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한이 107

피천득 인연, 15년 전 가슴 터질듯한 설렘을 느끼다

십 수년 전, 학창시절에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수필을 읽었다. 인간관계가 무엇인지 모르던 시절... 인간관계라면 그저 친구들이 최고라고 머릿속에 떠올리던 시절, 그래서 그다지 인간관계가 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시절. 그리고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한 의미도 제대로 몰랐던 그런 시절에… 말이다. 어느 날 우연히 낡은 다이어리에 내가 써놓았던 글귀들을 발견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피천득 인연의 구절들을 옮겨놓은 것이었다. 10년도 훌쩍 지난 시절에 내가 써놓았던 글 귀들 중 내 시선을 ‘확’ 사로 잡은 글귀가 있었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 당시에 이 구절을 정말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수필 내용이 가물가물했다. ..

아프니까 청춘이다, 너무도 당연하기에 망각하는 엄청난 사실

사회 통념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나는 청춘은 아니지만, 마음은 아직도 이팔청춘임을 부인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읽게 된 책. 는 이 시대의 대학생들에게 전해주는 대학생활 지침서와도 같은 책이다.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이 지났다. 어쩌면 나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대학시절에 이 책을 만났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들었다. ​ 누구나 그럴 테지만 나의 대학생활을 되짚어 보면 기대와 후회, 기쁨과 슬픔, 열정과 좌절, 만족과 아쉬움 등이 아주 충만했던 시절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지난 과거에 대한 아쉬움의 감정들이 가슴속에서 요동쳤다. 꿈만 같았던 그리운 학창 시절 그리고 청춘이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 그래도 후회는 없다. 요즘 대학생들보다는 훨씬 많이 즐기면서 살았을 ..

직장인 영어책 추천, 영어보다 흥미 있는 사실들

취업을 하면 끝날 것만 같았던 영어 공부는 회사에서도 끝이 없다. 매년 시험을 보고 영어 성적을 제출해야 한다는 압박과 스트레스. 슬픈 현실이다. 의욕만 앞선 재미없는 영어공부에 금방 싫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재미있게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자는 것.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유창한 한국말도 자연스럽게 배운 것처럼 영어도 재미있게 공부를 하면 훨씬 효과가 높겠지? 오늘의 책은 예전에 재미있게 공부했던 책 다. 책이라기보다는 잡지 같은 책, 영어실력과 지식을 주기보다는 재미와 새로운 정보를 주는 책이다. 내용이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누구나 편안하게 끝까지 접할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어로 번역된 것만 읽어도 되는 그런 책? 아름다움은 허리와 엉덩이가 결정한다 ​Beauty..

감성사전, 17년 동안 나의 이성과 감성을 뒤흔드는 책

가끔 집안을 정리하다 보면 아주 오래 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고, 그 무언가는 나를 아득히 먼 시절로 시간 여행을 시켜준다. 이 책도 그렇게 20여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초판이 1994년에 나왔고, 이 책은 여전히 판매를 하고 있지만 난 1994년도의 초판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 누나 친구에게 선물 받은 책 이외수의 . 20여 년의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여전히 내 책장에 자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어린시절 내가 짝사랑했던 누나에게 받은 선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아직도 내가 이 책을 가끔씩 들여다 보는 이유가 더 크다. 세상의 진리처럼 명시된 사전 속 단어들의 정의가 식상할 때, 남들보다 조금은 특별하고 싶을 때, 여전히 난 감성사전을 펼치곤 한다. 은 책장을 들출 때 ..

조선명탐정, 볼수록 빠져드는 3인의 신들린 캐릭터

한지민의 파격적인 변신으로 이슈가 되었던 영화 . 하지만 한지민의 변신보다 영화 자체가 너무 재미있다. 감칠맛 나는 주옥 같은 대사들은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현실성을 살려주었고, 보는 내내 집중도를 높였다. 또한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눈가에 잔 주름이 잡힐 정도로 유쾌했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공납 비리에 관련 된 관료의 음모를 캐내는 명탐정의 이야기다. 소재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등장 인물의 캐릭터는 특별하다. 김명민, 한지민, 오달수 세 명을 주축으로 흘러가는 영화. 이들의 캐릭터는 서로 얽히고 설키며 영화의 재미를 가중 시켰다. :: 뻔뻔해도 밉지 않은 통쾌한 배우 김명민 :: 영화 에서는 파괴된 사나이, 내 사랑 내 곁에, 불멸의 이순신,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은 없다. 등장..

직장인 자기계발, 전공을 네 번 바꾼 이유

요즘 한창 다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추억의 음악들과 함께 90년대에 고등학교 시절을 신나게 보냈다. 당시 ‘남자는 당연히 이과를 가야지’라는 이상한 고정관념이 있었다. 초중고 시절 백일장이나 미술 대회에서 상도 많이 탈 만큼 글쓰는 일이나 미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학창시절에 예체능이나 문과 공부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남자는 이과를 가서 공대를 들어가는 것이 일련의 코스와 같을 때였으니 당연한 듯 남들처럼 천편일률적인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갈팡질팡 4개의 전공을 갖게 됐다. 공대에 들어가 건축을 전공했다. 착실히 학교를 다니며 공부도 열심히 했다. 1학년 때는 과수석이라는 영예도 얻었다. 남들처럼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와서 2학년에 복학했다. 1학년 때는 거의 교양 과목이라..

회사 벽 뜯어내고 100만원 낼 뻔한 신입사원

입사한지 5개월 차 어리버리 사원이었을 때의 사건. 입사 후 처음으로 나름 큰 프로젝트인 회사 캐릭터 만드는 업무를 맡게 됐다. 수개월 동안 업체와의 미팅을 하고 팀회의를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을 잡아갔고, 드디어 최종 4가지의 시안이 나왔다. 우리회사 건물 7, 8층 엘리베이터 옆 벽에 각 4개씩의 보드를 붙여 직원들의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연말이라 연말휴가 기간이 겹쳐서 행여 보드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돼 가장 강력한 양면 테이프를 이용해 꼼꼼하게 붙여놓는 세밀함까지 발휘했다. 새해가 되어 잘 붙어있는 보드를 확인하고 안심을 하며 모서리 부분을 손으로 다시 한 번 꾹꾹 눌러줬다. 며칠 뒤 선호도 조사 기간이 끝나 보드를 제거하려는 순간. 붙여 놓았던 보드는 원래 벽이었던 듯이 벽과 혼연일체가 ..

와일드 타겟, 킬러의 사랑과 인간미를 욕하지 마라!

엉뚱하고도 어이가 없었지만,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는 영국식 코미디 와일드 타겟을 봤다. 빵빵 터지는 웃음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피식 웃게 만드는 장면들이 의외로 많다. 유치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소소한 재미를 살려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마땅히 볼 만한 영화가 없거나, 시간이 많이 남거나 혹은 머리 안 쓰고 가볍게 볼 만한 영화로써는 괜찮다. 미국식 영어에 식상했다면 시간 날 때 한번 보자. 터프한 영국식 영어 발음도 듣기 좋다. 엉뚱한 그들의 엉뚱한 만남과 엉뚱한 결말 와일드 타겟에는 주인공 3명이 등장한다. 이들의 캐릭터는 정말 많이 특이하다. 비 현실적인 캐릭터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엉뚱한 그들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 얼마나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지 한 번 살펴보..

부당거래, 소름 끼치는 현실적 묘사가 아름답다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영화 . 그 이유는 대한민국, 정재계간 얽히고 설킨 부패상에 대한 지독했던 잔상 때문일 것이다. 영화 는 확실한 짜임새를 가지고 마치 퍼즐 맞추기를 하듯 흘러간다. 사건의 발단이 되는 첫 ‘부당거래’를 시작으로 영화 는 서서히 퍼즐 맞추기에 가속도를 더한다. 심각하게 흘러가는 영화 속 오버스러운 류승범과 콤비를 이루는 어설픈 공 수사관의 캐릭터를 통해 웃음 코드 또한 녹여 넣었지만, 영화의 흐름에 긴박함과 진지함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영화 는 우리 사회의 비리와 부정,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쓰레기와도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밑바닥까지 파헤쳤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허구라지만 이 허구란 탈을 쓴 영화 속에서 진동하는 현실의 비리와 부정, 부패의 악취는 허구라는 단어..

맨 프럼 어스, 역사적 사실을 뒤집는 쾌감

영화 는 정말 특이한 영화다. 영화의 배경은 숲 속의 오두막. 회상 신 하나 없이 총 8명의 출연 배우들이 100% 대화로 풀어나가는 영화다. 에는 딱히 위기, 절정이라고 할 만한 장면도 없이 마지막에 짧은 반전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하지만 영화는 신기하게도 시종일관 궁금증을 자아낸다. 마지막에 보여준 반전의 순간도 영화 전체를 뒤집어 놓지는 못하지만, 역사적 사건과 기발한 발상이 시너지를 발휘해 기대 이상의 메시지를 남긴다. 누구도 입증할 수 없는 진실 혹은 거짓 숲 속의 오두막, 한 교수의 송별회 모임. 영화 의 시작은 송별회에 참석한 교수들 중 한 명이 제시하는 ‘만약에’라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만약의 시발점은 ‘14,000년 전부터 늙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 있다면?’에서부터다. 영화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