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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회화 시간,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3개월

직딩H 2015. 4. 16. 07:42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온 영어. 30여 년이 훌쩍 지나도록 익숙해 지지 않는 걸까? 입시 그리고 입사를 위해서만 공부를 해서 그럴까? 입사가 끝나면 손을 놔버리게 되는 영어 공부. 하지만 글로벌 글로벌화를 외치는 사회에서 또 영어 공부가 발목을 잡기도 한다.

 

  입사만 하면 다 끝날 줄 알았던 영어다. 그런데 직장생활 10년 차인 지금도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다. 오픽 시험을 매년 보고, 성적을 제출하고, 일정 성적에 도달하지 않으면 인사상의 불이익까지….

 

  몇 년 전 일이다. 어느 날 회사에서 온라인 어학 강좌와 더불어 오프라인 어학 강좌를 개설했다. 매년 그냥 지나치다가 외국 업체와의 몇 번의 미팅 덕분에 영어에 대한 절실함을 깨닫고, 다급하게 중급 영어회화를 신청했다. 혼자 들으면 좀 뻘쭘할 것 같아서 친한 후배를 꼬셔서 같이 신청했다.

 

  사실 그동안 회사에서는 특별히 영어를 쓸 일이 없었다. 특별히 영어를 잘하는 해외파 외에 대부분의 사람과 비슷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입사 시 영어 성적은 대부분 비슷하고, 그 외에는 영어 쓸 일이 많이 없기 때문에 서로의 실력을 알 방법도 없었다. 때문에 회화 수업을 듣는 것은 자신의 알몸을 드러내는 것처럼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내 영어 실력이 사실은 이렇답니다"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이니까.

 

 

경악을 금치 못했던 첫 수업시간

 

  당시 수업시간에 모인 사람들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10명의 인원 중 부장급, 팀장급이 반이고, 차장, 과장급이 3명 그리고 새파란 후배랑 나. 반을 바꾸려고 고급반을 기웃거려도 봤지만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을 갖춘 후배들만 가득해서 엄두를 낼 수도 없었다. 10명이 신청을 해서 반이 개설되었기 때문에 빠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첫 시간은 자기소개를 하고 간단하게 마쳤다. 상사들 속에서 어찌나 불편하고, 긴장되던지... 평소에는 귀여운 막내가 될 수 있었지만, 영어에 대한 압박감이 심한 상황 속에서 점점 위축되기만 했다. 함께 수업을 듣는 인사팀장님 왈 "넌 평소랑 다르게 왜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니? 평소 대로 해~" 그나마 친한 분들은 괜찮은데, 왠지 근엄하고 말 한번 해보지 못한 분들 앞에서는 더욱 작아져만 갔다. 정말 무슨 영어 면접 보는 기분이랄까.

 

  그나마 나보다 조금 더 못하는 후배가 있어 견뎌왔는데, 이놈이 어느 날부터 일 핑계를 대면서 안 나오기 시작했다. 그 후배는 결국 수업 일수 미달과 구술시험 불참으로 수업료가 월급에서 쏙 빠져나가고 말았다. 어느 날부터 전쟁터에 나 혼자만 남게 됐다. 긴장감과 위축됨을 넘어 이제는 어찌나 수업이 무료한지상사들의 농담이 어찌나 재미가 없던지또 어찌나 진지하신지... 하루하루 나의 말수는 더욱 줄어 갔고, 수업 시간이 괴롭기만 했다.

 

 

당황스러운 수업 결과, 유종의 미

 

  나는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수업을 거의 안 빠지고 최고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기나긴 침묵 속에 어느덧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마지막 1:1 구슬 테스트 시간이 돌아왔다. 팀장님들의 강압적인 권유로 내가 제일 처음으로 시험을 봤다. 평범한 대화가 약 5분간 오간 후, 나는 짧은 실력으로 "솔직히 어른들이 너무 많아 불편했다. 다음엔 연령대를 구분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영어는 얼굴이 두꺼우면 금방 는다고 하는데, 철판 깔고 수업에 참여하지 못해서 좀 찝찝하고, 아쉽기도 했지만 아무튼 3개월을 무사히 마쳤다. ‘다신 회사에서 수업을 듣지 말아야지라는 다짐과 함께

 

그런데 얼마 후 인사팀장님이 뜻밖의 말을 했다.

 

"xx야 네 평가 점수가 제일 좋다. 영어 좀 가르쳐줘라~?!"

 

나는 속으로뭐야, 장난해?’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후 교육 담당자도 나한테 똑같은 말을 했다.

 

“출석률도 제일 높고, 마지막 구슬시험을 잘 봐서 성적이 제일 좋아요

 

  말은 제대로 못 했어도, 출석 성적은 좋은 성실함이 비법이었을까? 3개월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어 기분은 좋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출석률이 높고, 마지막 테스트 때는 일대일 이라 평소와는 다르게 하고 싶은 말을 좀 많이 했다. 선생님도 약간 의외라는 눈치? 아마 선생님은 3개월 동안 자신이 잘 가르쳐 실력이 아주 많이 향상됐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아무튼, 브라보!! 허무하게 생각했던 수업의 결과가 좋아서 뿌듯했다.

 

직딩한이

 

OTL 

 

  이후로도 몇 번 더 영어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 친구와 함께 개인과외를 받기도 했다. 외국어는 열심히 하면 느는 것 같고, 손을 놔버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잘 안 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지만, 더 늦기 전에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영어에 발목 잡힐 상황이 언제 또 발생할지 모르니 미리 준비해놔야겠지? 하지만 이놈에 영어!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꾸준히 하기가 참 힘들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요즘은 매년 성적표를 제출해야 하는 오픽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원하면 해야지 어쩔 수 있나~ 나는 회사가 주는 월급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직장인이거늘

 

  영어공부는 성실함이 관건인 거 같다. 독하게 한 번 마음 먹고...!! 오늘도...내일도... 모레도... 꾸준히 밀어붙여 보자! 그러면 분명 해뜰 날이 오겠지! 파이팅!! 직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