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그리고 역사라는 것에 대한 고찰
과거 그리고 더 나아가 역사라는 것은 누군가가 조명하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바뀐다고 생각한다. 연산군이 그저 잔인한 폭군으로만 그려지지 않고, 개혁을 위해 노력하였지만 반정으로 내몰린 왕이라는 재평가를 받는 것, 1970년대가 독재정권의 시대라고 평가되고 있지만, 당시 집권자가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나라가 이 만큼의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는 평가까지… 역사는 그 사실과 기록은 존재하지만, 그 기록 또한 지극히 객관적일 수 없기 때문에 정답이 없는 것이 과거이며 또 역사가 아닌가 싶다.
시작부터 거창하게 과거며 역사를 들먹인 것은 역사의 한 조각을 통해 가슴 한 켠을 먹먹하게 만든 영화 한 편을 보았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고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영화는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과 그 당시 시대상의 한 부분을 가감 없이 그린 영화 <변호인>이었다.
과거는 숨길 수 없는 현실의 거울
영화 <변호인>의 발단, 전개 부분에서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성공신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큰 감흥은 없다. 하지만 위기, 절정의 순간으로 넘어 갈수록 영화는 당시의 시대상을 관객에게 투영하며 부조리하고 부당했던 역사의 한 장면을 거침 없이 보여준다.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현실이 화가 났고, 막강한 공권력에 맥없이 무너지는 서민들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나 역시 5공화국 시절 속에서 성장했지만, 당시 어린 나의 눈에 비친 그 시대는 88서울올림픽이 개최 된 대한민국 그리고 종합 4위라는 대단한 성적을 거둔 시기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25년여의 시간이 지난 후에 바라보는 그 시대는 부정부패와 민주화운동탄압, 고문 등의 인권유린행위가 버젓이 일어났던 시기였다. 나는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났던 시대에 살았지만 역사의 이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짓밟히고, 고통 받으며 살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야 깨달았다.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 사실을 누군가는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한 과거 속 잔인한 진실
영화 <변호인>은 20대 초반부터 30대 초중반의 관객들에게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 한 편이 대한민국의 과거사에 관심이 없고, 희미하고 막연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당시의 역사가 이랬다”는 사실을 이제 와서 주입시키고 환기시켜줄 수는 없다. 하지만 역사의 한 조각을 스크린을 통해 대중에게 내 던짐으로써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고, 시대의 흐름과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영화 <변호인>은 80년대 부림(釜林) 사건 담당 변호인이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이 사건을 통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동산 등기전문 변호사에서 세금 전문 변호사를 거쳐 인권변호사로 거듭나게 된다.
▶ 부림 사건 : 1981년 부산지역 학생·교사·회사원 등 22명이 ‘반국가단체의 이적표현물 학습과 반국가단체 찬양 및 고무죄’로 구속된 사건.
영화 <변호인> 속 젊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찰-검찰-판사의 공모에 의한 사건에 겁없이 대항하는 의협심으로 똘똘뭉친 초짜(공안 및 인권변호에 대한 경험이 없는) 변호사로 등장한다. 판사를 설득하기는커녕 대들고 소리지르고, 증인에게 윽박지르며 핏대를 세운다. 이러한 모습이 영화에서는 부조리한 정권 속 정의를 위한 몸부림처럼 비춰지지만, 실제 피의자 가족들은 형량이라도 줄여야 하는데, 변호사의 지나친 행동에 가슴을 졸였다는 일화도 영화가 개봉 된 이후 소개된 바 있다. 정의의 편에 서지 못하고 절대 권력에 순응할 수 밖에 없었던 힘없는 소시민들의 모습이 투영되는 씁쓸한 일화이다.
이 영화 <변호인>
영화 <변호인>은 따듯했고, 냉정했고 또 과감했다. 역사의 한 조각을 통해 시사하는 바가 크며,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들었다. 또한 지금의 현실 또한 수십 년이 지난 후에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짧은 두 시간 동안 긴 여운을 남긴 영화 변호인. 오랜만에 영화 한 편이 내 가슴 속에 찡한 울림을 주었다.
'브라보 직딩의 하루 > :: 직딩힐링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왕국, 남녀노소 몰입시킨 치명적 매력 네 가지 (6) | 2014.02.19 |
---|---|
수상한 그녀, 유치 찬란함 속에 뭉클함이 가득한 이유 (0) | 2014.02.14 |
썬더와 마법저택, 버림받은 영웅에 아이들이 열광하는 이유 (3) | 2013.12.27 |
어바웃 타임, 되돌릴 수 없어 더욱 소중한 인생에 대한 고찰 (6) | 2013.12.19 |
연극 스캔들, 볼수록 빠져드는 5인 5색 신들린 캐릭터 (2) | 2013.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