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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된 둘째에게 처음으로 아빠 노릇 한 날

직딩H 2011. 3. 6. 07:00

 

 


  지난 9월 둘째가 태어났고, 이제 6개월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첫째를 별 어려움 없이 키웠던 터라(요건 순전히 아빠 입장에서~~) 둘째도 별거냐 싶었습니다. 사실 와이프가 그동안 하랑이를 너무 잘 봐줘서 특별한 걱정을 안 했습니다
 

  그런데 손을 많이 탄 둘째~ 요놈이 사람 손길만 벗어나면 울고, 사람이 시야에서 벗어나면 난리가 납니다. 둘째를 달랠 사람은 오직 와이프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일에는 제가 새벽에 나가고 늦을 때도 많아 실감을 별로 못하지만, 주말이면 하랑이에 둘째에 아주 난리가 납니다. 둘째의 울음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 우는데 달래도 소용 없을 땐 아주 정말 진이 쭉~ 빠집니다. 평소 싸울 일이 거의 없는데~ 둘째가 태어난 후 와이프와 싸움도 잦아지고 해서 아들놈이 좀 얄밉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전 와이프에게 아들 프리 선언을 했습니다. “난 주말에 한결이 정말 못 보겠다~ 내가 하랑이 보고, 밥 차리고 설거지~ 빨래 할 테니까~ 제발” 와이프도 둘째랑 저랑 사이가 안 좋은 걸? 알기에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전 아들에게 벗어났습니다. 거의 품에 5분 이상 안아본 적도 없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와이프가 생애 첫 블로거 모임이 있었습니다. 하랑이와 함께하는 행사(하랑맘 님이 포스팅 할 겁니다 ㅎㅎ)였습니다. 둘째는 저희 어머니께서 봐주시기로 하셨는데, 외할머니가 아프셔서 어쩔 수 없이 제가 맡아야 했습니다. 울고 불고 행사장을 아수라 장으로 만들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행사 내내 아들을 돌봤습니다. 아기 띠도 매고, 유모차에도 태우고, 차에도 데려가고~ 태어나서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정성을 다해서 아들을 돌봤습니다. 근데 신기하게도 하루 종일 한 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생글 생글 잘 놀던지~ 그동안 내가 봐온 내 아들이 맞나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놈도 그 동안 내 마음을 알았었나……’

그동안 아들 보는 게 부담스러워 건성 건성 봤던 건 사실입니다. 조금 칭얼거리면 와이프한테 넘기면서그런데 오늘 아이를 보면서 느꼈습니다. ‘그동안 내가 의도적으로 저 놈을 피했던 거구나…’ 라는 것을

 

  와이프에게도~ 둘째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늘 저는 아들 태어나고 처음으로 아빠 노릇을 한 것 같습니다. 태어나 지금껏 제 품에 안겼던 시간보다 오늘 하루 품에 안긴 시간이 더 많았던 거 같습니다. 지금은 애교 만점인 하랑이가 너무 예쁘지만~ 앞으로는 둘째 놈한테도 정을 듬뿍 줘야겠습니다. 아빠 니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