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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해야만 꼭 성공한다는 부모의 착각

직딩H 2011. 1. 8. 10:07

<자식의 꿈을 무시했던 부모님의 때늦은 후회> 라는 포스팅을 쓴적이 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다. 오늘도 부모의 기대와 욕심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부모님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자식들이 공부를 잘하길 바란다. 일단은 공부를 잘해야지 사회에서 성공을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학창시절, 사회생활을 겪고 두 아이의 부모가 되면서 내가 느낀 생각은 좀 다르다. 공부와 사회적 성공은 별개의 문제라고 본다. 이미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많은 사례를 봐왔다.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의 공부를 놓아 버리기는 힘들다. “내 아이는 공부로 성공을 할 거야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생각은 학업적인 우수성 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당사자의 열정과 의욕, 욕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나와 나 그리고 우리 집과 또래가 비슷한 작은집 형 2명이 있다. 누나는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해 5살이 될 무렵 한글을 땠다고 한다. 그리고 친척 형 2명은 4살 때 한글, 구구단을 마스터 했고, 7살 때는 천자문까지 줄줄 외우며 영재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세 명은 어릴 때부터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었고, 당연히 부모님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나는 초등학교를 들어 갈 때까지 한글도 떼지도 못했고, 2학년 때 구구단을 외웠다. 그리고 내 이름에 들어가는 '' 자랑 숫자 '10'이 초등학교 2학년 때 까지 헷갈렸다. 그래서 난 공부를 못하진 않았지만 유독 공부를 잘 하는 세 명의 그늘에 가려 공부 쪽으로는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잘했던
30대 후반의 이들은 지금 어떤 위치에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를 제외한 3명은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 못하다. 이유는 그들의 공부에 대한 원동력은 주위의 기대감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나는 머리는 좋았지만 공부에 대한 의욕은 전혀 크지가 않았다. 특별하게 하고 싶은 어떤 것에 대한 의욕이 없었다. 영어를 유난히 좋아하고 잘해서 번역회사를 다닌 적도 있지만, 거친 사회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그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었고, 운동을 하다 매형을 만나 결혼해서 미국에서 살고 있다. 집에서는 미국에서 공부를 더 해 사회에서 자리를 잡기를 원했다. 하지만 누나에게는 공부를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이 없다 것이 문제였다. 누나는 우리 하랑이와 한결이에게 한 때 공부 잘했던 고모로만 남을 것이다. 

  
  그리고 작은집 첫째 형은 대학 졸업 후 잘나가는 대기업에 취업을 했지만
, 부모님들은 당시 IMF를 겪은 시기라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을 원했다. 그래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부모님의 뜻에 따라 시작한 공부기 때문에 의욕이 없었다. 공부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결국 시간만 낭비하고 포기를 했다. 나이가 있어 취업이 힘들어 아버지가 계시는 동남아시아 쪽 국가에서 아버지의 회사에서 같이 일을 하고 있다. 둘째 형은 지겨운 고등학교 생활에서 벗어나자 마자 대학교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공부와는 담을 쌓게 되었다. 부모님의 기대에서 점점 벗어나게 됐고, 적당한 회사에 취직했다가 만족하지 못하고, 이 회사 저 회사를 옮겨 다니다가 지금은 집에서 컴퓨터만 붙잡고 살고 있다.
 


  내 주위의 3人의 공부 잘했던 사람들. 그들의 학력 석차는 결국 선생님의 칭찬을 위한, 부보님의 기대를 위한 것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이 학교를 다닐 땐 물론 부모님은 공부 잘하는 자식들이 큰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농담 삼아 이야기 하시지만 원수들 이라고 말씀 하신다. 지금은 부모님의 별 기대를 받지 않았던, 가장 평범하게 살고 있는 나를 부러워하신다.

  나는 공부 쪽으로는 큰 재능은 없었지만 커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냈다.
대학원 공부도 해서 자연스럽게 전공을 살려 일 하며 살고 있다. 학교 다닐 때 3人의 그늘에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사회생활이 즐겁고 나름 만족하고 있다. 어린시절 3人보다 관심과 압박이 덜 했기 때문에 자유롭게 공부했고 그것이 사회성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나도 이제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내가 자라 온 시대보다 훨씬 더 치열한 세상에 놓여있다.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부모들의 세계에서도 공부만이 살 길이라는 관념은 그대로 유지가 되고 있는 듯 하다. 나 역시 내 자식들이 공부를 잘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무조건 적인 공부보다는 공부를 해야 하는 목적을 분명히 해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꼭 공부가 아니어도 좋다. 공부는 누구나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까지는 할 수 있다. 그런데 인생에서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의욕과 열정 그리고 욕심은 한 순간 생겨나가는 것도 누군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깨닫고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부모인 나는 그 동기를 만들어 주는 멘토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