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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그녀, 유치 찬란함 속에 뭉클함이 가득한 이유

직딩H 2014. 2. 14. 06:00

 

 

  얼마 전 우리 엄마는 마음만 받겠다며 어버이날 드렸던 용돈을 내 통장으로 다시 보내주셨다. 그리고 손주들 피자와 스파게티를 사준다며 놀러 오라고 그러셨다. 지난 주말 엄마를 만나 엄마가 사준 맛있는 피자와 스파게티를 얻어 먹고 왔다. 아들이 주는 용돈도 신용카드도 제대로 안 쓰는 사람이 엄마다. 우리 엄마들의 인생이다.

 

  엄마를 만나고 나니 800만 관객을 넘은 따듯한 영화 수상한 그녀가 생각났다. 왜냐하면 영화 수상한 그녀의 중심에는 우리에게 한 없이 퍼주기만 하는 ‘엄마’라는 존재가 무겁게 자리하고 있으니까...

 

 

솜털같은 잔재미와 대리석같은 묵직함

 

 

  수상한 그녀는 코미디 영화로 한 여자의 서글픈 인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여자는 귀한 딸, 수줍은 아내, 외로운 미망인, 억척스런 엄마, 그리고 욕쟁이 할머니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인생의 모진 풍파를 겪으며 살아온 그녀는 가족들의 냉대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 ‘청춘 사진관’에 들른다. 그리고 그 곳에서 후래쉬 한 방에 스무 살로 되돌아가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이 때부터 영화는 관객들의 기대와 함께 더욱 재미있게 흘러간다

 

  영화 수상한 그녀는 솜털같이 가볍고, 유쾌하고, 재미있다게다가 감동도 있다. 전자의 비중이 감동적인 부분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작았던 감동이 점점 커져 가슴속에 깊이 남는다. 그 이유는 바로 ‘엄마’라는 존재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엄마’라는 가슴 뭉클한 이름이 떠올랐다. 꽃다운 나이에 한 남자를 믿고 시집와 시부모를 봉양하며, 애들 뒷바라지에 한 평생을 다 바치는 우리들의 엄마. 엄마는 항상 “부모들이라면 다 그렇게 사는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부모가 되어 내 부모, 특히 엄마를 떠올리면 왠지 모를 찡함이 가슴을 적신다. 이 영화가 대리석처럼 견고한 이유다.

 

  그래서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이지만 안쓰러운 엄마의 인생을 떠올리게 하고, 엄마라면 그 누구라도 청춘을 보상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이러한 요소가 이 영화가 엄마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게 되는 나이인 30, 4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이유다.

 

 

볼거리 풍성, 수상한 그녀

 

  그리고 위에 언급한 개인적인 감상을 넘어 이 영화는 유치하고도 유쾌한 잔 재미로 가득 찼다. 89년에 개봉했던 영화 빅(아이가 갑자기 어른이 되는 이야기)과 비슷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색다르게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는 어설프지만 정감 있는 70대 오말순(나문희) 역할을 한 오두리(심은경)의 연기 때문이다. 구수한 사투리로 거침없이 시원하게 내지르는 말투는 보는 이들에게 시종일관 웃음을 주고, 할머니 파마머리와 복장으로 등장한 심은경이 오드리 햅번 스타일로 변신해 가는 모습은 마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촌스러웠던 앤 해서웨이가 점차 세련된 모습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떠오르게도 한다.  

 

  또한 영화에서 가수가 된 심은경이 열창하는 나성에 가면, 한번 더, 하얀 나비 등의 노래는 단순한 멜로디와 정겨운 가사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나성에 가면은 1978년도, 하얀 나비는 1983년도에 사랑 받았던 빛 바랜 노래지만, 수상한 그녀에서 심은경이 부른 후 젊은 층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게 됐다. 이러한 음악들도 영화에서 큰 몫을 한다.

 

 

수상한 그녀

 

  다양함이 묻어나는 이 영화 수상한 그녀는 시종일간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재미로 가득하기도 하지만, 이 시대의 '서글픈 엄마상'을 떠오르게도 한다. 뿐만 아니라 노령화 시대에 퇴물 취급 받는 노인 문제도 보여주며, 가족애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부여한다. 진지하지 않고 솜털같이 가벼운 영화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 수상한 그녀. 엄마와 딸, 엄마와 아들, 시어머니와 며느리… 모두에게 즐거운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수상한 그녀 (2014)

Miss Granny 
9
감독
황동혁
출연
심은경, 나문희, 박인환, 성동일, 이진욱
정보
코미디, 드라마 | 한국 | 124 분 | 2014-01-22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