의 연애비사를 다룬 유쾌한 코믹 연애사극이다. 사실 사극이라는 장르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연극이 시작됨과 동시에 입가에 큰 미소가 지어졌고, 시종일관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Synopsis. 놀거리 라고는 놀음이나 연애질 밖에 없던 시절, 신라 최고의 시끌벅쩍 연애스캔들 선화공주가 있었으니, 얼굴값 하느라 밤마다 그 시절의 클럽을 드나들더이다. 해명 도령이라는 최고의 킹카 정혼자를 두고서 연애선수 맛둥도령 서동과 밀고 당기기 비책을 주고받다가 진짜 사랑에 빠져버렸으니… 이 상사병을 어찌할꼬! 서동과 놀아난 것이 소문이 나 외출금지를 당한 선화공주. 상사병에 눈이 먼 서동은 선화공주가 궁에서 소박맞을 소문을 내게 되는데…
연극은 신나는 클럽 음악과 함께 시작 된다. 배우들이 한복을 입고 열정적인 셔플댄스를 추면서 서로에게 작업을 건다. 역동적인 연극의 시작은 초반부터 ‘사극은 지루하다’라는 선입견을 날려버리고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대사에는 스마트 폰, 카톡, 더치페이 등 21세기에나 등장하는 온갖 용어들이 등장한다. 사극인지 현대극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세련된 구성이 재미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배우는 바로 선화 공주(조영주)이다. 가녀린 몸에 예쁜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극이 흐르면서 그녀의 엉뚱한 매력이 외모보다 더욱 빛을 발한다. 푼수기 다분한 모습은 그녀가 공주인지 그냥 좀 노는(?) 여자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하지만 가끔은 정숙하고 내숭떠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아니다 싶으면 과격하게, 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지조를 지키며 여자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은 다 보여 준다. 바로 이런 모습이 선화공주의 매력이며, 연극을 이끌어 가는 힘이다.
선화공주가 사랑에 빠져버린 서동(에녹)은 번지르르한 외모로 여자 꾀나 홀리는 남자로 등장한다.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미리 계획 된 작전을 펼치는 선수지만 클럽에서 만난 선화공주에게 꽂혀 사랑의 열병을 앓는 인물이다. 서동이 펼치는 작전은 선화공주뿐만 아니라 여성 관객들의 마음까지 사로 잡아 버린다.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을 보이다 가끔씩 망가지는 능청스러운 모습에 관객들은 더욱 박장대소 하며 그에게 빠져 버린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알콩달콩 밀고 당기는 모습은 시작하는 연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 둘의 사랑을 질투하고 방해하는 인물인 해명도령(육현욱)도 이번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친 존재감이다. 해명도령은 선화공주의 정혼남으로 선화공주를 쥐고 흔드는 캐릭터다. 상큼 발랄, 제멋대로 선화 공주도 해명도령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 해명도령은 좋은 집안에 태어난 것을 제외하면 이 시대의 루저나 마찬가지이다. 키 작고, 못생기고, 성격까지 희한하다. 이 시대의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조건들만을 집약해 만든 캐릭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명도령은 항상 당당하며, 자신감이 넘치는 자뻑남이다. 이러한 해명의 반전 연기 때문에 관객들은 더욱 폭소한다.
이 밖에 순이(김해정)와 남이(강인영)의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나가는 모습도 다양한 재미를 주는 볼거리다. 주인공들 뒤 편에서 펼쳐지는 둘의 익살스러운 모습은 주인공들보다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 잡기도 한다. 또한 연극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시원한 말투의 고수(장지영)의 변화무쌍 캐릭터도 흥미롭다. 이처럼 개성으로 똘똘 뭉친 배우들의 열연으로 연극은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다.
연극 <밀당의 탄생>은 유쾌, 상쾌, 통쾌한 연애 이야기다. 단지 시대만 삼국시대일 뿐이지 그 감성과 스토리는 21세기에 사는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연극 속에는 가슴 설레는 첫 만남이 담겨있고, 그리움으로 인한 사랑의 열병. 어긋난 오해와 자존심 싸움 그리고 화해, 사랑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들어있다.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 연극을 보고 나오며, 풋풋했던 연애시절 지금의 와이프와 밀당을 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유쾌한 사랑이야기. 바로 <밀당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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