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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워킹맘의 비참한 현실

직딩H 2015. 4. 13. 07:00

 

“뭐? 임신? 대체 애를 몇이나 낳는 거야? 애 둘이라고 하지 않았어?” “어떻게 하려고 또 임신을 했대…”, “참 이기적이다.. 애 낳은지 얼마나 됐다고 또 임신이야”, “~ 또 휴직이야?”, “첫째, 둘째 나올 때도 우리가 얼마나 편의를 봐줬는데…”, “둘째 때도 제가 일 떠안느라고 코피가 터졌는데…”, ”진짜 여자들이 문제야, 기껏 교육시켜 놓으면 결혼에 임신에 남편에 애기에, ~ 핑계도 많아”, “그것도 아니면 눈물 바람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그게 다 여자들이 의리가 없어서 그래

 

- 드라마 미생 -

 

  물론 드라마 속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작년 말에 친하게 지내던 2년 후배와 점심을 먹었다. 후배는 해외에서 오랜 시간 공부를 하고, 지금의 회사에 입사해 줄곧 기획팀에서 7년 가량을 근무하고 있다. 스마트함과 업무 열정을 겸비한 후배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그렇게 직장생활을 하는 7년 동안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고, 복직을 해 다시 예전처럼 직장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복직 일년 만에 둘째가 생겼고, 곧 있으면 두 아이의 엄마가 된다. 여기서부터 후배의 고민은 시작됐다. 복직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둘째야~”라는 농담섞인 말을 종종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 두고 아이를 돌봐야 하나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현재는 첫째를 시어머니께서 돌봐주고 계시지만, 곧 있으면 태어날 둘째까지는 맡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후배는 얼마 전 둘째를 출산했고, 현재 육아 휴직 중이다. 벌써 복직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비단 후배만의 문제는 아니다. 남녀평등을 외치는 세상이고, 여자들의 사회적 입지도 높아지는 추세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육아 문제 등은 사회생활에 있어 큰 걸림돌이 된다. 직장 내에서 그리고 함께 자라왔던 친구들을 보더라도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많은 고민을 한다. 물론 나도 겪었던 상황이고, 주변에도 이렇듯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임신하면 회사 그만둘 거 아니야?”

 

  국내 굴지의 대기업 H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동창. 연봉도 높고 복리후생도 좋아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입사한 후 얼마 되지 않아 같은 회사에 다니는 남자를 만나 결혼도 했다. 친구들은둘이 벌면 금방 돈 모으겠네라며 부러워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결혼 직후 이직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바로 팀장님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어느 날 회식자리에서 팀장님은 “XX씨 임신하면 그만둘꺼 아니야?” 라는 말을 던졌다. 친구는저 계속 다닐 건데요…”라는 대답을 했지만, 그 날 이후부터 마음은 늘 무거웠다.

 

  물론 팀장의 말이 회사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지만 그런 마인드를 가진 상사와 일한다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이직하고 싶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아이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직 하자마자 배가 불러서 다니기도 눈치가 보일게 뻔하기 때문이다. 친구는회사 그만두고, 애 좀 키우고 다시 시작할까라는 말을 했다. 나는애들은 엄마가 키워 주는 게 좋긴 하지라는 위로의 말을 던지긴 했지만 친구가 참 안타까웠다.

 

  여전히 이렇게 보수적인 생각을 지난 상사들은 많다. 자신의 딸이라면 과연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여전히 축복받은 아이를 배에 지니고, 무거운 마음으로 회사를 다니는 여직원들이 많다. 대한민국에서 그 어느 누구도 명쾌하게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엄마가 돌보는 게 돈 버는 일이야

 

  그룹 공채에서 전체 수석으로 입사한 4년 선배. 학벌도 좋고, 능력도 좋아 늘 인정 받는 직원 이었다. 첫 아이를 낳고 3개월 후 복직하여 2년 남짓 직장생활을 야무지게 해왔다. 그런데 계획에도 없던 둘째가 생겼다. 다시 3개월 출산휴가에 들어갔다. 그런데 3개월 후 선배는 복귀하지 않고, 1년 육아휴직을 냈다. 이유는 아이 둘을 다 도우미 아줌마에게 맡기기 부담스럽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조선족 아줌마라 첫째가 아주머니의 말투를 배워 더 늦기 전에 스스로 교육을 시키고 싶어 했다. 결국 1년 뒤 선배는 퇴사를 했고, 동네에서 틈틈이 아이들 과외를 하며 육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남녀차별이 크게 없어 아이 셋을 낳고도 본인이 원하면 직장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도 선배는 부담되는 현실의 벽에 결국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었다. 축복받으며 결혼을 하고, 더욱 축복받은 임신을 하는 것 그리고 출산을 하면서 여성 직장인들의 고민은 더욱 커져만 간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린 피붙이를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보다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동안 쌓아온 경력을 쉽게 끊어버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직장과 육아의 병행. 시간이 갈수록 몸과 마음은 지쳐만 간다.

 

 

“직장생활 오래하고 싶었는데…”

 

  나는 결혼 할 때 조금 무리를 해서 집을 장만했다. 맞벌이라둘이 벌면 금방 갚겠지라는 핑크 빛 미래만을 꿈꿨다. 그런데 바로 아이가 생겨, 결혼 후 8개월 만에 아내는 육아휴직을 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도 일정한 지원금이 나왔고, 몇 개월 후면 복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다. 그런데 출산 후 아이를 봐줄 곳이 없어, 휴직을 1년으로 연장했다. 하지만 1년 후에도 아이를 봐줄 곳은 여전히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아내는 퇴사를 하고 전업 주부가 되었다.

 

  그리고 아이가 3살이 되었을 때 어린이 집에 보내고, 동료의 도움을 받아 다시 전 직장으로 복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동안 육아에 지쳐있던 아내는 다시 시작하게 된 사회생활에 들떠 있었다. 그런데 회사와 복직 이야기를 마친 다음 날 계획에 없던 둘 째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임신한 상태에서 회사에 다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 저기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결국 복직은 무산됐다. 아내는 실망스러운 듯이제 일하는 건 포기해야 할 거 같네…”라는 말을 남겼다. 열정과 의욕이 넘쳐도 일할 수 없는 현실에 힘들어 했다.

 

  이처럼 육아 때문에 직장생활을 포기하는 워킹맘은 많다. 요즘에는 남자들도 육아휴직을 낼 수 있는 세상이긴 하지만, 현실적이지는 않다. 전 직장에서 남자선배가 아이 때문에 육아휴직을 냈다. 결재를 받으러 간 인사팀 직원에게 전무님 회사를 다닐 생각이 없구만…” 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문화가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아이는 혼자 낳는 것이 아닌데, 희생은 늘 여자들의 몫이라는 아내의 말에 묵묵히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직딩한이

 

OTL 

 

  기업들마다 여성직장인을 위한 복지와 혜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는 임산부에 대한 배려 정도다. 출산 후의 대책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요즘 붉어지고 있는 어린이 집 문제도 이러한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출산율 세계 최하위 대한민국, 근본적인 대책 없이 출산 장려만을 외치고 있다. 때문에 여성직장인들은 출산 후 사회에서 밀려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보수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임신 후)같은 회사를 다니는 내 남편은 축하한단 소리를 듣는데,

왜 나한테는 좋은 소리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지…”라는 후배의 말이 귀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