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직딩의 하루/:: 직딩잡담 ::

섣부른 전세 계약에 500만원 날린 부부의 비극

직딩H 2011. 3. 4. 06:30

  작년 5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분양 받았습니다. 당시 부동산 침체기로 전매가능, 양도세 감면, 중도금 전액 무이자, 분양가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은 것이었습니다. 집이 좀 좁아서 들어가 살 생각은 없었고, 전세를 줄 생각이었습니다. 5월이 잔금 납부 일이었고, 마침 5월에 결혼하는 신혼부부가 있어 2월에 전세 계약을 했습니다. 계약 당시 아파트의 담보 대출금은 2,000만원 이하로 한다는 특약사항을 넣었습니다. 당시 살던 집을 내놓았기 때문에 팔리면 중도금을 내고, 전세잔금을 받아 입주 잔금을 치를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어머니 집으로 들어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초부터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은 녹을 줄 모르고, 아파트 매매가는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은 팔릴 생각을 안 하고 전세 계약일자와 잔금을 치러야 하는 날짜만 다가왔습니다. 집이 팔리겠지 라는 기대는 단지 기대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손가락 한 번 꾹! ㅡ.ㅡ^

  전세금 외에는 나머지 억대를 대출 받을 상황이 되니 전세 계약자는 계약조항(대출금 2,000만원 이하)에 위배된다며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집이 팔리면 당장 갚겠다는 양해를 구해 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대출금이 전세금 보다 많은 상황에 당연한 결정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세입자의 입주일과 결혼 날짜는 다가오고, 그 분들은 다른 집을 구하겠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귀책사유가 저였기 때문에 뾰족한 수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회사 법무팀, 아는 법무사에게까지 자문을 구해 봤지만, 소송까지 가게 되면 저희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합의를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보통 계약금이 손해배상의 기준이지만, 천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뱉어낼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부동산 중개업자, 세입자와 모여 앉아 도출해 낸 해결책은 계약금 + 500만원 이었습니다. 약 2개월 만에 전세가가 500만원 정도 올라 그 신혼부부는 오른 만큼의 배상액을 원했습니다. 조금이라도 깎아보려고 노력을 해봤지만 결혼을 앞 두고 기분이 많이 상해 보여 그냥 500만원을 배상하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사실 집이 안 팔릴 거 같아 공인중개사에게 미리 얘기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괜찮을 거라는 얘기만을 했고, 결국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저희만 피해를 입었습니다. 책임을 추궁하고 싶었지만, 연세도 너무 많으셔서 글씨 쓰는 손도 바들바들 떨리는 모습에 그냥 말았습니다. ㅡㅡ^

  결국 저희는 당시 살던 집을 전세를 주고 잔금을 치렀고, 어쩔 수 없이 억대의 대출을 받아 원치 않던 입주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손해는 500만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사올 때 집이 줄어들어 기존에 쓰던 침대, 소파, 책장 등 뭐 하나 새 집에 맞는 것이 없었습니다. 혼수로 해왔던 물건을 죄 내다 팔아야 했고, 새로운 가구들을 들여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대출 많은 집에 들어올 세입자도 없었고, 입주일이 너무 촉박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철없는 부부가 불러온 참으로 안타까운 비극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인생 공부했다고 생각하라고 하시며, 앞으로 욕심부리지 말고 살라는 조언?을 남겨주셨습니다. 욕심은커녕 생각지도 못한 대출금 갚느라 정신 없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저희 부부가 어쩔 수 없이 집만 두채 된 이 시대의 진정한 하우스 푸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직도 500만원을 생각하면 참으로 씁쓸~~ 합니다. ㅡㅡ^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