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가까이 명동 부근에서 일하며, 명동거리와 영플라자, 롯데백화점을 숫하게 드나들었다. 그 때마다 거리에 가득한 중국 관광객들이 참 시끄러워 늘 불편하단 생각이 들었다. 한 때 명동 등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 엔저 현상과 일본의 경기 불황 등으로 일본인 관광객은 서서히 줄어 들고,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들을 대신해 한국에서 판을 치고 있다. 요즘에는 해외 여행객들의 주요 관광지가 아닌, 전국 방방곡곡으로 그들만의 바운더리를 넓혀가고 있다.
늘 불편하고 지저분하고 시끄럽다고만 생각했던 중국인들의 방문이 최근 메르스때문에 줄어들면서 국내 여행 수입은 전월보다 37.5% 급감했다고 한다. 물론 중국인들뿐만이 아닌 외국인 관광객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여행업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힘들었던 이 시기에 책을 한 권 읽게 되었다. 바로 <요우커 천만시대,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가>이다.
그저 거리나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명동의 화장품 가게와 면세점을 가득 메워 나에게는 불편한 존재이기만 했던 중국인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중국 여행객, 즉 요우커들의 관광 수요가 늘어난 것은 K-POP 등 한류 열풍 덕도 물론 있지만, 중국 내 평균소득 증가, 해외 여행붐을 비롯 국제사회 문제(홍콩의 규제, 반일 감정) 등 다양한 유기적 과정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책 <요우커 천만시대,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가> 정말 다양한 수치를 증거로 내세우며 이해력을 높이면서 설득력을 더해간다. 표가 많아서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책을 다 읽고 본인에게 필요한(혹은 잘난체를 좀 할 수 있을만한?) 부분은 체크해 놨다가 다시 봐도 좋을 것 같다. 책의 내용 중 인상 깊어 기억에 남는 내용들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짧은 내용이지만 중국이 가진 힘을 파악하는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홍콩은 2000년 이후 짧은 기간 동안 중국의 4천만 요우커가 밀려 들어오면서 비즈니스적인 성장과 사회적 문제를 동시에 경험했던 ‘요우커 붐’에 대한 대한민국의 선배로 볼 수 있어 반면교사에 적합한 대상이다. 최근 5년 동안 홍콩은 비즈니스적인 면에서 아주 독보적인 성장을 보여주었으며, 내수시장 성장의 반대 급부로 상당한 사회적인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는 모두 홍콩 전 지역을 휩쓸다시피 한 4,000만 요우커의 소비 파워 덕이다. 거주민의 6배에 해당하는 요우커가 들이닥치다 보니 사회적인 고통이 누적되었다. 상품 공급 부족과 인프라의 피로 상태, 인플레이션과 교통 정체, 질서 문제 등이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결국 홍콩은 방문객 수를 제한하고 구매액 한도까지 정하는 초강수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홍콩의 관광객은 이로 인해 급감하고 있으며, 반사효과로 한국이 덕을 보고 있다. 위에서 언급된 사회 문제는 머지 않아 한국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한국은 홍콩보다 면적이 넓고 관광 인프라도 광범위 하며, 제조업 등이 뒷받침 된다고는 하지만, 해외관광객 1억 명 시대에 대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 것 같다.
또한 화장품이나 명품 쇼핑만큼 유행하는 성형 열풍에 대한 사실도 그 규모 면에서 새삼 놀라웠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성형외과를 찾은 중국인은 1만 6,282명(전체 외국인 환자 2만 4075명 중 67.6%), 이들이 쓰고 간 돈은 562억 원이다. 최근 3억 원을 내고 전신 성형수술을 받는 요우커의 씀씀이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금액이 높아지면 대부분의 요우커들은 ‘의료관광 에이전트(코디네이터)’를 통해 방한한다. 에이전트를 통해 오는 여성들은 대체로 1,500만~6,000만원 정도를 쓴다. 여기에 시술받는 성형의 종류와 숙소 등에 따라 1억원 이상을 쓰는 등 비용은 널을 뛴다.』
성형외과의 기본적인 서비스 사례도 재미있다.
『총 지출이 3,000만원 이하인 요우커에게는 숙소에서 성형외과까지 하루 4회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제공한다. 5,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한국산 승용차와 메디텔형 숙소를 제공한다. 가격이 1억원 이하면 한국산 고급 승용차와 호텔 숙박이 제공된다. 1억 5,000만원 이하면 벤츠, BMW 등 수입 고급차를 이용하고 등급 높은 호텔에서 묵는다. 1억 5,000만원 이상이면 롤스로이스 승용차에 통역을 겸하는 운전기사가 따라붙고, 숙소는 고급 호텔이 제공된다. 요우커들은 압구정동에서 성형수술을 한 뒤 주로 현대백화점 본점이나 청담동,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명품 가방과 시계 들을 즐겨 구입한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요우커들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곳곳의 면세점을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본이고, 제주도의 반 이상(실제로는 제주 면적의 0.47%정도라 한다)이 중국인 땅이다 라는 말도 나올 정도니 말이다. 이만큼 중국은 대한민국의 사회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앞으로 130억 중국 인구가 대한민국에 몰고 올 파장은 더욱 거세질 것임은 분명하다.
결론은 한 마디로 “돈을 벌려면 발빠르게 움직여라!” 라는 것이다. 더욱 발빠른 중국인, 중국동포들이 벌써 한국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이미 선두로 나선 사업군이 많은 상황에서 블루오션 개척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무엇을 하든 가장 중요한 건 중국을 그리고 중국인을 먼저 깊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 <요우커 천만시대, 당신은 무엇을 보았는가>는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중국에 대한 모든 게 담겨 있는 부드러우면서도 참 날카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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