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라는 책에는 수많은 책들이 등장한다. 책을 읽고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책들을 집어 읽었던 기억이 있다. 감칠맛 나는 내용들에 애가 타 원본을 읽게 하려는 저자의 의도에 말려들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참을 수 없었다. 

 

​비슷한 또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어젯밤 그 소설 읽고 좋아졌어>다. 소설의 내용과 작가의 감정이 적절히 배합된 '에세이 소설'이라고 할까. 이 책을 통해 접하지 못했던 소설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단 몇 장의 줄거리만 읽었는데도 소설을 다 읽고 책장을 덮은 듯한 여운이 느껴졌다. 아마도 소설과 현실을 넘나드는 작가의 조심스러우면서도 적절한 묘사가 가슴속으로, 머릿속으로 쉬이 파고들었기 때문인 거 같다.

 
이 책 <어젯밤 그 소설 읽고 좋아졌어>에는 12권의 소설이 등장한다. 저마다 깊은 사연이 드리운 구구절절 한 그런 소설들이다. 12가지 각양각색의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마법 같은 책이다.
 
1. 사는 게 버거운 사람에게 __ 『자기 앞의 생』
2. 위로 부적격자 필독서 __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3. 사랑이 사치라고 생각하나요 __ 『백의 그림자』
4. 우리가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하는 말들 __ 『오만과 편견』
5. 사랑은 우리를 구원해 주지 않는다 __『상실의 시대』
6. 사랑은 어떻게 태어나서 어떻게 죽는가 __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7. 도망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여행 __ 〈무진기행〉
8. 이번 생에서 행할 수 있는 마지막 권리 __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9. 지도자에 관한 몇 가지 고민 __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0. 이런 사회가 계속되어도 괜찮을까 __ 『1984』
11.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요 __ 『한국이 싫어서』
12.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__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12권의 책은 인생, 가족, 사랑, 고민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이 중 <오만과 편견>, <상실의 시대>는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영화로 본 기억이 있다.  

​그런데 책을 보면서 참 신기한 일을 겪었다. 20여 년 전 읽었던 <상실의 시대>에 대한 어렴풋한 감정이 참 낯설게 느껴졌다는 거다. 희미하게나마 기억하고 있던 과거의 감정과 빗나간 지금의 감정이 공존한다는 게 놀라웠다. 군대에서 읽을 때는... '쓸데없이 두껍고, 지루하고, 침울하고 암울한 내용,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섹스 장면' 이러한 생각으로 꾸역꾸역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던 거 같다. 그런데 긴 시간이 흐르고 작가의 설명을 통해 어렴풋하게 다시 들여다본 <상실의 시대>는 묘한 매력이 있는 연애 소설이었다. 아마 이십여 년의 세월 동안 형용할 수 없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내가 많이 성장해서겠지. <어젯밤 그 소설 읽고 좋아졌어>의 친절한 설명 때문이겠지. 아무튼 덕분에 반드시 다시 한번 손에 쥐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있던 낭만적인 소설 <오만과 편견>도 오랜만에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게 하고, 오만은 나를 다른 사람이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이 말이 이렇게 좋았었던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는 자살 안내자가 등장해 삶이 힘든 이들에게 편안하게 죽는 법을 알려 준다. 말도 안 되는 설정이지만, 책을 읽으며 문득 자살 안내자는 바로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내가 많이 힘든가 보다.
 
리뷰는 여기까지. 영화에서도 예고 편이 너무 길면 감흥이 떨어지듯. 책 내용도 너무 많이 들먹거리면 독서의 설렘이 덜해질 수밖에 없다. <어젯밤 그 소설 읽고 좋아졌어>를 읽고 충분히 입맛을 다셨다면 이제는 소설 원문을 찾아 그 깊이와 참 맛을 느껴보는 일만 남았다.
 
참 유용하고 고마운 책 <어젯밤 그 소설 읽고 좋아졌어>이다. 참고로 내지도 예쁘다. 컬러가 참 마음에 든다.

 


Posted by 직딩H 직딩H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