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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각 없다던 철부지 남친의 황당 프러포즈

직딩H 2011. 3. 5. 07:00

  저는 사실 별로 결혼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장남인 아들이 빨리 장가를 가서 어여쁜 손주를 안겨주시길 늘 바라셨죠.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약수터를 다녀오시다 우연히 아파트 모델 하우스를 들르셨습니다. 돌아오셔서 (당시 나이 29) 이제 결혼도 해야 하니까 집을 한 번 보러 가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당시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을 다닐 때라 단번에 돈이 어디 있어~서 아파트를 사~”라며 단칼에 거절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어머니께서는 그 아파트가 미분양 되었다며, 다시 한 번 가보자고 하셨습니다. 당시에 아파트들이 쏟아져 나와 미분양 아파트가 좀 있을 때였습니다. 저는 마지 못해 어머니를 따라 나섰습니다. 그런데 견물생심이라고~ 집을 보니 결혼을 떠나 탐이 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가 계약금을 내고~ 프리미엄까지 붙여 로얄층을 잡았습니다.


 
  일단 저지르고 집에 와서 계획을 세웠습니다. 어머니 적금, 누나 적금, 제 적금을 합치니 얼추 중도금은 나왔습니다. 나머지 잔금은 대출을 받기로 하고 정식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여자친구를 만나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워낙 자유분방한 저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또 노는 것을 좋아해서~ 결혼은 생각도 안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시간은 잘도 흘러 아파트 입주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결혼에 별 뜻이 없었기 때문에 엄마와 함께 입주를 해야 하는 상황과 새 집을 전세 줘야 하는 상황 두 가지 중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고민을 하던 시기에 여자 친구와 친구의 결혼식장에 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평소에는 결혼식을 가도 아무 느낌도 없더니 그 날 따라 결혼하는 친구가 무지 행복해 보였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야외로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을 우르르 몰고 모델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집을 함께 꼼꼼하게 둘러 본 뒤~ 계획에도 없이 친구들 앞에서 "여자 친구랑 여기서 살거다"라고 선포를 했습니다. 입주시기는 약 5개월이 남은 상황이었죠~ 당황한 여자친구~에게 살꺼지? 나 새집에 들일 새 가구랑 가전제품들이 절~실하게 필요하거든… ”이라고 말했습니다. ㅋㅋㅋ 제가 좀 낭만적이지 못해 평생 행복하게 해줄게~ 손에 물 한방을 안 묻히도록 해줄게~’ 이런 얘기는 도저히 못하겠더라구요. ㅋㅋ 여자 친구는 가구랑, 가전제품이라는 말에 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렇게 무계획 충동적인 프러포즈를 하게 됐습니다 

  당시가 2006 11, 어머니께 결혼 선포 후~ 일사천리로 결혼 준비를 시작 했습니다. 12월에 여자 친구 집에 처음으로 인사를 가고, 1월에 상견례, 3월에 웨딩촬영, 4월에 여자친구 먼저 입주, 5월에 결혼~~ 저랑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결혼, ~ 별거 아니더라고요~ 이렇게 저희는 결혼을 해서 5년차 부부, 하랑이와 한결이를 잘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으니~ 와이프도 저보다는 모델하우스가 맘에들어 결혼을 했다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