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5월에 돌아온 친구가 7월에 결혼을 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대학교 때 제일 친했던 친구라 당연히 갈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그 친구는 미국에 있어서 제 결혼식도 참석을 못했고, 딸내미 돌잔치에도 물론 못 왔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또 친한 친구니까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난끼 발동한 저는 “넌 오지도 않고 염치도 좋다~”라는 말로 슬슬 약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너도 안 왔으니까, 나 안가도 뭐~ 서운하지는 않겠지??” 등등 맘에 없는 소리를 주고 받았습니다. “나 그날 결혼식이 3개나 있는데, 잘 모르겠다. 일단 청첩장이나 보내봐~” 라는 말을 하고 주소를 찍어줬죠. 며칠 뒤 청첩장이 왔습니다. 그런데 전라도 광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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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전화를 걸어 “너 왜 거기서해? 서울 사는 놈이?” 라고 물었더니 와이프가 그쪽이 고향이라서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난 너무 멀어서 못가겠다..”라며 슬슬 약올렸습니다. 물론 속마음은 가려고 했죠. 친구는 “야! 너 오지마! 오지마! 드럽고 치사하다. 내가 죄졌냐??” 라는 등의 대화가 오갔습니다. 물론 진짜 싸운 건 아니고 통상적인 대화였죠. 친구와의 대화와는 상관없이 비행기를 타고 같은 과 누나랑 갈 계획을 세워 놓았습니다. “누나 비행기 예약은 내가 할게~~” 라며…
그리고 결혼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친구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너 진짜 안올꺼야?” 라고… 저는 “꼭 가고 싶은데~ 형편이 어려워서~ 비행기 값이 없다…” 라는 문자를 보내면서 “텍스 포함해서 15만원 이더라… 1002-XXX-HHH-985 우리은행” 이라는 문자도 곁들여 보냈습니다. 근데 곧바로 친구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돈 보냈다…하랑이 돌 때도 아무것도 못해줬는데, 이거라도 해줘야지…” 오~~ ㅋ
풉~ 솔직히 좀 웃겼습니다. ‘이 놈이 먼~~ 곳에서 결혼을 해서 친구가 좀 궁하긴 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죠. “알았어~ 갈께~ 꼭! 꼭! 갈께”라는 문자를 남기고 비행기 예매를 마쳤습니다.
결혼식 당일 아침 축의금으로 25만원(비행기 값+리얼 축의금)을 챙겼습니다. ‘부모님이 보시면 좋아하시겠네 ㅋㅋ’ 라는 웃기는 생각을 했죠.
어느새
누나가 화를 참으며 버스 있나 알아보자고 하였습니다. 인천공항으로 갔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광주행 버스가 막 떠난 후였습니다. ㅡ.ㅡ^ “나 전해 줄 축의금도 많단 말이야… 너 때문에 못 가니까, 니가 못 간다고 전화해..!” 라고 누나가 한마디 던졌습니다. 그동안 제가 해온 짓 때문에 염치가 없어 차마 전화 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장문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정말 죽을 죄를 졌다고…
친구가 신혼여행에서 돌아 올 때쯤 전화를 걸었더니 연락이 안되더군요. 며칠 뒤 다시 전화를 거니 받자 마자 욕을~ 퍼부어 댔습니다. 뭐~ 정말 할 말이 없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 밖에… “계좌번호 찍어죠… 비행기 값이랑 축의금 보낼게…” 친구는 “됐으니까 먹고 떨어져라~~”라는 말을 하면서 “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비행기 값 보내준 사람 너밖에 없다!!”, “나보다 애들이 더 황당해 하더라…” 그러나 저는 그게 아니라 비행기 값은 다시 돌려 줄려고 그랬고~~ 어쩌구 저쩌구 변명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평생 죄인으로 남을 수 밖에…
아직도 그 친구를 못 만났습니다. 연락은 하고 지내지만 시간이 안 나내요. 결혼식 날 아무것도 해주지도 못하고 서운함만을 가득~ 선물해서 지금도 마음이 많이 불편합니다. 25만원의 빚과 본의 아니게 친구에게 사기친 죄가 여전히 제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친구야 미안하다~ 정말로~ 행복하렴… 앞으로 살면서 평생 잘할게…ㅜ.ㅡ)/ 발 동동 구르며 공항에서 저를 기다렸던 누나에게도 정말 면목이 없네요...
저는 그일 이후 일분 일초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정말 1분만 더 일찍 도착했어도 비행기를 탈 수 있었을 텐데... 정말이지 시간은 소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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