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 정철이 지은 책 <한 글자 : 소중한 것은 한 글자로 되어 있다>. 우연히 회사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발견해 꺼내 들었다. '한 글자'라는 제목처럼 몇 글자 없어 보여 퇴근길에 휘리릭 읽으려고 했다. 그런데 작가가 그렇게 하지 말란다. "부탁입니다. 제발 느려 터져 주십시오."라는 작가님의 의견과 의도를 존중해서 5초면 읽을 글을 5분 동안 읽으면서 내용을 곱씹었고, 머리 속에 차곡차곡 쌓아 갔다.
책에서 받았던 감동이 금세 잊힐까 두려워 기억에 남는 구절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눈보다는 머리로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받아들이면 더 좋을 듯한 글귀 들이다.
'밤'
위로의 시간.
용서의 시간.
치료의 시간.
진정한 치료는 가려 주고 덮어 주는 것.
어둠을 내려 세상이 상처를 볼 수 없게 하는 것.
상처에 수술용 칼을 대는 게 아니라
상처가 스스로 아물 때를 조용히 기다려 주는 것.
'하'
남을 잘 웃기는 사람 곁에 열이 모인다면
남의 말에 하하 잘 웃어 주는 사람 곁엔 스물이 모인다.
배려가 가면
사람이 온다.
'꽃'
꽃은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늘'
흔들리는 건 당신의 눈이다.
활시위를 당기는 손이다.
명중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마음이다.
과녁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술'
외로움을 술로 달래면
다음 날 괴로움이 찾아온다.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다시 술을 찾는다.
그래,
괴로움 견디는 것보다
외로움 견디는 게 훨씬 힘든 일이니까.
'발'
악수는 발로 하는 것이다.
그가 있는 쪽으로 내가 가야 한다.
포옹도 키스도 사랑도
발로 하는 것이다.
'꿈'
거미줄에 걸려 말라죽은 나비에게
꿈을 물어보면 대답이 없다
꿈꾸지 않는다.
죽었다.
같은 뜻.
'탈'
1음절이 너무 짧아 아무 의미도 담을 수 없을 것 같지만, 오히려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오만 가지 의미를 접목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제목을 다 합치면 총 262자다. 그런데 262음절이 내뿜는 포스는 상당했다. <한 글자>라는 책의 책장을 쉬이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참 쉽지만 참 깊은 의미가 뜸뿍 담겨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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