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직딩의 하루/:: 직딩잡담 ::

대범 아내 vs 소심 남편, 외박에 대한 생각차

직딩H 2011. 3. 25. 07:00

 

  지난 주에는 와이프가 애들 때문에 힘들다고 이틀 동안 이모네 집에 갔습니다
. 저 또한 회사일과 출장, 학원 때문에 늦게 귀가하는 주였습니다. 제가 이틀간 아이들도 봐줄 수 없고 집안 일도 도와줄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힘든데 이모네 집에 있으면 애 봐줄 사람도 있고 좋지~ 잘 다녀와…”

(사실 속 마음은ㅋㅋㅋ 아싸~ 였죠~ ^^)

 

  사실 가끔씩 와이프와 아이들이 집에 없을 때, 직장을 다니는 남자들은 모처럼 만의 휴가를 얻은듯한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저의 이런 마음을 잘~알기 때문에 와이프도 가끔 친정에 가던지, 언니네 가던지, 이모네를 가면서 저에게 평일의 휴가를 주기도 하죠. 이럴 때 뭐라도 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해 버린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날(?) 간만에 술 한잔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수요일은 출장을 다녀와서 피곤해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을 잤습니다. 그리고 목요일 날은 회화수업 때문에 10 끝났습니다.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하고 있는 찰나에 회사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디야?”

, 나 지금 학원 끝났는데~”

나 지금 회식 끝났는데~ 한잔 할까?”

  

치킨 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12시쯤 헤어지려는데 후배가 한 마디 했습니다.

 

잔 더하러 가자~ 나 오늘 와이프도 없는데…”

ㅋㅋ 사람 마음은 다 똑같나 봅니다. 애 둘 딸린 후배도 오늘을 즐기고 싶었나 봅니다.

나도 오늘 XX이 없는데~~~”

 

  왠지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둘이 맥주를 한 잔 더하고 노래방까지 갔습니다. 간만에 목이 찢어져라 노래를 한참 부르고 나니 어느덧 새벽 2~ 콜택시를 불렀는데~ 후배가 자기네 집에서 자라고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지금 가봐야 와이프도 없고, 택시비도 2만원~ 2시간 반 밖에 못자고, 빨리 가서 포스팅도 마무리 해야 되는데…’ 라는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은 금요일이니 회사 근처에 사는 후배네 집에서 자도 될 거 같았습니다.(궁색한 변명들~) 그래서 와이프에게 말도 없이 별 죄책감 없는 외박을 했습니다. ‘와이프도 없는데 뭘…’이라는 생각과 함께

 

  평소 5시 30 일어나는데, 후배네 집에서 회사가 가까워 6시 40까지 자고 7시 30 회사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오전에 집에 돌아온 와이프한테 8시쯤 문자가 왔습니다.

 

"ㅎㅎ 어제 안 들어왔네"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 어떻게 알았지?’

늦어서 XX이네서 잤어 라는 답변을 보냈습니다.

"거긴 식구들 없었어?"

"없으니까 갔지~~ 7시 넘어서 나왔는데 회사오니까 7시 28분이더라 부럽다"

라는 뜬금없는 궁색한 답변을 보냈습니다.

ㅎㅎ 나중에 이사가자라는 쿨~~한 답변이 왔습니다. 갸우뚱~~

 

  미리 얘기라도 해놨으면 괜히 찔리진 않았을 텐데나쁜 짓 한 것도 없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짜증을 내고 화를 내면 오히려 마음이 편할 거 같은데, 아무런 내색을 안 하니까 제 마음이 더욱 불편했습니다.

 

  소심한 저는 하루 종일 망설이다가

마누라 몰래 외박하다 걸려서 하루 종일 맘이 불편하다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와이프는 당연히 안 들어오면 알지 모를 줄 알았냐 라는 답변을 했습니다. 다려놓은 와이셔츠도 그대로고, 전 날 벗어놓은 와이셔츠와 양말도 없는데 모를리 있겠습니까.
 

  저는 여튼 미얀~~ 나 귀여우니까 봐죠~ 초밥 사갈게라는 술이 덜 깬듯한 답변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부터 30분 동안 답변이 없었습니다. 괜한 헛소리를 해서 삐졌나화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다리다가 전화를 했습니다. 몇 번을 전화해도 받지를 않았습니다. 혼자 또 초조... 몇 번을 더 하니 전화를 받았습니다.

 

여보세요~~”

수퍼에 밑반찬을 사러 다녀왔다고 합니다. 나중에 문자를 확인한 와이프는 초밥은 됐고, 치킨이나 시켜먹자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도둑이 제발저린 다더니... 이렇게 해서 혼자 맘 조리던 철없는 저의 몰래한 외박은 아무 문제 없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와이프는 저를 믿는다고 했습니다. 어디 가서 절대 나쁜 짓?, 이상한 짓? 안 하고 다닐 거라고아직까지는? 정말 그렇습니다. ㅎㅎ

 

  믿음과 신뢰가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믿고 의심하지 않으면 괜한 오해나 싸움은 없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결혼해서 와이프와 싸운 적이 거의 없었던 거 같습니다.(둘 째 낳기 전까진?) 다 소심한 남편의 마음을 넓은 아량으로 감싸주는 와이프 때문입니다. 저희 어머니도 무조건 와이프 편을 드는 이유입니다. 쿨한 와이프와 사는 도둑이 제발 저리는 소심한 남편은 그래서 항상 든든합니다. 그래도 외박은 정말 자제 해야겠죠?^^

 

  와이프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합니다. 쓸데없이 남의 집에서 외박하지 말고 차라리 데리고 와서~ !!” 라고… 참으로 쿨한 우리 와이프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