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은 감미로운 음악과 다양한 키스 영상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낭만적인 이탈리아, 멋진 남자 주인공, 여자들이 딱 좋아할만한 로맨틱한 영화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날 때 내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지어져 있었고, 내 몸에는 행복한 기운이 전해지고 있었다.
솔직히 영화의 구성은 작위적이었고, 너무 딱 떨어지는 100% 해피엔딩이라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2%의 안타까운 여운은 영화를 조금 더 깊이 있게 만들고 더한 감동을 주는 법. 때문에 요즘은 해피엔딩이 그리 대세는 아니다.
재미있게 영화를 봤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자신의 첫 사랑을 찾기 위한 여정이 결국 손자의 사랑만을 찾게 되는 스토리였다면... 그리고 클레어(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첫 사랑을 찾지 못하지만, 그와의 50년 전 추억과 사랑을 가슴 속 깊이 되새기게 하는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었다면…
좀 더 낭만적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너무 딱 맞아 떨어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재회, 조금 유치한 듯한 동명이인의 친척 설정... 영화의 옥의 티라고 할 만큼 좀 민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투정은 여기까지. <레터스 투 줄리엣>은 이러한 아쉬움을 충분히 뛰어 넘을 만큼 강력한 매력이 있었다.
매력 하나,
금발을 무색하게 만든 백발의 아름다움
너무나 예쁘고 귀여운 여주인공, 금발머리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등장하지만, <레터스 투 줄리엣>에는 금발보다 아름다운 백발 노인 클레어의 매력이 더욱 강렬했다. 그녀의 섬세한 행동과 말투는 15살 로렌조와 사랑에 빠졌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이러한 클레어의 모습은 사람이 늙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마흔 살부터의 인상에는 그간 살아왔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들어난다는 말이 있다. 클레어는 그 말을 실감케 해주었으며,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줬다. 영화를 보는 내내 클레어의 아름다운 모습에 몰입하며, 그녀가 누군지, 실제 나이는 얼마나 됐는지, 또 다른 영화에서는 어떤 역할을 했을 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 갔다.
영화를 보면서 60이 훌쩍 넘은 노인에게서 베어나는 신비한 매력을 느낀 건 처음인 것 같다. 주연의 젊은 배우들의 사랑도 물론 아름다웠지만, 노년기에 풍기는 깊은 매력과 아름다움, 그리고 낭만을 가슴 깊이 느끼게 해준 그녀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한 영화였다.
매력 둘,
입맞춤 보다 강렬했던 눈맞춤
뻔한 결말이 예견 된 소피와 찰리(크리스토퍼 이건)의 사랑은 클레어가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낭만보다는 솔직히 덜 했다. 하지만 어긋난 만남으로 시작 된 그들의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변해가면서 보여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물론 두 배우의 외모도 뛰어났지만, 그보다는 이들의 순수함에 더욱 매력을 느꼈다. 그들의 눈빛은 깊고 진실했으며, 마음은 하얀 도화지 같았다.
오랜만에 나에게 순수한 사랑을 느끼게 해줬고, 진정한 사랑에 대한 설렘과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그다지 로맨틱하지 않았던 그들이 첫 키스 순간에는 사랑을 경험했던 사람,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 앞으로 다가올 사랑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선물하는 듯 했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입맞춤이 아닌 눈 맞춤으로도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눈물 겹지도, 절절하지도 않았던 그들의 사랑이지만, 그들의 눈맞춤은 입맞춤 보다 강한 로맨스를 선사했다.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소피에게 사과를 하라는 클레어처럼 누군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하고 싶다. 사랑한다고…
이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은 낭만과 추억, 아름다움이 만들어 낸 한편의 풍경화 같은 영화다.
레터스 투 줄리엣 (2010)
Letters to Juliet
- 감독
- 게리 위닉
- 출연
- 아만다 사이프리드, 크리스토퍼 이건,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프랑코 네로
- 정보
-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05 분 | 201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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