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는 그리스의 한 '지식인'과 자연과 탯줄을 끊지 않은 사람으로 표현되는 '조르바'라는 인물의 이야기다. 소설은 지식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조르바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토대로 흘러간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은 크레다 섬이며, 지식인과 조르바가 우연히 만나 이 섬으로 들어와 탄광을 개발하며 일어나는 일들을 담고 있는 내용이다.

 

조르바라는 인물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인물이다. 체면을 차리지도 누구의 눈치를 보지도 않는다. 머리보다는 가슴이 시키는 일을 먼저 저지르고 보는 인물이며, 결코 후회를 하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살아 보고 싶은 삶,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일명 '막사는 인생'을 사는 듯하다. 하지만 그의 삶에는 나름의 철학이 있고, 가치가 있다. 자신이 정한 틀 안에서 과감하게 살고 있을 뿐이다. 가끔은 조르바의 행동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심장이 부풀어 오를 정도로 과하기도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내 감정은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러움으로 승화되어 조용히 가슴속에 내려앉았다.

 

얼마 전에 얘기한 것처럼 하느님은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신다니까요. 그렇지만 그 죄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여자와 잘 수 있는데도 자지 않는 놈들에게는 벌을 내리시길! 남자와 잘 수 있는데도 안 자는 여자들에게도 벌을 내리시길!

 

조르바는 쉴 새 없이 이런 류의 말들을 툭툭 내뱉는 사람이다. 그러나 피식하고 웃음이 나거나, 저질스러운 그가 밉지 않은 건 우리의 본성을 그대로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조르바를 바라보는 '지식인' 또한 결국 자신의 가식적인 삶을 깨닫고, 조르바에게 춤을 배우면서 조르바를, 그리고 조르바의 세계를 받아들이게 된다.

 

아흔이 넘은 것 같은 할아버지 한 분이 바쁘게 아몬드 나무를 심고 있더구먼요. 그래서 내가 '할아버지, 아몬드 나무를 심고 계시네요?'하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오냐, 나는 죽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거든. '나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저는 제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요.'

 

결국 조르바는 죽음을 맞이하지만, 후회 없이 살았던 가슴 뜨거운 삶이었기에 그다지 안타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동고동락을 함께 했던 친구와 조르바를 잃은 지식인의 심정이 전해져 왠지 모를 씁쓸함이 입 안에 감도는 듯했다. 이처럼 아쉬움과 미련과 초조함이 남은 건 우리 모두가 지식인의 삶을 갈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재미있게, 가끔은 지루하게, 오랫동안 읽어 내려간 책이지만 막상 펜을 잡으니, 쓸 말이 없다. '백문이불여일견'이다. 직접 읽어 보는 게 답이겠지.


Posted by 직딩H 직딩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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