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하기 싫은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기 싫은 술 자리에서 술을 마셔야 할 때, 내 일이 아닌 업무를 해야 할 때, 주말에 나와야 할 때, 원치 않는 부서로 발령을 받을 때… 등 다양한 일들이 비일비재 한 곳이 직장입니다. 저는 제일 싫은 것이 바로 원치 않는 술자리 입니다. 술자리를 즐기긴 하지만 술을 잘 못 마시기 때문에 자유로운 술자리가 아니면 그다지 달갑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끝까지 달려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작년 3월의 어느 금요일 이었습니다. 친한 동료 4명과 술을 마셨습니다. 퇴근 후 종로의 한 술집으로 가는데, 팀 회식을 가는 다른 팀 사람들과 마주쳤습니다. 그 팀에는 저랑 친한 동기가 있어 회식 끝나고 전화를 하라고 슬쩍 말하고 저희의 목적지로 갔습니다. 1차로 맥주를 마시고, 2차로 노래방에 갔습니다. 노래방에 가는 도중에 저희와 합류하기로 한 다른 팀 동기에게 문자를 남겼습니다. 동기는 곧 끝날 거 같다며 빨리 온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한 참 지났는데, 오질 않아 문자를 몇 번 더 남기다가 전화를 했습니다.
저는 동기가 전화를 받자마자 “너 왜 안와??” 라고 성급한 말을 했습니다.
동기 : “너 누구냐?”
나 : “모야~ 아직 안 끝났어?”
동기 : “너 누구야? 나 XXX이다”
나 : “아~ 네… 팀장님… 저 XXX입니다” (대략 난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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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팀장님께 이실직고 이야기를 해야 했습니다. 팀장님께서는 제가 누구랑 있는지 확인을 하시고….”니네 4명 다 튀어와~~”라는 말씀을 남기고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저희는 정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빠졌습니다. 잠시 뒤 동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형, 나 화장실 간 사이에 팀장님이 전화 받으셨는데, 빨리 다 오라고 그러시는데… ㅡㅡ^”
안 간다고 '버럭'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데, 계속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부르던 노래를 접고, 그쪽으로 갔습니다.
회식은 이미 끝났고, 동기와 팀장님을 포함 세 분이 계셨습니다. 저희 넷은 어쩔 수 없이 합류를 하게 됐습니다. 저에게는 이미 2차에서 끝난 술자리가 다시 시작 됐습니다. ㅠ.ㅠ 저랑 함께 간 동료들이 대부분 다른 팀의 막내들이라 팀장님께서는 이런 저런 좋~은 이야기를 해 주시며 거부할 수 없는 술잔을 돌리셨습니다. 소주도 마시고, 사께도 마시고, 맥주도 마시고… 팀장님도 좀 취하신 거 같아 만류 하였지만 이미 발동이 걸린 분위기를 제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술을 잘 못 마셔 동료들이 대신 마셔주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화장실을 오가며 오바이트를 해가며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노래방에 가게 됐습니다. 노래방에서 제 위 속에 추가 된 양주 몇 잔에 저는 쭉- 뻗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후배네 집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결혼 후 첫 외박… 바로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집에서 걸려온 수십 통의 전화가 곱게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형 어제 너무 취해서 내가 데려왔어… 전화 계속 와서 형수랑도 내가 통화 했어…ㅡ.ㅡ^”
더군다나 와이프는 둘째를 임신 중에 있었습니다. 벌렁거리는 가슴으로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퉁명스러운 한 마디 “왜!” 와이프는 화가 단단히 났습니다. 들어오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시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아, 문자도 여러 통 남겼습니다.
“술이 너무 취해서… 미안해~ 잘못했어~ 무릎 꿇으라면 꿇을게~ 시키는 거 다할께~ 나 속이 너무 쓰려~ 나 아파~ 데리러 오면 안돼?(이 문자는 저도 제가 왜 남겼는지 모르겠습니다)… 등등”
얼마 뒤 전화가 왔습니다. “나 한숨도 못잤어! 어제 어디서 모했어? 솔직히 말해!!”
창피했지만, 구차하게 어제의 일을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저는 나름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ㅡ.ㅡ^ 성격이 좀 쿨한 와이프는 술을 잘 못 마시는 저를 알기에~ 제가 불쌍해 하는 모습에 정말로 저를 데리러 왔습니다. 저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얼굴 꼴 좀 봐라~ 쯧쯧~” 그리고 끌려가듯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주말 동안 저는 열심히 밥하고 설거지와 빨래를 하면서 봉사하고, 딸내미랑도 자상하게? 놀아주고~ 당분간은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평~생 외박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답니다.
난생 처음으로 정신을 잃은 그날 이후 저는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무리한 술자리에서 자신을 지킬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원치 않는 무리한 술자리에 시달리시는 직장인 여러분~ 현명한 방법으로 자신을 지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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