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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반장이 맘에 들지 않았던 선생님의 구박

직딩H 2013. 1. 30. 06:00

  예전에 고등학교 때 선생님 이야기를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사회에서 실패할 거라는 선생님의 촌철살인(http://hanee1977.tistory.com/148)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유난히 구박을 받았던 시절 이었습니다. 졸업을 하고 난 후 친구가 그 이유는 네 부모님이 선생님께 아무것도 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야…”라는 말을 했습니다. 싫었던 그 분이 더욱 싫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학창시절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았던 사람은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인기가 많아 반장에 당선되고도 선생님께 오히려 미움을 받았던 누나 이야기 입니다. 정초에 가족이 모여 옛날 이야기를 하던 중 누나 담임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20년도 훌쩍 지난 이야기 입니다. 누나의 학창시절의 절정기는 5학년 때 찾아왔습니다. 그냥 저냥 공부를 잘했던 누나는 유난히도 자신을 예뻐해 주셨던 담임 선생님 덕분에 지신감이 넘쳤고, 성적도 많이 올라 거의 올 백을 맞으며 선생님과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6학년에 올라가 새로운 담임 선생님을 만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반장 선거 하는 날. 반장 후보에는 누나와 함께 부자집인 외삼촌의 아들과 육성회장의 딸이 함께 올랐습니다. 하지만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았던 누나가 반장이 되었고, 나머지 둘은 부반장이 되었습니다. 당시 저희 집은 넉넉하지 못하였고, 일찍 철이 들었던 누나는 500원 하는 반장 명찰도 아깝다며 만들지 않았습니다. 3,000원 하는 갈색 리코더는 엄두도 못 내었고, 제일 싸구려였던 300원짜리 리코더를 불어야만 했습니다. 당연히 부모님은 학교에 찾아오시는 일이 없었고, 반장임에도 불구하고 스승의 날이나 소풍날, 체육대회, 수학여행 때 선생님께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했습니다 

 

 

 원치 않는 학생이 반장이 되어 선생님은 그 학생을 티가 나게 싫어했습니다. 심부름을 보내 놓고, 아이들에게 반장 흉을 보기도 했습니다. 반장이 됐는데, 교탁보도 안 해오고환경 미화 때 화분도 안 해오고부모님이 한 번 찾아 오지도 않고애가 둔하다는 이야기까지

 

  누나는 집에 돌아오면 엄마에게 선생님이 XX(외삼촌 아들)와 쪼꼬만 애(육성회장 딸)만 예뻐한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다녔다고 합니다. 실과 실습, 미술, 체육 등 실기를 자기가 더 잘하는데, 선생님이 부반장들 보다 점수를 더 안 준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누나 그래서 공부를 잘해 항상 올 수를 받던 누나는 성적표에 우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누나는 담임의 영역이 아닌 영어 말하기 대회, 수학경시대회, 그림 그리기 대회, 글짓기 등 다수의 상을 휩쓸었습니다. 그래도 담임은 칭찬 한 마디 하지를 않았다고 했습니다. 물론 선생님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도 그럴 것이 두 부반장의 엄마는 학교에 행사가 있을 때뿐만 아니라 수시로 학교에 찾아왔고, 체육대회나 소풍 때 반 전체에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 등을 돌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변변하게 없어 많이 속상해 하셨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2학기 수학여행을 갈 때 누나 편에 편지 한 통을 보냈다고 했습니다. 내용은 자세하게 말씀은 안 해주시지만, 한 번 찾아 뵙지 못해 죄송하고, 부족한 딸내미 잘 부탁 드린다는 말씀이었다고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비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가난한 것은 죄가 아니고 조금 불편한 것 뿐인데말이죠.

 

 

  선생님의 편애와 부반장들의 그늘에 가려 반장 행세를 제대로 못했다는 누나는 강인한 성격으로 무사히 졸업을 했습니다. 졸업을 할 땐 효행상까지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효행상도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6학년 때 담임은 어린 학생의 가슴에 상처만을 남겼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간 누나는 중학교 1학년 스승의 날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 편지를 보냈습니다.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에게 한 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편지에는 미안했다는 말이 적혀있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지방의 초등학교로 전근을 간 상태였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촌지로 인해 지방으로 내려 갔다는 것입니다. 

 

  당시 누나는 정말로 선생님께 갖다 바치지 않아서 미움을 샀던 것입니다. 저도 그렇고 누나도 그렇고 씁쓸한 과거의 기억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가난이 죄는 아닌데 말이죠. 이 두 명의 선생님을 제외하고 저와 누나는 모두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학창 시절에 선생님에 대한 더 이상 나쁜 기억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반장 명찰을 만들 수고 있고, 갈색 리코더도 살 수도 있고, 딸내미 친구들을 초대해 생일 파티를 할 수 있을 만큼 살고 있습니다. ^__________^

 

  앞으로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은 이러한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따듯한 격려와 칭찬으로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상처보다는 희망을 주는 선생님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