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댁에 가서 제사를 지내고 예전에 입던 옷들을 챙기던 중 장롱 깊숙한 곳에서 묵직한 쇼핑백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꺼내보니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군대 시절까지 썼던 10권이 넘는 일기장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아버지 덕분에 일기가 습관이 되어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일기를 써왔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 까맣게 잊고 지내던 수십 년 전 과거 속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얼마나 흥미진진 했는지 모릅니다.
전 어린 시절 부모님께 예쁨만 받고 자란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기억이 잘 못됐던 것 같았습니다. 20년 전 아버지께 맞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 순수하고 유치찬란 했던 저의 20년 전 중학생의 모습이 재미나서 블로그에 담아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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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뜯겨진 부분은
"아빠께 꾸중을 들었다. 쳇! 괜히 아빠 기분 나쁘면 누나랑 나만 보고 화풀이셔~" 라는 내용 ㅋ
아버지 흉을 보고 나서~ 아버지가 혹시 일기장을 보실 까봐 지웠던 것 같네요~ ㅋㅋ
그리고 누나랑도 사이가 좋았다고만 생각을 했는데, 나름 심각한 갈등이 있었던 듯 합니다. 누나가 좀 싸움을 잘해서 제가 맞고 살았던 기억도 갑자기 떠오르네요. 얼마나 누나한테도 맞았으면 제 입이 저리도 거칠어 졌을까요...
제가 썼지만 가장 인상이 깊은 구절... "... 오늘은 맞지 않았다. 다행이다. 맞지 않게 잘해야지..."
참, 불쌍했네요~ 얼마나 말을 안 들었으면 저렇게도 맞았을까요. 근데 왜?? 아버지는 제가 사탕사러 간다고 혼을 내셨을까요? 정말 미스~테리 합니다.
또한 지금도 매년 하는 것 처럼1991년 새해를 맞이하며, 새학기에 대한 각오도 나름 진지하게 적혀있었습니다. 정확히 20년 전 새해의 각오네요~
"1991년 새학기의 나의 각오"
"까불지 말자, 전화 간단히 하자, 편지 가끔씩 쓰자..." 참 인상 깊은 구절이네요~ 어린 놈이 어디다가 그렇게 전화를 하고 편지를 또 썼을까요. 정말 웃긴 놈 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 각오들은 과연 얼마나 지켰을까요? ^^
참 유치하면서도 순수했던 시절~ 지금 보면 별 고민도 아닌데, 새학기를 맞이하며 고민한 흔적이 역력히 보이네요. 그래서 지금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저의 고민들....각오들도 시간이 많이 흘러서 또 뒤돌아 보면 정말 하찮은 고민과 각오들이 될까? 하는...^^
20년 만에 저는 중학교 때의 저를 만났습니다. 까불거리고 유치한 놈 이었지만 맞지 않기 위해 노력하던 순수하기만 했던 그 시절이 왠지 그리워 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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