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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등골 휘게 한 아내의 블로그 사랑

직딩H 2011. 1. 18. 06:30

  2009 7 8에 블로그를 개설한 집사람. 딸내미가 태어난 지 1년 반만의 일이지요. 평소 직장을 다니다가 애 때문에 집에 눌러 앉게 된 아내는 딸내미한테 시달리며 우울하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애를 낳고 처음에는 친구들(아줌마)을 만나 수다를 떨면서 재미있는 나날을 보내던 것도 잠깐. 육아와 집안 일 그리고 실직의 아픔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훗날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모르는 한 마디를 던집니다. 집에서 심심하면 블로그나 해봐~ 육아 쪽으로 하면 되겠네당신 애 잘 보잖아~” 블로그는물건 구매 할 때 후기 보기 위해서 이용하는 거아닌가라고 생각하던 아내가 티스토리라는 블로그를 알아냈습니다. 어디선가 초대장을 받고 어렵게 블로그를 개설했습니다. 처음에는 HTML을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 구글 애드센스가 뭔지 몰라 헤매면서 저에게 SOS를 보냈지만 저는 외면했습니다. 저에게도 쉬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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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사람은 홀로 서기를 하며 블로그에 하나 두 개씩 잡다한 글들을 써갔습니다. 그러던 2009년 8월 15 블로그를 하려면 개인 카메라가 필요하다며 저렴한 캐논 파워샷 E1 3개월로 구입하더군요. 20만원 대였습니다. 그리고 약 보름 정도 사용을 하고 제주도로 휴가를 떠나서 바닷물에 퐁! 빠드리고 말았죠. 수리불가.(여기까진 애교죠~) 제가 카메라들에 참 안 좋은 기억이 있답니다. (연관글 : 마다 행복을 박살내는 카메라의 저주!)

 

  그 때부터 또 그냥 저냥 남편 카메라에 빌붙어 블로그를 이어 갔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시작(2010년 8월 15)할 때까지 아내의 다음뷰 순위(2010 7) 2,646였습니다. 정말로 대충 블로그를 운영했다는 증거죠. 그러다 선의의 경쟁자가 등장합니다. 바로 남편이 아내의 강요에 못 이겨 블로그의 바다로 뛰어 듭니다. 남편은 한가지 일에 쉽게 빠지는 성격. 블로그에 푹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부터 아내와 선의의 경쟁이 시작 됐습니다. 만삭의 아내~ 남편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해산 당일까지 블로그에서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두 달 만에 2,646위에서 100등대로 뛰어 오르며 드디어 육아 1위에 등극하게 됩니다. ! ! !

 

  순산을 하고 블로그에 복귀한 아내. 어느 날 카메라가 너무 별로라서 블로그 하기가 힘들다는 불평을 늘어 놓습니다. 사실 제가 카메라를 사는 족족 망가져서 친구한테 허름한 걸 얻어쓰고 있던 때였지요. 와이프는 둘째도 태어났는데, 사진도 많이 찍어야 하는데~ 어쩌구 저쩌구~ 카메라만 좋으면 블로그를 더 잘할 수 있고~  순위도 유지해야 하는데~ 어쩌구 저쩌구~~ 행복할 텐데... 

 

  몇 날 며칠을 아내에게 시달리던 남편은 2010년 11월 3 카메라를 지르게 됩니다. 100만원 가량의 카메라. 10개월 무이자. .^ 받아 들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아내를 보니 맘이 짠해지면서당분간은 편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는케이스도 필요한데…”라는 말을 넌지시 던지면서, 집에서도 55mm 렌즈를 끼고 아이들과 온갖 사물들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애 낳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파트 단지에 나가 촬영을 하고 다녔습니다. 블로그에 더욱 열성을 다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 11월 순위를 33까지 끌어올리게 됩니다. ! ! ! !

 

  그리고 해가 바뀌어 2011 1. 남편이 아내의 뒤를 바짝 따라 붙었습니다. 어느 날 아내는 둘째가 잠을 안 자서 컴퓨터를 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웃들 댓글 달기도, 답방 가기도 어렵다는 푸념을 합니다. 아기 띠를 매고 하던지 안고 해야 된다며 한숨을 쉽니다. 둘 째 잘 때 옆에서 편하게 블로그 할 수 있게노트북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합니다. 여섯 발만 움직이면 컴퓨터가 있는 방인데 노트북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첫째도 낮에는 어린이 집 가는데, 정말 그렇게 시간이 없을까요? 노트북은 냉정하게 거절을 했습니다.

 

  며칠 동안 아내가 우울해 보입니다. 주말에 남편이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제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몇 명이 왔는지~ 댓글이 달렸는지 확인을 하고 싶어 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남편은 하루 하루 간간히 쓰는 포스팅으로 살아나가는 터라 잘 양보를 하지 않습니다. 결국 부부의 마음은 서로 보이지 않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남편은 2011년 1월 12. 통화 중에 아내가 애가 낮잠을 안 자서 힘들어 죽겠어~”라는 한탄에 또 한번 결심을 하게 됩니다. 10개월 할부로 노트북을 살며시 긁습니다.

  다음 날 와이프에게
오빠 짱!” 이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이 한 마디에 위안을 받으며 저는 열심히 카메라와 노트북의 할부를 갚아 나가야 합니다.

 

  블로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ㅎㅎ 부부 블로거라서 특별한 케이스인걸 까요? ㅎㅎ 그래도 직장도 못 나가고 집에서 육아에 살림에 우울해 하던 아내가 블로그 덕에 활기를 찾은 모습에 저는 정말 뿌듯합니다. 암~ 뿌듯해야만 하겠죠...^^;; 아내가 오래 오래 카메라와 노트북을 잘~ 썼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도 우수 블로그 엠블렘을 꼭!! 달았으면 좋겠네요. ^^ 

 철없는 부부 블로거의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