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4학년 때 처음 디지털 카메라(니콘 쿨픽스950)를 사고 지금까지 총 5개의 카메라를 구입했습니다. 5개 중 3개는 최근 1년 내에 구입한 것이죠.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첫 카메라를 제외하고 4대의 카메라가 차례 차례로 박살 났습니다. 그것도 참으로 행복한 순간에만…
도입 에피소드
손가락 한 번 꾹! 눌러주세요^^
앙증맞은 나의 두 번째 카메라 팬탁스 옵티오X. 취직할 때쯤 증명사진을 찍기 귀찮아서 집에서 찍어서 만들려고 창가에 상자를 쌓고 카메라 타이머를 맞춰 놓고 두어방 찍었을까 창가에서 휑~ 하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카메라는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습니다. 렌즈가 찌그러지고 깨져서 수리비만 15만원. 눈물을 머금고 수리해 누나한테 팔았습니다. 이 사건이 나와 카메라와의 악연이 시작되는 복선이었을까… 그래도 다행이 그 때 찍은 사진으로 취직해서 잘 다니고 있긴 합니다만….
그리고 떠난 첫 여행. 행선지는 강원도 속초. 카메라에 방수 케이스를 씌워 한화리조트 워터피아에서 신나게 사진을 찍었죠. 해가 질 무렵 회를 사기 위해 대포항을 찾았습니다. 애가 있어서 사가지고 들어와서 먹을 생각이었죠. 와이프와 딸내미를 데리고 대포항에 가서 회랑, 마른 오징어, 쥐포, 상추, 양념 등을 양손 가득 들고 나오는 길~ 골목 끝자락에 보이는 새우튀김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가던 길을 멈추고 또 한 봉지를 추가했습니다. 양손에는 여러 개의 까만 비닐 봉지와 카메라가 들려있었죠. 주차장에가서 트렁크에 짐을 싣고 트렁크 문을 힘껏 닫는 순간
바지직~뿍! 뻑~! 퍽! ... 부스럭(산산히 부서지는 소리...)
요란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짐이 너무 많아 카메라를 차에 잠시 얹어둔 걸 깜빡!! 그것도 문이 정확하게 닫히는 그 자리. 누가 봐도 수리 할 수 없는 참혹한 광경이었죠. 게다가 평소에 잘 안 끼우던 렌즈까지 끼워놔 덩달아 참변을… 포기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더군요. 다음날 여행 코스인 대관령 목장에 가서 친구의 귀여운 똑딱이를 빌려 사진을 깜찍하게 찍었답니다.
지독한 악연의 연속 카메라 없이 지내길 약 3개월. 블로그를 막 시작한 와이프가 카메라 없어서 불편하다며 캐논 파워샷 E1을 6개월 할부(이렇게 싼걸 왜 6개월로 긁었는지… 마음이 6개월 내내 아팠음)로 구입했습니다. 가격은 20만원 대로 저렴했고 디자인이 예뻐 여자들이 쓰기엔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9월초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떠났습니다. 3박 4일 코스. 평소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3일째 되는 날까지 약 1,000여장도 넘는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휴가를 즐겼죠. 사건은 3일째 마지막 코스인 우도의 검멀레 동굴 앞. 무섭다고 안 가겠다는 와이프를 억지로 끌고 모래사장 끄트머리 절벽아래까지 가는게 아니었습니다. 동굴로 들어가자는 남편과 안간다는 아내. 딸내미를 안고 폴짝 폴짝 뛰어 먼저 올라갔습니다. 와이프도 어쩔 수 없이 폴짝~ 폴짝~ 퐁당!! 꺅~!!!! 0.1초만에 꺼내 쏜살같이 달려가 맑은 물에 씻었습니다. 그리고 메모리 카드를 보며 걱정했죠.
“될까? 되겠지… 안되면? 죽고싶다”
때는 바야흐로
“오빠!! 카메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소리~ 앙증맞은 카메라 가방을 이쁘게 크로스로 매고 물 속에 제가 있더군요. 작년의 악몽이 불연 듯 머리를 스쳐 얼른 꺼내 메모리카드 빼고, 정신없이 물기를 제거했습니다. 날도 좋은데 잘 마르겠지, 그리고 바닷물도 아닌데 괜찮겠지…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습니다. 돌아와 8월 12일에 A/S센터에 맡겼습니다. 세척비용이 35,000원 정도 한다네요. “그 정도쯤이야. 잘 고쳐서 사과하고 밥 한번 사주면 되겠지”라며 안심을 했죠.
그런데 오늘 A/S센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수영장 물의 약품 때문에 부식이 좀 생겨, 교체해야 할 부품이 있습니다.”
한숨을 참으며… “수리비는요?”
“15만원 정도 예상됩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제가 빌렸던 모델(삼성 VULL PL50)이 141,550~383,000원에 판매하고 있더군요. 바로 직장 동료에게 달려가 모든 상황을 얘기하고 깔끔하게 똑 같은 걸로 사주기로 했습니다. 정말 최저가인 141,550원에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 올해도 결국 카메라 한대를 그대로 날렸습니다. 요즘 가뜩이나 돈도 없어 죽겠는데, 저한테는 왜 이런 일들이 꾸준히 일어나는 걸까요. 네?
그리고 과연 저 캐논 카메라는 얼마나 쓸 수 있을까요…
※ 참고로 얼마전에는 금쪽같이 아끼던 아이폰도 박살냈습니다.
↓ 손가락 버튼을 꾹! 눌러보세요. 오늘 하루가 행복해 진답니다.
'브라보 직딩의 하루 > :: 직딩잡담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이트온 해킹, 갑자기 쌍욕을 퍼붓는 아내 (20) | 2010.08.31 |
---|---|
내 기억력을 삼켜버린 네비게이션 (14) | 2010.08.30 |
집안의 숨은 보물, 중고물건 100% 판매하는 방법 (21) | 2010.08.26 |
10대 소녀들, 왜 교복을 벗어야만 했나... (9) | 2010.08.23 |
집 3채 가진 거지 아빠의 비애 (16) | 2010.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