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온 영어. 왜 30여 년이 훌쩍 지나도록 익숙해 지지 않는 걸까? 입시 그리고 입사를 위해서만 공부를 해서 그럴까? 입사가 끝나면 손을 놔버리게 되는 영어 공부. 하지만 글로벌 글로벌화를 외치는 사회에서 또 영어 공부가 발목을 잡기도 한다.
입사만 하면 다 끝날 줄 알았던 영어다. 그런데 직장생활 10년 차인 지금도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다. 오픽 시험을 매년 보고, 성적을 제출하고, 일정 성적에 도달하지 않으면 인사상의 불이익까지….
몇 년 전 일이다. 어느 날 회사에서 온라인 어학 강좌와 더불어 오프라인 어학 강좌를 개설했다. 매년 그냥 지나치다가 외국 업체와의 몇 번의 미팅 덕분에 영어에 대한 절실함을 깨닫고, 다급하게 중급 영어회화를 신청했다. 혼자 들으면 좀 뻘쭘할 것 같아서 친한 후배를 꼬셔서 같이 신청했다.
사실 그동안 회사에서는 특별히 영어를 쓸 일이 없었다. 특별히 영어를 잘하는 해외파 외에 대부분의 사람과 비슷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입사 시 영어 성적은 대부분 비슷하고, 그 외에는 영어 쓸 일이 많이 없기 때문에 서로의 실력을 알 방법도 없었다. 때문에 회화 수업을 듣는 것은 자신의 알몸을 드러내는 것처럼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내 영어 실력이 사실은 이렇답니다"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이니까.
경악을 금치 못했던 첫 수업시간
당시 수업시간에 모인 사람들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10명의 인원 중 부장급, 팀장급이 반이고, 차장, 과장급이 3명 그리고 새파란 후배랑 나. 반을 바꾸려고 고급반을 기웃거려도 봤지만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을 갖춘 후배들만 가득해서 엄두를 낼 수도 없었다. 10명이 신청을 해서 반이 개설되었기 때문에 빠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첫 시간은 자기소개를 하고 간단하게 마쳤다. 상사들 속에서 어찌나 불편하고, 긴장되던지... 평소에는 귀여운 막내가 될 수 있었지만, 영어에 대한 압박감이 심한 상황 속에서 점점 위축되기만 했다. 함께 수업을 듣는 인사팀장님 왈 "넌 평소랑 다르게 왜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니? 평소 대로 해~" 그나마 친한 분들은 괜찮은데, 왠지 근엄하고 말 한번 해보지 못한 분들 앞에서는 더욱 작아져만 갔다. 정말 무슨 영어 면접 보는 기분이랄까.
그나마 나보다 조금 더 못하는 후배가 있어 견뎌왔는데, 이놈이 어느 날부터 일 핑계를 대면서 안 나오기 시작했다. 그 후배는 결국 수업 일수 미달과 구술시험 불참으로 수업료가 월급에서 쏙 빠져나가고 말았다. 어느 날부터 전쟁터에 나 혼자만 남게 됐다. 긴장감과 위축됨을 넘어 이제는 어찌나 수업이 무료한지… 상사들의 농담이 어찌나 재미가 없던지… 또 어찌나 진지하신지... 하루하루 나의 말수는 더욱 줄어 갔고, 수업 시간이 괴롭기만 했다.
당황스러운 수업 결과, 유종의 미
나는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수업을 거의 안 빠지고 최고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기나긴 침묵 속에 어느덧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마지막 1:1 구슬 테스트 시간이 돌아왔다. 팀장님들의 강압적인 권유로 내가 제일 처음으로 시험을 봤다. 평범한 대화가 약 5분간 오간 후, 나는 짧은 실력으로 "솔직히 어른들이 너무 많아 불편했다. 다음엔 연령대를 구분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영어는 얼굴이 두꺼우면 금방 는다고 하는데, 철판 깔고 수업에 참여하지 못해서 좀 찝찝하고, 아쉽기도 했지만 아무튼 3개월을 무사히 마쳤다. ‘다신 회사에서 수업을 듣지 말아야지’라는 다짐과 함께…
그런데 얼마 후 인사팀장님이 뜻밖의 말을 했다.
"xx야 네 평가 점수가 제일 좋다. 영어 좀 가르쳐줘라~?!"
나는 속으로 ‘뭐야, 장난해?’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후 교육 담당자도 나한테 똑같은 말을 했다.
“출석률도 제일 높고, 마지막 구슬시험을 잘 봐서 성적이 제일 좋아요”
말은 제대로 못 했어도, 출석 성적은 좋은 성실함이 비법이었을까? 3개월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어 기분은 좋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출석률이 높고, 마지막 테스트 때는 일대일 이라 평소와는 다르게 하고 싶은 말을 좀 많이 했다. 선생님도 약간 의외라는 눈치? 아마 선생님은 3개월 동안 자신이 잘 가르쳐 실력이 아주 많이 향상됐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아무튼, 브라보!! 허무하게 생각했던 수업의 결과가 좋아서 뿌듯했다.
직딩한이
이후로도 몇 번 더 영어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 친구와 함께 개인과외를 받기도 했다. 외국어는 열심히 하면 느는 것 같고, 손을 놔버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잘 안 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지만, 더 늦기 전에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영어에 발목 잡힐 상황이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르니 미리 준비해놔야겠지? 하지만 이놈에 영어!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꾸준히 하기가 참 힘들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요즘은 매년 성적표를 제출해야 하는 오픽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원하면 해야지 어쩔 수 있나~ 나는 회사가 주는 월급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직장인이거늘.
영어공부는 성실함이 관건인 거 같다. 독하게 한 번 마음 먹고...!! 오늘도...내일도... 모레도... 꾸준히 밀어붙여 보자! 그러면 분명 해뜰 날이 오겠지! 파이팅!! 직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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