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점심 때 63시티 파빌리온 뷔페를 다녀왔습니다. 혼자 200여가지가 넘는 음식을 먹다보니 가족 생각이 나서 주말에 꼭 가족들과 함께 와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주말(어제)이 되어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애 둘을 준비시키는데, 참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이 들었습니다. 딸내미는 이제 컸다고 아무 옷이나 안 입고, 말도 안되는 여름 옷을 입겠다고 울고 불고, 덩달아 둘째도 울고 불고… 와이프와 저는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애들 달래고 옷 갈아 입히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애한테 짜증내고 소리를 치게 되고~ 결국 부부싸움까지 하게 됐습니다.
좋은 취지로 시작 된 일에 기분이 몹시 상해서
“가지마!! 그럼!!” 한마디를 남기고 혼자 나왔습니다.
화가 난 마음에 담배생각이 나 수퍼마켓으로 갔습니다.
사람들이 많아 좀 기다리다가 “던힐 라이트 주세요..” 라고 말했습니다.
아줌마는 깜짝 놀라시며….“담배?”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빨간 던힐이요” 라고 다시 말했습니다.
아주머니는 “학생 아니예요?”라는 기가 막힌 물음을 던지셨습니다.
저는 “저 가끔 애 데리고 오잖아요… 학생 아니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아닌데…여기 XX고등학교 학생 같은데…”
“저 애가 둘 이예요…ㅡ.ㅡ^ ”
아주머니는 “바지가 XX고등학교 교복이랑 비슷해서 학생인줄 알았네…”라시며
“얼굴이 참~ 어려 보이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모르게 나오면서 "감사합니다!!!!" 라고 크게 말했다는~
아파트 바로 옆 고등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그 학교 교복 바지가 제가 입은 바지와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아주머니가 헷갈리었나 봅니다.
그런데 나이 서른 다섯에 고등학생 의심?을 받으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화가 갑자기 풀리고 와이프에게 빨리 가서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집으로 부랴부랴 들어갔습니다. 하랑이는 여전히 울고 있고 와이프도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빨리 가자~ 하랑이는 그럼 이거 입고 그 위에 따듯한 옷 하나 더 입자~” 라고 달래고 와이프에게도 배고프니까 밥 먹으러 빨리 가자고 했습니다. 다시 준비를 하고 출발했습니다. 어색한 분위기 가운데 제가 입을 열었습니다.
“수퍼마켓 아줌마가 나한테 모라고 했는지 알아?” 라며 자랑을 했습니다. 와이프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그 아줌마 눈 잘 안 보이는 거 아니야?” 라고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화해를 하고 맛있는 식사를 했습니다. 뷔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갔지만 온 가족 정말~ 오랜만에 외식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하루 종일 한 집안에서 서먹하게 보낼 수도 있었는데, 눈이 잘 안 보이는? 수퍼마켓 아주머니 덕분에 금방 화해를 하게 됐습니다. 아무튼 아주머니에게도 고맙고 저한테도 참~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ㅋㅋ
'브라보 직딩의 하루 > :: 직딩잡담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십 년 지속 된 게임중독, 그 멈출 수 없는 충동? (21) | 2011.04.06 |
---|---|
대범 아내 vs 소심 남편, 외박에 대한 생각차 (51) | 2011.03.25 |
일본 대지진, 참사 속에 감춰진 엉뚱한 진실? (68) | 2011.03.13 |
자동차 렌트비로 600만원 내게 된 기막힌 사연 (37) | 2011.03.11 |
6개월 된 둘째에게 처음으로 아빠 노릇 한 날 (52) | 2011.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