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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딸내미,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도 혼자서 어찌나 말을 잘하는지, 엄마들의 부러움을 사기 일쑤죠. 어린이 집에서는 25개월 때 또래들과 말이 안 통해 4살 반으로 월반을 하기도 했답니다. 가르쳐주는 것들은 곧잘 따라하고 인사는 시키면 시키는대로 어찌나 꾸뻑꾸뻑 잘하던지~~ 정말 기특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인사를 안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민한 아빠,
“하랑아 인사 왜 안해~” 물어 봤습니다.
하랑이는 “그냥~” 혹은 “안해도 돼”, 아니면 “쑥스러워서~”
이렇게 대답을 하곤 했습니다. 그냥 몇 번 지나쳤습니다. 그러다 한 10일정도 하루 종일 애와 붙어 지내게 됐습니다. 그런데 엄마와 병원을 가서도, 할머니를 만나도, 이모부를 만나도, 슈퍼를 가도 절대로 인사를 안하는 겁니다. 말로 몇 번 타이르고 심지어는 하도 뺀질거려서 쥐어박기까지 했습니다. 애 엄마는 억지로 시키면 더 안한다고 그러지 말라고 했습니다. 어린애한테 너무 많은 걸 요구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틈만 나면 타이르고 약속하고 했습니다. 와이프는 조금 지나면 다 하게 된다고 억지로 시키지 말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런데도 ‘엄마, 아빠가 인사를 잘하는데, 애가 왜 보고 배우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그러던 어느날 식탁에서 딸내미가 결정적인 말을 내뱉었습니다.
“아빠는 왜 엄마한테 잘 먹겠습니다~ 안해요?”
그리고 다 먹고 난 후,
“잘 먹었습니다~ 해야지...” 라더군요.
‘부모 된 입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예절을 잊고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이프가 해주는 밥 당연한 듯 먹고, 어머니 댁에 가서도 당연하게 인사도 없이 받아먹고, 식당에서도 그랬고... 그러면서 애한테만 “잘 먹겠습니다~ 해야지”, “잘먹었습니다~ 해야지~”, “인사 해야지~착하지~” 라고 강요 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도 한 소리 하시더군요.
“집에서 니들이 인사를 안하니까, 애도 안하지…”
당연한 걸 가지고 애 구박한다고... 하랑이가 인사를 안하는게 근본적으로 엄마, 아빠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모습에서 자식에게 모범이 되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불끈 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우리 세 식구는 모이면 쑥스럽지만,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를 달고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 댁에 갔을 때, 어머니께서는 수십 년 만에 제 인사를 받으시며 좋아하시더군요.
가끔씩 깜박하고 인사를 빼먹으면 딸내미가
“잘~먹었습니다~라고 해야지~~” 라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딸내미도 인사하는 재미를 붙였고, 슈퍼를 가도 미용실에 가도, 꽃집에 가도, 약국을 가도 인사를 잘도 하더군요. 제가 인사를 안하면 “아빠 왜 슈퍼에서 인사 안했어~~” 라며 콕 찝어내기도 하고요~ 요즘에는 와이프가 산후조리 중이어서 도우미 아주머니께서 안오시는 빨간 날에는 제가 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그 때도 엄마가 인사를 안하면 “엄마, 아빠한테 잘 먹겠습니다~ 해야지~” 라고 한답니다. 그리고 우리 딸 요즘 아빠가 세뇌시킨 “인사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란 말을 입에 달고 잘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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